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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3] 떠나자

[여행 기록 1] 떠나자


1-0. 결심하기까지


모처럼 시간이 나서 넉 달도 더 지난 여행기록을 쓰고 있다. 듣기 편한 음악을 틀어 놓는다. 꼭 ‘바람’이 들어가는 노래로. 여행은 바람 같은 거니까. 어디에서 불어 와서 어디로 흩어지는지 알 수 없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늘 두렵고 불안하지만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가득한.

어느새 넉 달도 더 지난 여행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한 권 가득 채운 일기 덕분.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 가슴으로 느꼈던 모든 것, 머리로 고민했던 모든 것을 다 남기고 싶은 마음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썼던 일기가 노트 한 권을 꽉 채웠다. 이 분량은 평소 일기의 2년치 분량 정도 된다. 운만 좋으면 50일을 2년같이 살 수 있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하늘, 바람, 별, 달...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고생이 심했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그래도 저 하늘을 보며 자전거를 타고갈 때는 정말 기분 최고야. 완전 Paradise!!



처음에 안 가려고 했다. 돈이 없으니까. 당연히,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친구들이 계속 꼬드겼다. 여자 친구랑 헤어져서 기분도 습습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이 서른에 한 번도 여행을 못해봤다. 이러다 좋은 시절 다 가겠다 싶었다. ‘젊을 때 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늙어서 호강하자.’라는 말이 참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래서 질렀다. 전부 빚으로. 그러길 참 잘했다.

 

>>  함께한 친구들. 고마워~~

  

 

1.1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서 고민할 것들

 

 

>> 여행 내내 함께한 자전거. 이 작은 몸체로 어디든 간다. 대단하다. 신비롭다.

장기간 자전거 여행인 만큼 친구들과 몇 차례 준비 모임을 했다. 여행을 해본 친구들이 제대로 도움을 주었다. 친구들 덕을 자주 봤다. 그래도 역시나 닥치면 생기는 수많은 문제.

여행 일정과 준비과정은 함께 여행했던 친구 오리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http://blog.jinbo.net/duck52/?pnum=5#more_anchor95 -> 블로그 <오리의 아일랜드>가운데 2006_여름_유럽&베트남 참고)

>> 뒷바퀴살이 뽑히는 희한한 일도 발생. 계속되는 자전거 고장은 일행을 지치게 한다.

내가 꼭 강조하고 싶은 건 자전거와 관련된 사항들이다.

자전거는 튼튼한 게 좋겠다. 바퀴 굵은 걸로. 6명이 모두 10만 원대 생활형 자전거를 가져갔다. 아무리 자전거 도로가 좋아도 무거운 짐을 달고 오래 달리다 보면 자전거가 힘에 부친다. 시도 때도 없는 튜브 펑크는 거의 매일. 심지어 원인도 알 수 없이 바깥쪽 타이어가 펑크 나고 림이 터지는가 하면 뒷바퀴 바퀴살이 빠지는 희한한 사태까지. 그나마 바퀴가 가장 굵은 오리 자전거가 잔 사고가 가장 적었다. 자전거 고장은 하중이 많이 가는 뒷바퀴에 집중적으로 몰린다. 어지간하면 바퀴 굵은 자전거 가져가는 게 좋다. 값비싼 MTB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바퀴가 굵은 걸로. 사이클용 자전거나 바퀴 얇은 하리브리드 자전거는 웬만하면 안 들고 가는 게 좋다.

다음으로, 페니어를 달고 가는 게 좋을 듯. 자전거가 생활화되지 않은 관계로 국내에선 페니어를 사치품으로 여기는데 유럽 가면 전부 페니어 달고 다닌다. 여행 다닐 때 페니어 없이 많은 짐을 쌓고

다니면 균형 잡는 데 힘들고 안장이나 짐받이가 자주 돌아간다. 페니어를 다는 게 바퀴에도 부담을 덜 주지 않을까? 페니어 없으면 매일 짐 풀고 싸는 일도 의외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6명이 함께 행동했던 이유로 짐싸는 데 걸리는 시간만 1시간을 가뿐히 넘어 항상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가 됐다. 만약 장기간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페니어를 달라고 말하고 싶다. 유럽 가서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막상 여행가면 페니어 다는 데 들어간 돈 아깝다는 생각 안 든다.

자전거 해체와 재조립 과정은 반드시 몇 번 연습해보고 갈 것. 안 그러면 닥쳐서 낭패 본다. 해체와 재조립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자전거 구조도 익숙해진다. 우리도 여행 떠나기 전 날 밤 자전거를  해체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그런데 때가 좀 늦은 감이 있다. 닥쳐서 배우는 것도 좋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루게 된다. (T.T)

자전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하고 기본적인 수리과정도 연습해보면 좋을 듯. 유럽에 자전거 가게가 정말 많다. 동네마다 다 있다. 그런데 일요일이 되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일요일에 고장 나면 완전 낭패. 기본적인 수리 방법, 부위별 역할과 구조는 꼭 익혀 두고 필수 장비는 꼭 챙겨야 한다.

 

 

 

>> 그래도 여행은 즐겁다. 풍경, 먹거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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