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기가 낫지 않는다.
감기는 이미 충농증으로 옮겨 갔다고 하고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단다.
오늘로 한달째다.
나을 것 같다는 기대감은 항상 저녁이면 무너지고 만다. 깊은 숨을 쉬지 못하고 폐에서 마른기침이 올라오고
가끔 목의 한 부분이 바늘로 질린 것 처럼 아파오고 침을 삼켜도 사라지지 않아 계속 기침만을 하다가 눈물을 줄줄흘린다. 밖에 나가 다른일을 하고 오면 증세는 더 심해진다.
이유를 알 수 없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있다. 쉬는게 아닌가 싶어 밖을 나가면 감기는 여지없이 심해진다.
언제 나을지 알 수 없다.
3월은 이곳저곳 이사람 저사람을 만나려고 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되고 있다.
수냐님 말씀. 젊은 사람이 아프면 힘들지...란 소리가 마음에 와 닿는다.
2,
세상살이에 정답이 없다.
어떤 삶도 쉽게 평가할 수 없다.
살인자의 삶도 말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살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내는 답은 언제나 모호하다.
가끔 생각해 놓고도 어이없고 무서워 질때도 많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때도 많다.
'단오함', '결단력'과 거리가 먼 것 같다.
그건 사실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얼핏 맞는 것도 같고...
난 왜 운동을 하는가?
지금 운동을 하고 있긴 한가?
운동이란 무엇인가?
...........
아프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니 더 모호해지기만 한다.
..........
운동의 방향, 형태, 이론...너무 다양하다.
구체적인 상황에서만 답을 내릴 수 있고..그게 항상 일관되는지 알 수 없다.
왜 운동에 대해서 생각하는가?
.......
왜 운동에 더욱 가혹한 잣대를 대는가?
.......
운동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님을 안다.
인간다운 삶이란 결국 운동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다만, 운동이라고 규정하는 껍데기에 붙들려 있음을 안다.
집회 장소에 있다고 해서 운동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그것은 진심임을...
..........
부처는
자신이 할일을 알고
게으르지 않으며
바다와 같이 깊고 넓은 자비심을 갖는 사람이라고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난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게으르고
자비심은 아주 미약하다.
다만, 아픈사람을 보면 같이 아파할 줄 알고 다른이의 기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대방의 좋은 미래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것 뿐이다.
............
뭘 할지 모를 땐
일상을 열심히 사는 것이다.
필요한 일을 열심히 하는 것.
3,
난 강가의 작고 까맣고 동글동글한 돌멩이 일 뿐이다.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다.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가끔 나의 말들이 너무 과도하다고 느낀다.
그렇게 뭔가 심오한 생각들을 하면서 산다는 게 웃기다.
넌 그냥 강가의 작고 까맣고 동글동글한 돌멩이 일 뿐인데 말이야.
그냥 노동하고 한생을 묵묵히 꾸리며 살아가는게 전부일 것 같은 사람인데.
갯벌에서 한평생을
땅에서 한평생을
그냥 삶을 묵묵히 살아가며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작은 터를 아끼며
이웃을 사랑하는 삶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거나 요구하지 않고
내 잘났다 하지도 않고
한평생 일구어 가는 사람들이
그 어떤 대단한 이룬자의 삶보다 더 값지게 느껴진다.
4,
누군가의 '언더그라운드히어로' 작명에
진정 빈정거려버렸다.
빈정거려도 빈정거려도 이 비웃음은 가실길이 없다.
상대방이 속이 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계속 빈정빈정빈정거리고 싶다.
확실이 꼬여 있음이 분명하다.
그냥.
그래, 넌 '언더그라운드히어로'가 되고 싶구나~
혹은 그래..뭘 몰라도 그 말이 좋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뭔가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구나..라거나
이름에서 힘이 느껴지는데?
라고 했다면 참 좋아했을텐데
완전 꼬여서 빈정거렸다.
참 싫어하는 행동인데
이렇게 사정없이 꼬여서 빈정대는 것을 보니
나도 누구, 누구, 누구, 누구와 하나 다를 것 없는 인간이다. ㅜ
Comments
좀 나와봐봐~ 도움이 될거라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