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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5/19
    특박 포스트 3
    JSA
  2. 2007/05/19
    특박 포스트 2(1)
    JSA
  3. 2007/05/19
    특박 포스트 1
    JSA
  4. 2007/03/07
    준비(2)
    JSA
  5. 2007/01/30
    솔직하자 정직하자
    JSA
  6. 2007/01/24
    "섹션 연예 통신" 따위(2)
    JSA
  7. 2007/01/18
    쓰고 싶은 글 몇 가지(1)
    JSA
  8. 2007/01/18
    촬영 일정
    JSA
  9. 2007/01/10
    treatment 1, 2007-1-8(2)
    JSA
  10. 2007/01/05
    유치한 것들(2)
    JSA

특박 포스트 3

소위되기 참 힘들다.

훈련병, 사병들 걸을 때 뛰고 뛸 때는 기어가는 이 생활, 끝이 올까 싶었지만 벌써 8주가 지났다. 아까 저녁을 먹으면서 훈련받은 얘기를 부모님께 말씀드리다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생각해보면 사실 이 눈물은 고생한 게 억울하거나 당시의 고통이 생각나 나온 게 아니었다. 내가 없어져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소외감 때문이었고 돌연히 바뀌어버린 내 처지에 억울하고 불쌍하고 짜증나는 여러가지 심정이 뒤섞여버린 탓이었다.

 

직접 마주대하고도 사라지지 않았던 답답함은 한동안 나를 옥죌 것이다. 오히려 완전히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답답함만 더해졌다. 감정은 애초에 비언어의 영역에 있는바, 말이나 글로 감정의 실체를 보려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잊겠다" 라고 이야기하더라도 잊어야할 대상의 한계는 연기처럼 불투명할 뿐이다. 그렇다면 답답함을 없애겠다고 자꾸 내 안으로 파고들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려는 것은 내 기준에서 새로운 판타지만 계속 만들어낼 것 같다. 이래서 편지를 쓴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답답함을 없애려 편지를 보내지만 글을 쓰는 내내 혹은 글쓰기를 마치고 편지 봉투를 풀로 봉하는 순간부터 답답함은 더 더해져버린다. 나도 나를 잘 설명하기 힘들고 상대방도 자신을 명확히 묘사하기 힘든 이 난관에서 의사소통은 가능한 것일까.

 

선택은 두 가지. '체념'과 '끝까지 알아내는 것'이다. 체념한다면 연기는 바람을 따라 조금씩 사라져갈 것이며 답답함의 정체는 영원한 미결로 남아 하나의 단편적인 추억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꿈만 같았고 영원할 것 같았던 절실함이 달랑 사진 하나, 편지 몇 개로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건 현재로서는 너무나 아쉽고 슬픈 일이지만 답답함은 분명 사라질 것이다. '끝까지 알아내는 것'은 하나의 선택항으로서 가능할 뿐 실제로 이루어지긴 힘들 거다. 나도 나를, 상대도 상대를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에서 뭔가 알아낸다는 건 힘든 일이다. 정말로 노력한다 하더라도 근사치를 짚어내거나 아니면 아예 먼 소설을 하나 뚝딱 만들지도 모른다.

 

체념해버리자니, 켜켜이 쌓였던 기억과 시간이 너무나 아깝고 조금만 뭔가를 더 하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흩어져버린 연기를 다시 예전의 연기로 돌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 이러면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미워하게 되는 거지. 이런 건 이제 알만큼 나이도 들었고 경험도 있지 않은가.

 

어쩌면 내 인생 가장 중요한 3년이 될지 모르고 가장 중요한 8주가 될지도 모른다. 이 때의 경험과 감정, 생각은 나를 바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온갖 시련과 고통, 상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견디고 이겨야겠다. 하나하나 나의 눈과 발을 넓혀주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직접 정면으로 대하고 절대 피하지 않겠다. 23살, 클 때가 됐고 반드시 크고 말 것이다. 겁먹지 말고 숨지 말고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자.

 

힘내자 세안아. 짧디 짧았던 2박 3일의 특박, 참 뜻깊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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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박 포스트 2

특박 나와서 읽은 책 두 권 中,

     

 

1/  "도대체의 다락방", 도대체, 시공사

     집에 돌아와 얼마전 구입한 오디오에 몽크의 시디를 넣은 후,

     수많은 책 중에서 곧장 눈에 들어온 두 권의 책.

     술 냄새가 한시도 혀끝에서 떠나지 않았던 19살때 방바닥을 혼자 괴롭게 뒹굴며 읽었던 "다락방".

     "너"가 보이데.

 

무사고

-오늘은 무사고 32일째입니다-

공사장 한 켠에 세워진 무사고 기록판을 보며

33일전 사고가 난 사람은 누굴까 궁금해하다

 

갑자기 내 이마 한복판에

無思考 몇 일째, 기록판을 붙이고 싶데.

 

자취

나는 내 안으로 자꾸만 꼭꼭 숨고 기어들어가고

너는 어디에도 없고 그러나 너는 어디에나 여러 모습으로 남고.

 

 

2/ 화, 탓닉한, 명진출판

 

편지를 쓰는 데는 충분히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베트남 불교의 역사에 관한 나의 세 번째 책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미국인 교수가 탓닉한이라는 사람에 관한 책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 편지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편지를 쓰는 데 들인 시간은 박사 논문을 쓰는 데 투자한 몇 년의 세월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다. 박사 논문은 그 편지만큼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편지를 쓰는 것은 난관을 뚫고 대화의 길을 다시 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앉아 있거나 걷거나 일을 할 때 우리는 그 편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그 편지와 관련된다. 책상에 앉아서 편지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우리의 감정을 종이에 옮겨 적는 데 걸리는 시간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편지를 쓰는 순간은 그때만이 아니다. 밭에서 채소에 물을 주고, 걸으면서 명상을 하고,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 우리는 이미 그 편지를 쓴다. 그러한 활동은 모두가 우리를 더욱더 견고하고 평화롭게 해준다. 그럴 때 발생하는 자각과 집중이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이해와 연민의 씨앗에 물을 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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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박 포스트 1

맛없는 담배를 뻑뻑 펴대며 많은 얘기를 한 것 같지만, 남는 건 별로 없다.

내 속에 있는 얘기들을 힘들게 꺼내 펼쳐놓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기회는 이제 없다. 오늘까지의 기회는 이제 여기서 끝. 내일은 없다.

호언장담 내일과 모레에 대한 자신감은 아무 필요 없다.

생각해도 또 생각해도 이해되거나 납득되지 않은 이 상태에서

얼마나 가게 될지 얼마나 버티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한편으로는 끝없는 후회와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원래 끝은 여기였나 싶다.

애초에 내가 남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인정하고 존중하자.

시간은 지나고 감정도 변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인정하고, 체념하자.

 

이제 6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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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하니 이제는 정말 다니던 학교가 '남의 일'같이 느껴진다.

거의 밤 의무감으로 남은 생도 일을 마쳤고 졸업장을 찾아왔다.

이번엔 정말 끝까지 가보겠다. 작년 여름처럼 한달 반만에 때려치는 일은 절대 을 거다.

4년동안 많이 배웠고 다양한 사람 만나봤으니 결코 헛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잘하자. 잘하자.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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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자 정직하자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스트레스 쌓이는 나날들

억지 웃음 짓기도 지쳤고 이제부턴 내 맘대로 하겠노라 매일 잘 때 다짐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맘대로 짜증 내고 위안을 줄만한 친구들은 군대의 마수에 잡혀 있거나 대전에 있다.

 

꿈에서는 캐고딩 시절 과학 선생이 나와 맹장 수술을 의무적으로 무료로 해주겠다고 지랄하고

방금 적출한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시뻘건 맹장을 순대처럼 잘라내어 온갖 이물질로 가득찬 맹장 단면을 보여준다. 그걸 보고 "내 뱃속에 저런 게 있다면 이참에 꺼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다니.

 

다들 지딴에는 최고로 잘났고 바쁘고 예민하다.

맘편히 기대고 부탁하고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단어 선택과 표정에 구애받지 않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남 눈치 보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아침 햇살에 커피 향 그윽히 마시며 시집 읽는 분위기를 인간관계에서 찾는 사람들은 참 상대하기 버겁다, 온갖 전문 용어와 문어체적 감성을 현실에서 꺼내 풀어놓는 사람들은 피곤하다. 현실의 불확실성을 몇 가지 도식이나 형식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건 생구라다. 내가 한 행위나 생각을 그것을 하려는 의도만으로 어떠어떠한 과정이나 인식에 기반해있다는 식으로 레떼르 붙이려는 거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기성의 룰을 타파하자면서 항상 만드는 건 또 하나의 룰. 그 룰 안에 안주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단다. 그래, 언제나 사람은 유유상종이지. 자기들 그룹에 안 맞는 사람들 호박씨 까는 건 정치적으로 참 올바르신 분들도 매한가지더라.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넘어오면서 느낀 인간관계의 충격적인 변화를 새삼 다시 느낀다.

얌전하고 모범적이고 민감한 '똑똑하고 매너있는' 사람들, 정장 입히고 하루종일 앉혀 타자 치게 하면 딱 어울릴 사람들의 틈바구니는 지옥이다. 대학교 올라와서 같이 테니스 치고 통닭 뜯어먹을 친구 하나 못 사귄 건 정말  안타깝다. 아빠는 무릎 안 좋으셔서 이제 테니스 못 치시고, 고딩까지 껍질 벗겨지도록 휘둘렀던 라켓은 방 한 구석 모퉁이에서 썩고 있다.

 

이태원 살면서 아마추어 레슬링 배우러 다니던 시절, '그쪽' 사람들이나 많이 알아둘걸 후회막급이다. 나한테 어울릴 만한 사람들이랑 놀아야겠다 이제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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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연예 통신" 따위

개인적으로 뒷담화 까는 걸 매우 싫어한다. 누구 말대로 세상 좋은 일만 하다 가도 무척 짧은 게 인생이다. 기껏 모여서 한다는 소리가 허무맹랑한 남 뒷담화 까기라면 화장실에서 있는 힘껏 쾌변을 보고 약간은 빨개진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 닦아내는 거 그게 훨씬 뿌듯하다.

 

비슷한 이유로 남 뒷담화를 까는 사람도 싫어한다. 걔는 일종의 비밀의 공유 또는 나쁜 짓을 같이 한다는 걸로 어떻게 나랑 친해져보려고 애써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내 앞에서 남 뒷담화 까는 애가 남들 앞에서 내 뒷담화 안 깔 리 없다. 행여 내가 싫은 티 내는 걸 알게 됐다면 딴 데 가서  "그 새끼 지만 잘난 척 한다" 안 할 리 없지. 뭐든지 나쁜 점만 캐내고 부각시키려는 애들이랑은 별로 엮이고 싶지 않다. 나는 누가 뭐래도 이 세상이 완벽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살 만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뒷담화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없다. 누군가를 찐따로 만들어버리는 일은 상대적으로 나를 더 치켜세우고 나아가 그 얘기를 같이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치켜세운다. 이건 누구든지 깔아 뭉개고 올라가려는 고약한 인간의 본성이랑 관련 있을지도 모르겠다. 의식적으로 경쟁자나 포식자(?)를 욕함으로써 자신감을 얻게 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내가 지금 네 앞에서는 꿇지만 뒤에 가면 ㅈ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얻고 완전히 굴복당하지 않았다는 알량한 자부심도 갖게 되는 것이다.

 

길었지만, '섹션 연예 통신' 따위의 프로그램은 이런 심리를 잘 파고든다. 이건 완전 처음부터 끝까지 뒷담화 덩어리다. 누가 누구랑 사귀다 깨지고 이혼하고 남자가 여자를 뚜드려 패고 서로 소송을 건다. 가끔은 출연자의 진실한 마음이 담긴 것 같은 눈물 한 방을 보여주고 정말로 걱정하고 있다는 듯이 경건한 표정을 짓곤 하지만 남들 '안 좋은 일'을 대놓고 카메라 들이대고 어떻게든 취재해 보여주는 건 '대놓고 뒷담화 까기'다. 해당하는 연애인은 철저히 찐따가 되고 시청자들, 남들 못 되는 꼴 보니 좋아 죽는다. 요컨대 이런 프로그램은 '뒷담화의 오피니언 리더' 인 것이다.

 

임지현 씨 같은 학자들은 '대중 독재'라는 말을 하면서 나치 때 수많은 '국민 대중'이 그것에 동조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거 멀리 안 가도 이런 방송만 봐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뒷담화, 정말 구린 짓이다. 한 사람 찐따 만드는 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본인은 전전긍긍 하루에도 목 맬 생각을 수백번도 더 할 것이다. 이제는 식상해진 '언론의 자유'를 여기서 꺼낸다면 할 말 없다만 그런 말엔 더 식상한 '자유의 정당한 제한'으로 받아치겠다. 세상에 깔린 게 채널이고 방송 프로그램이다. 어떻게든 구린 짓은 피할 요량이라면 "섹션 연예 통신" 따위의 방송을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 남들의 사생활에 그렇게 관심이 많고 그것이 알려져 마땅하다 생각한다면 먼저 자신의 농밀한 사생활부터 빨갛게 세상에 까발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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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 글 몇 가지

한국 음주 문화

석궁 교수

찌질이 연예 통신類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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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일정

사랑스럽고 깜찍한 PocketMod 어디 갔느뇨

 

1/21(일) == 밴드 촬영

  오전 10시: 상훈이랑 아리랑 씨네센터 다녀온 후 회의

  카메라 준비

  오후 5시: 밴드 촬영 시작

 

1/22(월) == 호빈이형 촬영 1/2

  

1/23(화) ==  호빈이형 촬영 2/2

   오후 5시: 장비 반납

 

1/28(일)~1/29(월) == 내꺼 촬영

   장소 미정, 소품 미정

   고현정: 011-9364-6638  - 여배우 찜

   서지석: 016-9337-6220  - 보컬

   소진희: 016-9393-3058 

 

2/2 == 용의형 촬영

2/10 == 편집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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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atment 1, 2007-1-8

굳이 사람 구경하기에 좋은 장소로 공원을 꼽은 이유는 뭘까?

어제 난 세영이랑 동대문 골목을 걸었다. 충분히 재미있었고 사람 구경 원없이 하지 않았나? 왜 굳이 배경으로 공원을 선택한 것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극중의 인물은 특정한 목적 없이 아주 순수한 의도로 길을 나섰다. 아무 생각 없이 킬링 타임을 위해 집 밖으로 나온 것이다. 단순히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동대문이나 시장에 나서는 거야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이야기의 초점이 자연스럽게 주위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우연한 기회로 그것들이 해결되며 동시에 또다른 갈등이 생기는 것에 있기 때문에 시장보다는 공원 같은 곳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시장에서 우연한 기회로 다른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소통할 수는 있지만 공원은 시장보다 그런 게 일어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적어도 나의 경험 상으로는)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합목적적'인 채로 행동하는 것에 반해 공원은 그런 게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 과정에서 아주 우연하게 서로 만나고 말을 트고 그 사이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모종의 사건이 벌어진다는 게 얼마나 경이로운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처럼 인간 관계는 참 신기하면서 예민하다. 내가 원하지 않았더라도 시시때때로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서 관계가 형성되고 그렇게 전체 사회는 하나의 관계 덩어리로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 이야기는 그런 걸 소소하고 차분한 느낌으로 풀어나갔으면 한다. 관객은 영화를 보고 자기 인생 과정이나 자기 주변 사람들에 대해 전과는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약간은 들뜨고 설렌 감정 또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났으면 하는 것이다. 나아가 주변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해 새로운 눈길을 보냈으면 하는 거고.

 

하지만 문제는 역시 소재. 캐릭터와 이벤트의 리얼리티를 살리기에는 나 자신의 인생살이 경험이 미천하다. 23년이나 살아온 인생이 이렇게나 단순하고 재미 없다니, 자격 미달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나부터 '공원'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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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한 것들

별 거 아니다.

그냥, 이런 분위기에서는 오금이 후들거리고 몸둘 바를 모를 뿐이다.

사실 분위기 적응 못 해서 얼굴이 빨개지고 만다. 재미있는 척 과장해 웃다 보면 얼굴이 당긴다.

유치해서 싫어하기보다는 내가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치하다'는 수사로 부적응자라는 비난을 스스로 피하려는 연막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용기도 없고 워낙 단순하고 유치 뽕인 성격이라, 마음껏 놀 자신도 있다.하지만 재미는 별로 없더라.

 

 



-혈액형 운운하기

-블로그에다 학교 자랑, 애인 사진 자랑

-"남자는 다 그래" , "여자는 다 그래"  따위

-술자리에서 '사뭇' 진지해지기

-여자 앞에서 멋있는 척, 남자 앞에서 귀여운 척

-개나 소나 다 하는 문답형 자기소개

 

걔중에는 3번이 가장 유치하다.

둘 중의 하나. 연애를 안 해봐 쥐뿔도 아는 게 없거나, 아니면 연애를 많이 해봤지만 실은 유유상종 했을 뿐인 것. 여하튼 남의 하는 소리 신경 쓰다간 인생 제대로 못 산다.

 

경험으로 비추어보건대, 이 여섯가지가 한꺼번에 통틀어 나타나는 자리는 미팅과 소개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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