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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글을 쓰다 못 한 이야기를 마저 쓴다.
아이들을 보면 부모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답답하다던 그 아이도 대표적인 경우다.
엄마가 포기한 그 아이는 너무나 무기력하다.
오늘도 학교에 와서 집에도 가기 싫다고, 수업에도 가기 싫다고, 하고싶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한 교사는 지난 새벽에 한 아이의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집에 가면 매일 아빠와 싸우고 학교에는 친구도 없고,
자기는 사는 즐거움이 하나도 없다고..
지난 학기에 한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20분 정도 지각을 하게 됐다며 걱정하는 말을 한다.
20분 지각이면 조회에는 늦었지만 수업에는 제 때 들어갈테니 지각 처리는 되지 않는다고 염려 마시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늦은 것 때문에 담임에게 혼이 나지 않겠느냐 한다.
지각을 했으면 혼이 나기야 하겠지만 큰일이야 있겠냐고 염려 마시라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학부모, 운다.
아이가 특목고 준비를 하느라 새벽 2시는 되어야 집에 오는데
아침에 본인이 깜박 잠이 들어 아이를 못 깨워 줬다고.. 아침도 못 먹고 나간 아이를 혼까지 나게 했다고. 자기는 엄마 자격이 없다고.
늘 얼굴이 하얗고 피곤에 절어 누워있던 아이 얼굴이 떠오른다.
이것이 사랑인가.
아이가 너무 안쓰럽다.
언젠가 울 아빠가 그런 말을 하셨다.
애들을 가르치다 보면 힘든 아이들 중에 목사와 교사 자녀가 제일 많다고.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맞는 말만 많이 듣고,
또 그렇게 살지 않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들은 '바르게 사는 것'을 냉소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게 된다고.
마음이 통하기가 참 힘들다고.
간혹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아이는 일찍 철이 들었다고.
그래서 알아서 다 한다고. 엄마를 편하게 하는 착한 아이라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일찍 철 든 아이'였기 때문일 수도.
난 어찌 생각하면 어린 시절을 충분히 보내지 못했다.
그리고 충족되지 못한 어린 시절은 어른이 되어서도 어떻게든 나타나고 인생에 짐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주제넘지만 우리 아인 초등학생인데도 알아서 다 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그래도 사랑을 주라고, 아이가 아이 노릇을 하게 해 주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무관심도, 지나친 관심도, 많이 아는 것도(알기만 하는 것도) 아이에겐 해가 될 수 있다. 모른 척 하기엔 아이 인생에 부모가 끼치는 영향이 너무나도 크다.
사랑을 잘 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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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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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을 가르치다 보면 힘든 아이들 중에 목사와 교사 자녀가 제일 많다고.어렸을 때부터 너무 맞는 말만 많이 듣고,
또 그렇게 살지 않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들은 '바르게 사는 것'을 냉소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게 된다고.
마음이 통하기가 참 힘들다고.
-----> 저 두 직업중의 한가지를 부모로 두고있는 저로서 정말 그런것 같기도 하네요. 남의 말을 안듣는건 아니지만 바르게 사는것에 대해 다소 냉소적이 되는것 같기는 해요.
파란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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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교사의 자식(으잉?)인데요, 모태 신앙의 기독교인이기도 하여서, 효과가 제대로 났어요. 전 쫌 착한 아이 콤플렉스랄까.. 싸가지 없게 살고플 때도 있는데 그게 참 어렵네요. -ㅜsc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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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육아책'이란 책이 있는데요. 제목이 좀 웃기지요. 근데 진짜루 친절해요. 거기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응석부릴 때 응석부린 아이가 나중에 더 자립을 잘한다. 그게 대략 열살때까지라고. 너무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요...숨어 있는 분노가 있다...뭐 그런. 무서버. 여튼 그걸 읽으면서 저도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했어요. 파란꼬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제 슬슬 육아책도 봐야하잖아요. 여튼 이 책은 다양하게 힘을 주는 책이에요. 철학도 좋고 또 하나 남는 말이 있는데요. "아이가 소중하다면 그 아이가 기대고 있는 엄마는 더 수중하다." 뭐 그런 이야기. 딱 엄마라기 보다는 아기를 키우는 사람이겠죠. 여튼...읽어보면 좋을 듯. 제가 선물해도 좋고요. 히~~~파란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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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아/ 와 학교 애들 볼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얼른 주문해야겠네요. *^^* 내일 말걸기와 킨텍스에서 열리는 육아 박람회에 가 보기로 했어요. 힘들기도 하겠지만, 아이를 만나는 것 기대되기도 합니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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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한명. 일찌기 철난 척한 아이 추가요!사십다되어가는 이 판국에 반항하며 삶이 무의미하다 외치고 있답니다. 숨어있는 분노. 맞네요. 이제라도 알기라도 해서 다행이지요. 나는 늘 내가 바르게 잘 자란 아인줄 알았네요
파란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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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 부모에게, 특히 엄마에게 많이 엇나가. (칭구 맞지?) 사춘기 없이 지낸 게 이제야 빚을 갚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