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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나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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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나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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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럽3] 떠나자(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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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5] 유럽인의 생활 1

[여행기록3] 유럽인의 생활 1

 

3-1 집

 

>> 첫 발을 내디딘 곳. 독일 마인츠. 낯선 동네 풍경은 어디나 그림같다.

 

프랑크 푸르트 공항에 내려서 처음 도착한 곳은 마인츠. 독일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라인강을 끼고 있다. 평화운동가들이 처음으로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곳이기도 하다. 처음 마인츠에 들어서서 느꼈던 생각은 마을이 참 이쁘다는 것과 마을 구조가 사람살이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아파트와 빌딩, 그리고 왕복 8차선을 가득 매운 자동차로 가득한 한국의 도시 구조와는 사뭇 다른 느낌.

아파트를 좀처럼 찾기 힘들고 높은 건물도 별로 없다. 물론 큰 도시로 갈수록 높은 건물이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서울이나 뉴욕 도쿄와 같은 풍경은 아니다. 파리에서는 옛모습을 보존하고 난개발을 막으려고 건축물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대개 파리와 사정이 비슷했다. (김혜수 나오는 광고, '유러피안 라이프 신도 브레뉴 아파트'라는 멘트는 완전 뻥이다. 유러피안 라이프에 아프트는 없다.) 아파트 대신 옛스런 건물들이 즐비하다. 대개는 최근에 새로 지은 것들이라는데 여전히 이전 건축 양식을 사용한다는 뜻. 초코파이 한 상자 사면 들어있던 그 종이 모형 건축물. 정말 벽면이 굴곡없이 반듯하고 지붕 꼭대기가 성처럼 생긴 이쁜 집들이 즐비하다. (유럽인들이 한국 전통 가옥을 봐도 비슷한 느낌을 받겠지. 낯선 것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 초코파이 상자에 들어있을 듯한 건물들.

 

유럽이라고 이유없이 좋은 게 아니라, 고층 건물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게 부러운거다. 새 것과 옛 것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여유로운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돈보다 사람을 생각할 줄 안다는 게 부러운거다.(그래도 그들이 누구 덕분에 그렇게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집을 미친듯이 지어도 내 집이 없고 집과 땅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 어디를 봐도 무미건조하게 생긴 건물로 가득해 하늘도 잘 보이지 않는 이런 현실이 지겨운거다.

 

>> 이쁜 집. 꽃이 많다. 개성있게 이것 저것 꾸며 놓은 집들이 많다.

 

3-2 마을 구조

 

중학교 사회 시간. 교회를 중심으로 동심원 구조를 이루고 있는 중세 봉건사회의 이미지. 그 이미지가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마을 중심에는 어김없이 성당(교회)이 자리잡고 있다. 마을에 따라서는 민중의 저항을 상징하던 공회당이 있다. 물론 왕권을 상징하던 갖가지 조형물도 여기 저기 눈에 띤다. 그리고 여지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이 있다. 한국처럼 급격한 마구잡이 신축물 건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 곳곳에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그러고 보면 남대문이나 동대문은 참 엽기다. 문만 달랑 있으니...이 역시 역사의 일부이니 우열을 평가할 문제는 전혀 아니다.) 시내 중심부엔 각종 상점과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는데 차가 아예 지나다니지 못 하는 곳이 많다. 바닥은 벽돌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고 차도는 아예 깔려 있지도 않다. 도로가 먼저 놓이고 상점이 들어서면 시가지가 형성되는 한국과 마을의 형성 과정 및 구조가 많이 다르다. 심지어 시내 중심부에서는 자전거도 못 타는 마을이 있다. 그걸 모르고 자전거로 이동하다 항의를 들은 적이 몇 번 있다. 사람들은 대개 걸어다닌다. 마을 자체가 작고 비슷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왠만한 볼 일은 자전거로 다 해결된다.

 

>> 어디에서나 성당(교회)를 쉽게 볼 수 있다. 종교적 영향력이 막대한 사회임을 짐작케한다. 성모 마리아를 연출하고 있는 사람. 퍼포먼스로 돈을 받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3-3 상점

 

상점은 어디나 저녁 6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24시간 편의점 즐비한 한국, 일본하고 완전 딴판이다. 해지면 아무 것도 못 산다. 레스토랑만 빼고 죄다 문을 닫는다.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레스토랑이나 술집으로 모여든다. 밤9시 넘도록 지지 않는 태양. 햇볕을 즐기려고 나온 사람들로 레스토랑은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은 대개 건물 밖에서 식사와 술을 즐긴다. 쫓기듯 밥을 해치우고 2차로 달려가는 한국과 달리 느긋하게 한 곳에서 수다를 떤다. 거리는 금새 식사와 술을 즐기며 떠드는 사람들로 가득찬다. 거리 여기저기 공연을 하고 돈을 받아가는 악사들이 보인다. 레스토랑 가격은 싸지 않다. 아무리 싼 음식도 기본 10유로를 넘긴다. 그런데 한국의 술집과 커피숍 역할을 함께하고 있으니 저녁 시간을 고스란히 즐기기엔 무리가 없어 보인다.(그래도 우리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남에게 얻어먹을 때 말고는 거의 간 적이 없다.) 특이한 것은 건물 외부에 차양이 없다는 것. 수시로 내리는 비를 피할 때가 없다. 사람들은 짓궃은 날씨에 대비해 우비를 들고 다니거나 방수가 되는 잠바를 입고 있기도.

 

>> 사람을 기다리는 레스토랑. 식사시간이 되면 사람들로 가득하다.

 

또 하나 다른 모습은 유명 브랜드를 파는 상점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 유럽 물가가 비싸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만 맞는 말이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생필품은 오히려 유럽이 더 싸게 느껴진다.(맥주나 포도주값 정말 싸다. 진창 마셨다.) 서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게다가 옷, 신발, 악세사리 등등은 유럽이 훨씬 싸다. 나이키, 아디다스 따위의 유명 브랜드 매장 자체가 거의 없다. 백화점도 몇 번 못봤다. 사람들은 대체로 대형마트에서 파는 옷들을 사 입는다. 대형마트에서 왠만한 생필품을 다 판다. 싸게 대량으로 생산되는. 모두 옷차림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그냥 자기 편한대로 입는다.(기본 기럭지가 길어서 그런 지 그래도 멋져 보이는 언니들. 흐미..) 유명 브랜드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개 한국,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다. -.-;;

 

딱 일할 만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열심히 일하고 매일 친구들과 모여 저녁에 가벼운 술 한 잔과 수다 한토막. 아~~그립다.

 

 



>> 암스테르담. 운하의 도시 답게 어디에나 물이 흐른다.

 

>> 집마다 개성이 넘쳐 흐른다. 이쁘네~~

 

>> 마인츠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평화활동가들. 레스토랑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 라인강변에 위치한 이쁜 건물

 

>> 라인강변을 달리다 고성(古城)에서 잠시 휴식. 어디에서나 역사적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동네마다 반드시 자전거 가게가 있다. 파리에서 찾은 규모 있는 자전거 가게. 뚜르 드 프랑스 코스가 새겨져 있다. 대개는 주말에 문을 닫는다.

 

>> 파리 상가 밀집 지역. 아치형 복도 양편으로 상점이 늘어서 있다. 파사쥬(Passage)라 부른다.

 

 

>> 파사쥬 입구에 설립년도가 적혀 있다.

 

>> 레스토랑에서 한가로운 한 때를 즐기는 사람들. 건물을 보면 모두 벽면이 평면이다. 차양이 거의 없다. 햇빛에 민감한 한국인들과 달리 아무런 여과 없이 햇빛을 즐긴다. 그래서 그런 지  한국인보다  피부에 검버섯이나 기미, 주근깨가많다.

 

>> 시내 중심부. 바닥에 벽돌이 깔려 있다. 중심부로는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다. 마차는 관광용.

 

 

>> 퍼포먼스로 돈을 모으고 있다. 광장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진짜 동상같다.

 

>> 마인츠 시내. 수다쟁이 게르노트를 따라 동네 구경하고 있다.

 

>> 광장 한복판에서 각종 맥주를 모아놓고..추태를...

 

>> 비내리는 거리에서. 네덜란드에서 나동혁 기잡니다~~

 

>> 독일 어느 마을에서.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길 사이 사이로 추억이 깃든다.

 

>> 곳곳에 꾸미지 않은 멋스러움이..낯선 풍경은 더 큰 감동으로

 

>> 파리 어느 상점. 7월 27일부터 9월 11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소리다. 홍세화씨 책에서나 읽던 이야기가 현실로. 제대로 논다.

>> 네덜란드 델프스 하븐에서 본 자전거 가게. 특이해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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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4] 자전거로 이동하기

[여행기록2] 자전거로 이동하기

 

휴..여행기록 정리하기 장난 아니다. 수천 장 가운데 쓸만한 사진 고르고 크기 조절하는 것만도 정말 일이군.

  

2-1 자전거 해체, 조립하기

  

 >> 자전거를 해체하고 나서 상자에 담아 화물로 날렸다. 그리고 공항에 내려서 다시 재조립.

  

자전거 여행은 해체, 조립 과정으로 시작되었다. 출발 전날 미리 모여 해체했는데 처음 하는 작업이라 역시나 실수투성이. 자전거 가게에서 미리 얻어 둔 상자에 담으려면 길이, 높이, 폭을 조금씩 줄여야 했다. 완제품을 포장했던 상자가 아닌가봐. 아무튼 조금 작다. 살짝 아쉽다. 길이를 줄이려고 앞바퀴를 풀었다. 나사식이 아니라면 좀 더 편하겠지. 높이를 줄이려고 안장과 손잡이를 풀었다. 폭을 줄이려고 페달을 풀었다. 여기서 왕창 실수. 페달은 일반 나사와 조이고 푸는 방향이 다르다. 양쪽 다 무조건 뒤로 당기면 풀리게 되어 있다. 그걸 모르고 페달을 푼답시고 엄청나게 조여놓았다. (T.T;;) 그리고 일반 스패너로 상당히 풀기 어렵다. 결국 만원 주고 페달용 스패너 샀다. 덕분에 여행 내내 유용하게 썼다. 풀어둔 부분들이 손상되지 않게 노끈으로 단단히 묶어주었다. 상자에 담은 다음 빈 곳에 이것 저것 잡것들을 우겨넣었다. 나사나 스프링같이 자잘한 부속품은 봉지에 모아 담았다. 안 그러면 잊어버릴 수도 있다. 화물 운송 중에 상자에 흠이 가기도 하니까. 누구였더라. 뭐 하나 없어졌는데... 중요한 부속품이었나?? 아무튼 내려서 못 찾으면 낭패다.

상자에 담은 뒤에 청테이프로 떡칠을 했다. 안전제일!! 그렇게 하니까 거의 한나절이 걸렸다. 생각보다 시간 많이 걸린다. 다음날 아침 미니밴을 불러서 공항까지 이동했다. 5만 원 줬던가?

  

 >> 위풍당당(?) 후즐근하다.  뒤로 여행자 안내소가 보인다. 

  

2-2 공항에 내리자마자  

 

준비 부족을 여실히 실감했다. 공항에 내려서 재조립을 할 때는 한결 수월했다. 그런데 문제는 짐을 싸고 푸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흐흐...매일 짐을 쌀 때마다 1시간 넘게 걸려서 일정이 항상 지체되었다.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준비부족도 컸다. 다시 한 번 페니어를 강력히 추천한다. 짐받이는 무조건 튼튼한 걸로 사야 한다. 폼나는 거 다 소용없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저렇게 좌우로 길게 짐이 놓여서 균형 잡기도 어려운데다 한 번 넘어지면 짐받이 사정없이 돌아간다. 뒷바퀴에 무리도 많이 간다.(정말 뒷바퀴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펑크가 자주 났다. 나중엔 모두 자전거 고장에 지쳤다.) 중간에 여차 해서 짐을 꺼내야 할 때도 너무 불편하다. 한 번 풀었다 싸는 게 장난 아니다. 그나마 혼자 하지도 못한다.

  

 >> 유럽 어디에서나 자전거 사용자를 배려한  흔적이. 기차마다 자전거 전용칸이 있다. 그래도 자전거 여섯 대가 이동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저 짐이 문제야.

 

 자전거로 공항을 드나들기는 쉽지 않다. 일단 기차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유럽은 어디를 가도 자전거 사용자를 끔찍이 배려한다. 기차는 자전거를 들고 탈 경우 요금 옵션이 따로 있을 정도다. 짐칸이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여섯 대를 싣기에는 조금 비좁다. 기차 타고 내릴 때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짐이 뒤로 쏠려서 위험하다. 역시 짐이 문제다. 다음엔 꼭 유럽여행 경험을 살려 짐으로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 그래도 일단 달리기 시작하니 이런 저런 고생 다 잊게 된다.



 

2-3. 자전거를 배려하는 문화

 

유럽에 갔더니 자전거 정말 많았다. 오죽하면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전거에 치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 베트남 오토바이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대도시로 가면 자전거 문화도 조금 거칠다. 조금 느려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울리는 경적과 무섭게 앞질러 가는 자전거들. 휴~~ 자전거 무섭다는 생각 처음 해봤다. 자전거로 인한 교통체증. 상상이나 해보셨는지. 그래도 시내에서 자전거로 도로를 질주하려면 목숨의 위협을 느껴야만 하는 한국에 비하면... 자전거로 이동하고, 일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즐기는 게 극히 일상적이었다. 그래서 어디에서나 자전거를 배려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 도로 전용 표지판.

 

>> 자전거 전용 도로 바닥에 새겨진 표식. 머리를 보니 혹시 E.T.

 

자전거 도로 상태는 네덜란드, 벨기에 > 독일 > 프랑스 순으로 점수를 주고 싶다. 네덜란드, 벨기에는 자전거 도로만 이용해서 어디든 갈 수 있을 정도로 도로가 끊김 없이 완벽하게 깔렸고 표지판 역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자전거 표지판만 보며 가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전거 표지판 지시에 따라 자전거 도로를 달려 이틀 만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봐. (이명박이 운하 뚫어서 그 옆에 자전거 도로 놓아 준다면 혹할 지경이다.) 심지어 벨기에에서는 고속도로 옆에 나란히 자전거 도로가 나 있어 속도감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겐 정말 최상의 코스. 날씨 받쳐주면 계속 평지라서 하루 120~150km 주행도 거뜬하다. 북유럽의 여름은 해가 매우 길다. 밤 9시가 되어야 해가 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체력만 좋다면 자전거 타기는 정말 최고다. (비만 안 왔더라면 T.T;;) 강을 따라 나있는 자전거 도로는 행복감 200%. 도로도 잘 되어 있고 경치도 좋아서 기분 최고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네덜란드나 벨기에 만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종종 도로가 끊기거나 표지판이 불충분한 지역이 더러 있다. 물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면 그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역시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역시 대도시로 갈수록 자전거 타기가 조금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데 암스테르담, 헤이그, 브뤼헤, 쾰른 등 유명하다는 도시 가보면 크기가 너무 작아 서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구(區)하나 정도 규모. 그러니 불편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나마도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고 대부분 도로가 왕복 2차선을 넘지 않을 만큼 차가 많지 않다. 그래도 역시 파리에는 차가 많다. 자전거 타기도 조금 위험하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규모의 삶을 지향할수록 자전거는 일상과 멀어진다.

 

>> 지도를 보며 이동경로를 점검하는 일행. 출발점과 목적지를 지나는 주요 도시를 거점 삼아 달리면 쉽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2.4 그래도 준비가 필요하다면

 

여행안내 책자는 론리 플래닛을 썼는데 정보가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꼭 국내에서 미리 사서 비행기 안에서 읽어보기를. 지도는 현지에서 구매하면 된다. 좋은 지도 많다. 될수록 상세하고 큰 지도를 사면 좋다. 미셸린도 괜찮았고 독일에서는 Falk라는 책도 좋았다.

대부분은 지도를 따라 가다 보면 주요 도로와 나란히 자전거 도로가 나 있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출발점과 목적지를 일직선으로 연결한 다음 직선 가까이 있는 주요 도시들을 중간 거점 삼아 달리면 쉽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그러나 국경을 넘을 때는 도로 파악이 쉽지 않아 좀 더 세심하게 주의해야 한다. 유럽에는 국경 개념이 거의 없어서 심지어 자전거로 달리다가 이미 다른 나라에 와 있어도 모를 정도다. 그렇지만 도로 체계가 살짝 바뀐다. 지도대로 쉽게 길을 찾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도로 표지판이나 도로 사정이 달라져서 애를 먹는다. 일행은 결국 한 번도 온전히 자전거로 국경을 넘은 일이 없다. 여러 번 기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벨기에에서 프랑스 넘어갈 때는 굳게 마음먹고 국경을 넘었지만 국경 근처에서 도로 찾아 헤매다가 엄청나게 시간을 낭비했다. 벨기에만큼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고통스러웠고 도로 표지판이나 교통체계도 바뀌어서 고생이 심했다. 그 와중에 또 쏟아지는 비. 그리고 여지없이 뒤를 따르는 자전거 튜브 펑크. 정말 끔찍한 밤이었다.

기차를 탈 때는 자전거 짐칸이 따로 있으니 확인하길. 타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친절하게 기다려준다. 사람들이 이런 일에 익숙해서 그런지 여유가 있다. 짐칸이 그리 넓지는 않아 짐이 가득한 자전거 대여섯 대가 동시에 타면 공간이 비좁다. 타고 내릴 때도 쉽지 않다. 그래도 뭐 닥치면 어떻게든 다 된다.

동네마다 자전거 가게가 꼭 있으니 걱정마시라. 하지만 철저한 주 5일 장사. 저녁이면 절대 문 안 열어. 주말에 사고 나면 힘겹다. 돈보다 여유로운 삶을 원하는 그들의 철학이, 참 것두 있는 사람들 팔자지 싶다가도 한편으로 부럽다.

마지막 강조. 비 내리는 상황에 꼭 대비하자. 시도때도없이 내리는 비 정말 괴롭다. 비 오는 날 마냥 쉴 수는 없다. 일기 변화가 무지 심해서 장마나 태풍 따위는 없지만 수시로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린다. 우비 어설픈 거 가져갔다가 추워서 디지는 줄 알았다. 짐도 다 젖는다. 텐트 안에서 썩어가는 젖은 옷들. 오우...안습이다. 그리고 유럽 북부는 8월이면 낙엽 진다. 밤에 춥다. 꼭 든든히 챙겨 입기를. 한국 가을 날씨라고 생각하면 된다. 추워서 밤마다 등이 곱아...

 

>> 오우...설정 아님. 멋져..

 

>> 독일 어느 시골길을 달리는데 기구가 보이네.

 

> 으아 이거 뭐... 이게 밤 9시쯤일텐데..이 때까지 자전거 타고 있다는 건..T.T;;

 

>> 어쭈 한 손으로...제법이셔~~ 튼튼한 철티비를 자랑했던 오리. 바퀴 두께 덕분에 잔고장이 가장 적었다.

 

>> 잠시 휴식. 유럽에서 페니어를 구입한 아침. 그런데 이 언발란스한 느낌은 뭐지? 뭘해도 컨츄리한 자전거. 죄다 싸구려인데 빤쓰만 금테 두른 꼴이다. 페니어가 바퀴보다 더 커. 덕분에 정말 고생 많았다. 자전거나 그 주인이나. ㅋㅋ..아침 눈 흘기겠군. 동네마다 안내 표지판이 잘 나와 있다.

 

>> 바퀴가 가장 얇았던 RCT 2.5. 이게 두 대나 있었는데 고질적인 펑크로 고생꽤나 했다. 프레임에 덕지덕지 붙은 청테잎, 핸들에 묶은 노끈, 거기에 썬캡에 비닐 봉투까지. 뭘해도 컨츄리해.

 

>> 펑크 때우는 영은. 카메라 들이대자마자 저 표정봐라. 좋덴다. 아테네도 두 대였다. 역시 고생 꽤나했다.

 

>> 휴식. 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야. 아름다워.

 

>> 독일 라인강. 강을 최대한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인지 다리가 거의 없었다. 강을 건너려고 배 기다리면서 한 컷.

 

>> 라인강변을 달리다 잠시 휴식. 일행 중 절반인 셋이 삼십대.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중일까? 유난히 지쳐 보이는 아침.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건가??

 

 

>> 매번 다짐했다. 일정이 빡빡하니 조금만 쉬고 미친듯이 달리자고. 날맹이랑 나는 미친듯이 자고 있다. 늘 이랬다.

 

>> 가람. 캠핑장을 떠나기 직전에 한 컷. 출발은 언제나 예상보다 한 시간 이상씩 늦었다. 짐이 만만치 않다.

 

>> 비 정말 지겹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고. 아~~정말 컨츄리하고 처절하다.

 

>> 자전거 전용 비옷. 빨간색이 인상적이다. 달릴 때는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흡사 다크 템플러?? 여럿이 저 옷을 펄럭이며 달리는 모습은 흡사 비오는 날 마파도에서 도둑 잡으러 가는 듯한 섬득함을 느끼게 한다.

 

>> 반면 지하철에서 삼천원주고 산 내 비옷. 비옷은 역시 노란색이 최고다. 근데 괜히 서글퍼지는 이유는 뭐지. 비만 오면 저 노출된 허벅지가 추위에 떨어서...대패로 밀면 뚝뚝 떨어질 거 같은 닭살. 논둑 안 무너졌나 살피러 가는 길이다.

 

>> 네덜란드에서 벨기에 국경 넘을 때. 결국 뒷바퀴살이 떨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일요일이라 자전거 가게도 다 문닫고. 결국 혼자서 기차로 국경을 넘었다. 밤늦게 도착한 일행도 결국엔 시간이 늦어져 기차를 타고 왔다.

 

>> 기차역. 야유회 떠나는 동네 이장, 부녀회장, 막내딸, 옆집 총각, 오리도 한마리. 그런데 누가 없지??

 

>> 그래도 끝없이 뻗은 길따라 가는 길 마냥 즐거워.  

 

>> 너참 대단하구나. 너도 잠깐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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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3] 떠나자

[여행 기록 1] 떠나자


1-0. 결심하기까지


모처럼 시간이 나서 넉 달도 더 지난 여행기록을 쓰고 있다. 듣기 편한 음악을 틀어 놓는다. 꼭 ‘바람’이 들어가는 노래로. 여행은 바람 같은 거니까. 어디에서 불어 와서 어디로 흩어지는지 알 수 없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늘 두렵고 불안하지만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가득한.

어느새 넉 달도 더 지난 여행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한 권 가득 채운 일기 덕분.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 가슴으로 느꼈던 모든 것, 머리로 고민했던 모든 것을 다 남기고 싶은 마음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썼던 일기가 노트 한 권을 꽉 채웠다. 이 분량은 평소 일기의 2년치 분량 정도 된다. 운만 좋으면 50일을 2년같이 살 수 있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하늘, 바람, 별, 달...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고생이 심했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그래도 저 하늘을 보며 자전거를 타고갈 때는 정말 기분 최고야. 완전 Paradise!!



처음에 안 가려고 했다. 돈이 없으니까. 당연히,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친구들이 계속 꼬드겼다. 여자 친구랑 헤어져서 기분도 습습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이 서른에 한 번도 여행을 못해봤다. 이러다 좋은 시절 다 가겠다 싶었다. ‘젊을 때 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늙어서 호강하자.’라는 말이 참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래서 질렀다. 전부 빚으로. 그러길 참 잘했다.

 

>>  함께한 친구들. 고마워~~

  

 

1.1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서 고민할 것들

 

 

>> 여행 내내 함께한 자전거. 이 작은 몸체로 어디든 간다. 대단하다. 신비롭다.

장기간 자전거 여행인 만큼 친구들과 몇 차례 준비 모임을 했다. 여행을 해본 친구들이 제대로 도움을 주었다. 친구들 덕을 자주 봤다. 그래도 역시나 닥치면 생기는 수많은 문제.

여행 일정과 준비과정은 함께 여행했던 친구 오리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http://blog.jinbo.net/duck52/?pnum=5#more_anchor95 -> 블로그 <오리의 아일랜드>가운데 2006_여름_유럽&베트남 참고)

>> 뒷바퀴살이 뽑히는 희한한 일도 발생. 계속되는 자전거 고장은 일행을 지치게 한다.

내가 꼭 강조하고 싶은 건 자전거와 관련된 사항들이다.

자전거는 튼튼한 게 좋겠다. 바퀴 굵은 걸로. 6명이 모두 10만 원대 생활형 자전거를 가져갔다. 아무리 자전거 도로가 좋아도 무거운 짐을 달고 오래 달리다 보면 자전거가 힘에 부친다. 시도 때도 없는 튜브 펑크는 거의 매일. 심지어 원인도 알 수 없이 바깥쪽 타이어가 펑크 나고 림이 터지는가 하면 뒷바퀴 바퀴살이 빠지는 희한한 사태까지. 그나마 바퀴가 가장 굵은 오리 자전거가 잔 사고가 가장 적었다. 자전거 고장은 하중이 많이 가는 뒷바퀴에 집중적으로 몰린다. 어지간하면 바퀴 굵은 자전거 가져가는 게 좋다. 값비싼 MTB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바퀴가 굵은 걸로. 사이클용 자전거나 바퀴 얇은 하리브리드 자전거는 웬만하면 안 들고 가는 게 좋다.

다음으로, 페니어를 달고 가는 게 좋을 듯. 자전거가 생활화되지 않은 관계로 국내에선 페니어를 사치품으로 여기는데 유럽 가면 전부 페니어 달고 다닌다. 여행 다닐 때 페니어 없이 많은 짐을 쌓고

다니면 균형 잡는 데 힘들고 안장이나 짐받이가 자주 돌아간다. 페니어를 다는 게 바퀴에도 부담을 덜 주지 않을까? 페니어 없으면 매일 짐 풀고 싸는 일도 의외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6명이 함께 행동했던 이유로 짐싸는 데 걸리는 시간만 1시간을 가뿐히 넘어 항상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가 됐다. 만약 장기간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페니어를 달라고 말하고 싶다. 유럽 가서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막상 여행가면 페니어 다는 데 들어간 돈 아깝다는 생각 안 든다.

자전거 해체와 재조립 과정은 반드시 몇 번 연습해보고 갈 것. 안 그러면 닥쳐서 낭패 본다. 해체와 재조립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자전거 구조도 익숙해진다. 우리도 여행 떠나기 전 날 밤 자전거를  해체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그런데 때가 좀 늦은 감이 있다. 닥쳐서 배우는 것도 좋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루게 된다. (T.T)

자전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하고 기본적인 수리과정도 연습해보면 좋을 듯. 유럽에 자전거 가게가 정말 많다. 동네마다 다 있다. 그런데 일요일이 되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일요일에 고장 나면 완전 낭패. 기본적인 수리 방법, 부위별 역할과 구조는 꼭 익혀 두고 필수 장비는 꼭 챙겨야 한다.

 

 

 

>> 그래도 여행은 즐겁다. 풍경, 먹거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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