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육십 넘어뵈는 아저씨/할아버지 한 분이 고상하게 양복을 입으시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손에 두 권의 책을 들고
"내가 이 근처에 사는데... 이 가게가 좀 특이한 것 같아서... 혹시나 해서..."
본인이 내신 책 두 권.
메뉴를 만드느라 이야기를 잘 듣지는 못했는데
이응로 화백과 동거동락한 어떤 분의 시집을 편찬하셨다고.
그 전날엔.
사진작가 한 분과, 사진잡지를 발행하시는 또 한 분이 함께 들르셔서
이 동네 부동산 시세를 묻고 가시며
직접 발행하시는 잡지를 선물로 주셨다.
한 동안 수다 떨다보니, 뭔가 꽤나 재미난 사람들 같은데
이 동네로 오신다니.
또 그 분들의 친구는 음악을 하는데, 이 동네에 산다구 했다.
동네 예술가들 다 모엿- 하는 그런 잔치 함 해보면 재밌겠다....
한 1년 버티다보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겠지?
혼자 실실 쪼개며
괜히 벌써 뿌듯한 오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그렇구만. 뭐 곳곳이 소소하게 예술을 하는 이들로 채워지면 좋겠지. ^^
혼자 실실 쪼개는 디온도 좋구만. ㅎㅎ
사진 링크하기가 힘들어서ㅠㅡ 심심하게 글만 올립니다.
사진까지 같이 보실분은 아래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해방촌 식구들 반가웠습니다. ^^
http://cafe334.daum.net/_c21_/bbs_read?grpid=TKzh&mgrpid=&fldid=nOY&page=1&prev_page=0&firstbbsdepth=&lastbbsdepth=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contentval=00048zzzzzzzzzzzzzzzzzzzzzzzzz&datanum=256&listnum=20
제목 : 해방촌 ‘빈집’에서의 1주일
서울에 올라가서는 남산 아래쪽 산동네 ‘해방촌’이라는 곳에서 생활했다.
[해방촌 산동네 전경]
그곳에 ‘공동체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두 어 평 남짓한 방이 네 개가 있는 집인데,
이 작은 방들 속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 해 놓고 나름의 공동체 생활을 구현하고 있는 이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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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세 명이 살고 있는데, 미국 사람 제프, 스리랑카 사람 고실라, 한국사람 지각생이
있었다. 이들은 이 공동체를 ‘빈집’이라고 일컫는다. 이 집은 원래 제프가 살던 집인데, 함께
살던 친구가 빠져나가면서 나머지 사람들이 공동출자해서 공동주거공간인 '빈집'으로 만들었
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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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도시 공동체를 지역에서는 본 적이 없었기에 다소 생소했다. 전국적으로 이곳 남산
아랫자락 해방촌 일대에만 2008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개가 형성되었다가 지금은 집세 문제
등으로 세 개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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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빈집 생활을 하는 이들은 그들만의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자유분방함’이었다. 이들은 관료적이고 정형화된 조직에 소속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자기만의 자유로운 직장을 가지고 있던지,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할 뿐 정규직 직장
에 들어가서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듯 했다.
둘째는 탈권위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이들은 주류적인 문화와 제도, 형식을 거
부한다. 가령 명품 사용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헐렁하거나 헤진 옷을 입고 다닌다. 물론 길
거리에서 보는 대부분의 ‘찢어진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냥 그것이 ‘유행’이기 때문
에 입고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유행과 전통, 격식을 거부하고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에 그리 ‘털털’하게 하고 다닌다. 이것이 생활 전반에서 드러난다.
셋째는 소유에 대한 기존의 자본주의적 개념에 저항한다. 이렇기에 '내 것'에 대한 개념이
보통 사람에 비해서 희박한 편이다.
넷째는 ‘평화적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채식주의자’가 상당히 눈에 띄고, 국
가적 야만성에 대해서는 지극히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로 주로 ‘전쟁’과 ‘군인’ ‘경
찰’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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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이들이 갖는 '집'에 대한 개방성이다. 이곳이 ‘빈집’
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마 ‘개방되어 있음’의 뜻일 터인데, 공동 주거 공간 안에
'빈 방'이 남아 있다면, 누구든지 그 공간에 '타인'을 허용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찾아오
더라도 말이다. 이는 기존의 자본주의적인 질서 속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거주형태
이다. 이것은 아마 이들이 ‘집’을 보편적인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다만 잠시 이를 잠시 사
용한다는 의미의 ‘점유’ 개념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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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은 집 이외의 모든 ‘물리적 객체’(재화, 물건 등)에도 적용되는데, 이들이 길에
버려진 헌 물건을 주어다가 쓰고, 사용하던 물건들을 서로 나누는 길바닥에 중고 시장 등을
자체적으로 열고 하는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이다. 이들은 세상 속에서, 자연 만물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할 뿐이지, 이를 지배하려거나 착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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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기는 하지만, '빈집'이 가진 '공동체-생태-평화-비소유' 지향
의 삶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이곳을 찾았다가는 실수하기 십상이다. 이
곳에 대해서 마냥 자유분방하고 떠들썩한 어울림에 대한 이상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이곳에
와서 책임 없이 생활을 하다가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신문에 '빈집'에
관한 기사가 난 후에 이 공간을 막연히 어울려 노는 공간으로 아는 이들이 한 달 넘게 오가
는 통에 큰 몸살까지 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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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은 자유분방한 영혼들이 꾸리는 공동체 생활이기는 해도, 공동 거주를 위해서는
대단한 책임감과 공동의 고민이 필요한 공간이었다. 그러한 역량이 없는 이들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역량이 있는 이들만이 꾸려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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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삶에 대한 고민’이라 함은 그야말로 이들이 삶 속에서 체득하고, 더욱 확장해야 하
는 가장 큰 '화두'꺼리인 듯 했다. 가족 끼리 사는 데에도 끝없이 잡음이 생겨나고 불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인간의 삶인데, 하물며 모르는 사람들이 너덧씩 그룹을 이뤄 사는 삶은 어
떻겠는가? 더군다나 이는 단순히 자기가 거주하는 '빈집' 한 곳의 고민으로 끝나는 것이 아
니라, 해방촌에 터를 잡고 있는 나머지 '빈집들'에 대한 공동의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
리고 기실 그들의 ‘공동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사회적 저항활동의 영역’으로도 다소 연장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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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곳은 '공동체-생태-평화-비소유' 지향의 삶의 의미를 명확히 알고 이의 실현을 위한
한 각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은 적응 자체가 불가능한 공간이고, 이렇다보니 어설프게
이곳 공동체 생활에 뛰어들었던 수많은 이들이 결국 잠깐 왔다가 지나치는 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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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곳 생활자들이 '공동체-생태-평화-비소유' 지향의 삶을 추호도 흔들림이 없는
구체적이고 실천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논리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방법론적 기술로서, 어떤 이는 감성적인 정서를 가지고 삶으로서, 또 다른 이는 또 다른 방
법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나름의 방식으로 실현하는 듯 했다. 어떤 이들에게 이는 ‘사회운동’
의 방식이었고, 어떤 이들에게 이는 그냥 ‘자기 식의 삶’이었다. 기실 이들은 대략의 공동체
생활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 안에서 끊임없이 부대끼고, 역동하며, 자신들의 삶을 실험하고
있는 중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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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곳 해방촌의 빈집들은 공동 출자해서 ‘빈 가게’라고 하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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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간단한 식사와 음료수를 먹을 수 있는 이야기 카페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주로
‘빈집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보니, 이곳에 편히 와서 차 마시고 이야기하고, 음악을 듣고 가
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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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수익금은 일하는 사람들 끼리 나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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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볼일 보던 마지막 날 ‘지각생’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가 가게를 지키고 있을 때
이곳 카페에 놀로 왔다.
=[지각생 모습]
지각생은 빈집을 만들었던 초창기 멤버인데, 빈집과 빈가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를 만들어 운영하는 과정상에 빚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은 다소 낯설지만, 생동
감 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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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 규모 있게 세워진 카페도 아니고, 주택가 한편에 길거리에 버려진 가구 등을 주
어다가 꾸민 이곳 카페는 보통사람의 눈으로 다소 초라하게 보일 수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수입이익이라야 용돈벌이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을 즐기면서 자신의 생활에 지극
히 만족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편 대중의 눈으로 이들의 삶이 ‘별 볼일 없는 가게’ 쯤일 것
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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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흔히들 '돈 많이 버는 직장'에 취직해서, 주변의 '인정'을 받는 것을 '성공'으로
일컬음 받으며, 격에 맞는 배우자를 만나서 외부세계와 완전히 경계가 지워진 가정을 꾸미
고, 그 안에 자신들만의 독점적인 재화를 쌓아 두는 것을 정상적인 '생활' '삶'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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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보편 대중의 경직된 정신으로는 '예외적 삶'이라는 것은 '인생의 실패' 쯤으로 여길
것이다. 특히나 이들 '빈집' ‘빈카페’ 사람들의 보편적 특성이 '적게 갖고 적게 버는 삶'을 지
향하고 있기에 '과다소유강박증'에 걸린 보통사람들의 눈으로는 '낙오자' 쯤으로 보일 수 있
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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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학 내에 '노숙생활 동아리' 같은 것이 만들어져서 쓰레기통을 뒤져
서 나오는 음식만을 삼시세끼 먹으며 살고, 버려진 쓰레기를 가져다가 재활용해서 사는 친
구들이 있다. 물론 개중에는 집 자체를 반대하는 '히피' 생활을 하기도 한다. 고도로 산업화
된 자본주의의 첨병인 미국이라는 나라의 참으로 아이러니한 집단이지만, 하여간 미국 내에
는 과거로부터 그러한 문화가 간간히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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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일본만 해도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사는 젊은이들의 히피문화가 존재한다. 이는 삶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경직된 사회의 숨통을 틔우는 상당한 빈틈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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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만 유독 ‘다른 방식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 이렇게 경직되어 있
다 보니, 둥글이 같이 '정착생활을 하지 않는 유랑자'가 텐트치고 자고 있다고 공격을 받고,
출동한 경찰들의 불신검문 요청에 길바닥에서 싸워야 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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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러한 이유 때문에도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 '빈집' ‘빈가게’ 생활자들의 실험적 삶은 이 나라의 문화에 모종의 파장을 빚어내야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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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온 목적은 다른 것이기에 이들의 생활을 보다 꼼꼼히 살피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음이 상당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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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빈집에는 개 두 마리가 있었는데, 제프가 길에 버려진 개들을 데리고 와서 키우기 시
작했다고 한다.
[둥글이가 과자를 먹고 있는데 쳐다보는 녀석들. '판쵸'와 '맥스'. 세상 추접스러운 일이 ‘먹
고 있는데 쳐다보는 것’이다.]
[누워서 컴퓨터 작업을 할라치면 녀석들을 살갑게 다가와 발과 배위에 올라온다. 아마 이곳
빈집 거주자들의 타인에게 거리낌 없는 성격을 닮았는 듯싶었다.]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으로 해방촌 오거리 건물 옥상 위에 개 한 마리가 사는데, 아래쪽에
지나는 사람마다 경계하며 짖어대는 모습이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든다. 하루 종일 저러고
있으려면 얼마나 수고스러울까...]
2011년 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