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4

from 소소한 카페 2011/03/24 17:44

"어, 비 온다-"

 

우산도 없이, 아이는 유리문을 밀고 나갔다.

얼마 전에 들렀던, 우리 가게 단골이신 동훈이.

며칠 전에는 토스트를 시켜 먹으며, 그간은 돈이 없어서 못 들어와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돈 없어도 그냥 놀러와도 돼."라고 말했더니

진짜 몇일만에 다시 온 거다.

오늘은 동네 가게에서 롯데샌드 초코와 해태 초콜릿을 사 들고 바에 걸터 앉아

"같이 나눠 먹어요."한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데.

 

 

오후 내내 커피 로스팅하고, 손님은 한 테이블.

피로한 가운데 구름처럼 우울이 겹쳐오고 있었는데

이 꼬마애, 앉아서는 게속 말을 건다.

"저번에 그 있던 누나는 요즘 뭐하나?"

1월에 일하던 라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글쎄- 잘 살아- 라고 건성으로 대답하고 연신 노트북으로 사진 정리를 했다.

"그럼, 그 누나는?"

아마도 2월에 일하던 잇을 두고 하는 말인줄은 알지만

이번엔 대답도 안하고 앉아 있었다.

아이는 어떻게든 나와 대화를 나누려 애쓰는 중이다.

 

살짝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바 쪽을 쳐다보니 눈앞에 초콜렛 반 토막이 보인다. 

바 안쪽으로 깊이 손 뻗어 밀어놓은 모양이다.

맘은 편치 않았지만, 그냥 받아먹기로 한다.

손님은 없고 날은 이상하게 꾸리꾸리한데 애들 과자나 얻어먹는 신세라니.

하여간 동훈이는 최근, 자기보다 나이가 10살쯤은 많을 형의

생일선물 걱정을 늘어놓는다.

스물 한 살 남자애라....

지난 번에는 술, 옷 등을 추천하다가

아주 솔직하게 "그냥, 돈 줘. 돈이 최고란다."

라고 말하고는 실실 웃었는데

동훈이는 내 말은 뭘로 들었는지 내일이 생일인데 아직도 선물을 못 골랐다.

모든 문제는

자기가 직접 만든 십자수를 선물로 줬는데 좋아하지 않았다는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 중대한 문제 앞에서

아이는 불안하고 심난하고 외롭다.

 

급기야 아이는, 지난 번엔 7만원 모았다고 했었던 것을 까먹고 

모아둔 돈이 20만원이라며 내게 뻥을 날려 내게 신임조차 잃었다.

과자 부스레기나 건네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함께 달래줄 누군가를 찾아

이곳까지 왔건만..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집에 가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아이가 가고

오슬오슬 떨고 있는데

창밖에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봄이 온 줄 알고 한 겹 옷을 입고 나온 나는

괜히 동훈이만치 외룹고 심난하고 불안하게

가게를 홀로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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