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자면서 생각해 보니.

2008/08/20 09:00 생활감상문

하룻밤 자면서 생각해 봤다. 자면서 하는 생각이 제일 복잡하지만 자고 나면 제일 단순해지니까. 꿈에서라도 계시가 내려질 줄 알고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더 침대에서 빈둥거려 봤지만 잠도 얕고, 꿈은 오지도 않더라.

 

그런데 상황이 나빠진 데 데해서... 이상하게도 속은 상하지만, 실망은 안 한다.

처음부터 큰 기대가 없었다 이건가?

 

근본적인 슬픔과 근본적인 기쁨이란 애시당초 불가해하며 또한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순례길을 떠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그 일이 내 삶에 확실한 대안을 주지도 않을 뿐더러, 내가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한은, 오랜 시간 준비해서 떠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랬다가는 하루하루 그 순간에 충실하겠다는 내 다짐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냥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는 거다. 슬픔이나 기쁨이라는 감정과 무관하게.

 

언제부터인가 삶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찌 할 줄 모르다가 어느 날 문득 실행"하는 방식이 되어 간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게 적합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오래 생각하고 계획한 것일수록 꼭 틀어지더라고.

 

오래 계획한 일이 있고, 실행을 앞두고 결과에 대해서뿐 아니라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떨면서 (사실 별 일도 아닌데) 차일피일 미루고, 갑갑해하고... 그런데.... 역시 삶은 내 계획이랑은 상관이 없더라는 거. 별 일도 아니라 생각한 일이 상황 속에서 참 하기 난감하게 되어 버렸더라고.  '하필이면, 좀더 빨리도 아니고, 좀더 늦게도 아니고... 왜 지금일까. 젠장'이라고 생각을 해봤지만, 사실 나만 몰랐던 것이든, 내가 내 편의로 너무 낙관했던 것이든 이 상황이란 다만 처음부터 존재했던 거다. 이제 와서 딱히 나빠진 게 아니라. 

 

어쨌든 내가 개입해서 상황을 바꿀 여지도 없는 일인 데다가, 더 기다렸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적당한 타이밍을 다시 기다린다.... 뭐 이러는 게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될지 어쩔지도 불확실한 데다가 내 삶에서는 꽤 중요한 시점에서 중요한 시간을 낭비하는 게 더 싫다는 거... 뭐 그런 식으로 정리가 된 듯싶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려는 일을 바꿀 수는 없는 듯싶다. 결국 이건 계획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더라고. 그러니 크게 숨 한번 뱉고 또 들이쉬는 수밖에. 하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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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0 09:00 2008/08/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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