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째]108배

2010/02/11 23:50

 

108배를 하다보면 50회가 넘어갈 쯤 하루내 들끓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절을 하는 행위와 같은 높이로 낮아진다.

바닥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면 자연스럽게 내 마음도 낮은 곳으로 흐르게 되는 것 같다.

 

오만했던 마음도

억울했던 마음도

모두 섬김의 마음 아래로 사라진다.

그냥 절을 하는 것 자체가 섬김이랄까..

 

온 우주를 품은 나를 위해 절을 올리기도 하지만 그건 '나'라기 보다 나와 다른것을 구분할 수 없다는

진리에 가깝기에 그건 내가 아닌 '세상의 모든 것'이 된다.

 

그렇게 절을 하다보면

108참회문에 마음을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이것 저것 꾸미거나 덧붙이지 않은 '캔디'가 되어 있다.

초라해서 부담스럽지 않고

별거 없어서 편안하며

그렇기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 투성인

평화로운 상태가 된다.

 

 

누구보다 머리 하나는 더 올라와 있어야

혹은 '능력'이 있어야 된다고.. 주변의 모든이들이 이야기 하고

하루내 나 역시 그런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어깨에 힘을 빡~주게되는데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면 다른 사람에게 좀더 멋져 보이는 것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버리는데

 

74. 자신을 낮추어 낮은 곳으로 자리하는 겸손을 모시며 일흔네 번째 절을 올립니다.

 

 

겸손하라고 이야기 하는...부처의 가르침을 들으며 절을 올리면

그 모든 들끓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게 되는 것이다.

만족감과 감사함이 구현하는 힘의 원동력이 된다는 역설아닌 역설처럼

내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더욱 더 겸손하라고 이야기 할때 

담담한 눈길로 한걸음 떨어져 세상을 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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