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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1.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감동받은 책은 '샘에게 보내는 편지'이고,

가장 재밌는 책은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이다.

 

독인 작가의 책인데, 엄청난 게으름과 우연의 조화로 퍽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를 들면, 자기 집을 어질러놓고 치울 일이 무서워 한동안 집에를 안 가고 밖에서 나돈다거나,

할 일의 목록을 적어놓고 그 일들이 너무 많고 하기 싫어 다른 할 일을 생각하느라, 혹은 이 일을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느라 몇 시간 동안 괴로워하며 앉아 있다거나,

문득 책장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책장에서 꺼내고는 정리하기가 싫어서 할 일의 목록에 '책 정리하기'를 추가한다거나 하는.

 

게으름 뿐 아니라 다른 작가의 천성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 낸다.

 

생활이 어렵다고 이야기가 답답하거나 한심하지는 않다. 무척 경쾌하고 재미가 있다.

책을 읽으며 박장대소는 아니어도 계속 키들거리며 웃었다.

딱 내 얘기야,하고 공감도 하며.

이렇게 살면서도 이 삶으로 돈을 벌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독일에서는 작가가 자신이 쓴 글을 읽어주는 공연이 있나 보다.

우리가 소극장에서 가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듯, 작가의 목소리를 들으러 극장에 가나 보다. 이 책은 그 공연에서 읽은 글들을 모은 책이라 한다.

 

등장 인물의 이름은 '호어스트 에버스'로 작가의 이름과 같다.

그러니까 어쩌면 이 일들은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일일 수도 있다.

꾸며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2. 퇴근을 하니 집은 출근할 때와 같은 모양이다.

기대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내일 동생이 울 집에 와서 며칠 머무르다 간다고 했기 때문에

몇 가지 준비할 것이 있었다.

잔소리를 '쪼끔' 하고 말걸기에게 책을 권했다.

 

나는 책을 읽고 즐거움을 얻었지만

말걸기는 책을 읽고 즐거움과 더불어 교훈도 얻기를 바라면서.

 

'봐, 일 하기 싫어서 하루 종일 마음이 부대끼는 것보다

두 시간만 꿈틀거리면 생활이 달라지니 훨 낫잖아?'

 

'왜 책은 재밌는데 내가 하면 재미없어?' 하고 묻는 말걸기에게

'그 사람 집에서 피자가 썪든 물이 새든 그건 나를 귀찮게 하지는 않잖아'는 말로

노골적인 의도를 전달하면서.

 

3. 하지만, 호어스트처럼 딩글거리며 미루고 사는 것이 몸에 배면

그 습관을 털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은, 남보다 나를 보면 안다.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남 탓 할 처지는 못 된다.

 

이야깃거리가 생각나서 소설을 써 보려 한 게 언젠데

진도는 하나도 안 나가고

게다가 이야깃거리 하나는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갯수는 두 갠데 생각나는 내용은 하나. 그것도 가물가물.

 

종종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게으른 시간은 아이디어를 공중 분해시킨다.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에 곰팡이가 폈다고 투덜거리는 시간을 모두 합하면

그보다 짧은 시간에 쓰레기를 비울 수도 있을 텐데...

 

4. 그럼 아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깨끗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을 벗어던지면, 그러면 살기가 더 편해질까?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타인에게 기대고 바라는 맘을 던지면 더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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