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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친구들에서 온 편지

Name  
   류은숙  (2005-05-09 17:24:46, Hit : 200, Vote : 26)
Subject  
   국경없는 친구들에서 온 편지
지난 4월 26일에 받은 편지인데 이제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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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여러분에게 편지를 씁니다. 타이-버마 국경지대의 난민들에 대한 여러분의 지원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지난 두달여를 저는 국경 근처에서 보냈습니다. 3월 중순에는 국내난민 학교와 더불어 버마의 Karen족 국내난민 출신의 교사들을 위한 아동권 훈련을 조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경비 일부를 한국의 친구들이 후원했습니다. 우리들이 얼마나 고맙게 여기는지 여러분이 이해할 줄로 압니다.

이 프로그램의 경험은 매우 좋았습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만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내전 지역에서 온 일부 교사들은 국경 근처의 Karen족 마을까지 오기위해 먼 거리를 여행해야 했고, 아동권 프로그램이 그들 자신의 인민에게 유익한 것이며 어떤 집단의 정치적 선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설득하여 무장세력의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전에는 한번도 없던 일이었기에 무장세력의 군사 지도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허가를 해주었다는 것을 듣고 우리는 기뻤습니다.  

교사 워크샵의 13명 참가자들 중에 여성은 6명, 남성은 7명이었습니다. 이들 모두는 국경에서 타이쪽에 속한 난민 캠프에서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받았고, 어떤 종류의 교사 훈련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활동은 정말 놀라운 것입니다. 이들 젊은 교사들은 타이에 있는 캠프에서 더 이상 살지 않기로 결심하고, 고달프더라도 분쟁지역으로 돌아가 살기로 했던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그곳의 아동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피난민 마을은 안전하지도 않고 영구적이지도 않은 사회입니다. 그들은 내전 때문에 옮기고 또 옮겨다녀야만 했습니다. 여러번 마을과 학교가 불에 타 무너졌습니다. 이들 교사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정글속에 숨어야 했습니다. 폭음과 총소리가 멈추고 나면, 이들은 마을사람들이 어딘가에 다시 학교를 지을 때까지 나무 밑에서 혹은 동굴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이번 훈련 워크샵에서 분쟁지역의 아동과 관련된 문제들이 토론됐습니다. 무력 분쟁에 아동을 군인이나 짐꾼으로 이용하는 것, 아이들이 폭력사용에 노출되는 것이 우려됐습니다. 워크샵을 마친 후, 이들은 서로에게 약속했습니다. 아동의 권리(특히, 아동의 참여와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교육과 훈련 방법(음악, 예술, 드라마를 포함하여)을 활용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입니다.  덧붙여, 저는 그들 중 많은 이들로부터 이런 소식을 들었습니다. 돌아가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아동의 인권 문제를 토론하는 모임을 가졌다는 겁니다. 한 사람은 이런 소식을 전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을의 숙모와 삼촌들이 모임이 너무 길다고(이틀) 하더니 몇시간이 지나자 토론이 너무 재미있으니 4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는 겁니다.  

저는 잠시동안 치앙마이로 되돌아왔지만 여러분께 편지를 쓰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그 경험이 너무 좋아서 잠시동안 제 가슴속에서 조용히 되새기로 싶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교사들이 우리가 떠날 때 울었습니다. 우리가 빠른 시일내에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쟁 지역에 살기 때문에 사람들은 너무나 고립돼 있습니다. 같은 목적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다는 것은 영혼을 위한 양식입니다. 여러분이 거기에 있었다면 여러분도 또한 눈물을 흘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슬픈 감정이 아니었고,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었습니다. 때때로 눈물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설명해줍니다.

그뒤 3주 후에, 저는 다시 같은 국경 지역에 갔습니다. 난민 캠프 중 하나에 있는 Karen 여성 조직의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여성 조직은 인신매매 문제가 지역사회에 점점더 심각한 문제가 돼가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여성과 어린 소녀들이 매매춘과 가정부로 인신매매됐습니다. 많은 여성이 임금도 없이 집이나 공장에 갇혀서 노예처럼 매여 지냅니다. 더욱이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불법이주자이기 때문에 체포돼서 그들에게 위험한 버마로 송환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인신매매범의 피해자임에도 그들 자신이 범죄자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렌 여성 조직은 이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을 향상하고 교육과 타이 법률을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경없는 친구들'이 이 프로그램의 과정과 실무집단을 돕기 위해 거기에 갔습니다.

이 워크샵은 4만여 명이 있는 난민 캠프의 각 섹션에서 온 20명의 여성들로 진행됐습니다. 각 지역사회가 참가자를 선출했는데, 일부는 20대였고 일부는 50대나 60대 여성이었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사고했습니다. 워크샵이 끝날 무렵,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활동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바깥 세계의 사람들, 얼마나 많은 타이 사람들이 난민을 나약하고 게으른 사람들로 생각하는가, 단지 캠프에 머물면서 인도주의적 원조(공짜 식량과 의약품)를 받아 먹는 사람들로 간주하는가를 떠올렸습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말해야만 합니다. 이들 여성이 얼마나 강한 사람들인지 저보다도 훨씬 강한 사람들인지를 말입니다.  20여년 간을 이동의 자유, 노동의 권리, 정보와 표현의 자유가 부인된 폐쇄된 캠프에서 살았지만, 그들은 존엄하게 사는 길을 스스로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은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결코 앉아서 꿈만 꾸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두려움 없이 실천을 합니다.

지난 6주동안 이 두가지 활동으로 저의 몸은 지쳤지만 저는 훨씬 더 힘을 받고 강해졌습니다. 한국의 여러분들도 이 얘기를 듣고 기뻐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핍박받는 사람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는 여러분의 후원에 대해 기뻐하리라 생각합니다. 나중에 또 소식전하겠습니다.

국경없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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