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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巨正(임꺽정)' 벽초 홍명희

 

 

지난 10년간 책장 속에 묵혀있던 책들이 많다.

내가 산 책이라면 살짝이라도 읽었을터이지마, '임꺽정'처럼 아내가 가져온 책은 몇 몇 책을 빼고 잘 들쳐보지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책장에서도 제일 윗칸, 눈에 잘 안보이는 곳에 놓여있기 일쑤였다.

박경리의 '토지'를 동네도서관에서 빌려읽는 아내가 말이 옛 말투라 읽기 불편하다는 말에 '홍명희가 일제때 쓴 소설이니 이건 어떨까?'하는 마음으로 책을 빼들어었다.

그 일이 2주 전 일요일밤이었고,  그 2주동안 가졌던 행복한 책 읽기를 어제 마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홍명희가 1925년부터  1940년까지 연재하기 시작한 '임꺽정'은 끝내 완성되지 못했지만, 일본 제국주의 지배상태에 있던 지식인과 민중들에게 올바른 삶과 저항에 대한 의식을 갖게하기에 충분할 듯 하였다.

연산군부터 명종에 이르기까지 지배체제의 폭압에 선비와 벼슬아치들이 어떻게 순응해가고, 사라져 가는지를 통해 홍명희는 당대의 지식인들을 비판하였고, 천인 출신의 정경부인 봉단이, 생불이 된 갖바치를 통해 당시 아직도 남아있는 신분제의 잔재를 털어버리고자 하였을 것이다.

또한, 궁한 삶속에서도 백성은 살아가고 있고, 살아가면서 소소한 해학과 역사 인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임꺽정'을 읽는 동안 수많은 인물들이 눈에 그려지고, 수많은 장면들이 눈앞을 지나갔다. 홍명희의 글 솜씨가 나에게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하여주었다.

사실 이 소설이 미완성인 것을 모르는 나는 이야기꺼리가 한참 남았을텐데 마지막 권이 다가와서 아내가 책을 사다가 말았나 싶었다.( 이 책은 1985년 판이다.) 관군과의 일전을 앞두고 끝난 이야기는 홍명희의 손자에 의해 일부 보충되기는 하였지만, 요약본과 같은 글쓰기에, 임꺽정의 청석골패를 '농민군'으로 둔갑시킨 혁명소설판이어서 불편하였다.

 

좋은 책을 만나 두 주간이 행복했고, 이제 그 행복은 아내가 맛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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