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2008/08/26 00:08 베껴쓰기

사려 깊고phronimos 아름답고kalos 정직하게dikaios 살지 않고서 즐겁게 살 수는 없다.

반대로 즐겁게 살지 않으면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 수 없다.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기 위한 척도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즐겁게 살 수 없다.

_에피쿠로스, 『쾌락』 '중요한 가르침' 5절.

 

불과 2쪽 반 정도 읽었는데 잠자리에서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졸리다는 말이 아니라 긴장이 풀린다는 말이다.

잠깐 역자 후기를 읽으니 한국어판은 윤리학을 앞쪽에 배치했다 한다. 그래서인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도 밤에 읽기 좋은 책이었는데, 그런 느낌이다.

이런 책들의 특징은 외우고자 애쓰지 않는 이상은

책 내용은 머리에 하나도 안 남는데 마음이 맑아진다는 데 있다.

 

직접 읽은 건 아니지만, 조지 기싱이 인용하고 있는 호라티우스와도 맥이 닿는다.

 

혹은 건강에 좋은 숲 속을 말없이 거닐면서

착하고 슬기로운 자에게 걸맞은 것들을 명상하며.

_호라티우스, 『서한집』 1권 4장 4~5행(『기싱의 고백』에서 재인용)

 

세상에 욕망하는 것 하나 없이 그렇게 순하게 살겠다는 건 아니다. 그들 말고, 나 말이다.

그런데 요새는 가끔.... 웨일스의 황야나 스코틀랜드의 고원 같은 데 가서

두세 시간쯤 한없이 쏘다니고 싶을 때가 있다. 한국에서도 안 될 것은 없지만...

『기싱의 고백』 보면 한나절 동안 평원을 돌아다니며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돌아온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 부럽다.

뭐랄까... 19세기쯤으로 가서 차 없는 데서 그리 돌아다니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적으로 따져도 엔돌핀 분비가 어쩌고.... 대충 맞는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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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6 00:08 2008/08/2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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