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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2
    제주도 자전거 여행 2(3)
    칸나일파
  2. 2010/05/20
    진보정치, 지방선거 생각 2(6)
    칸나일파
  3. 2010/05/19
    진보정치, 지방선거 생각 1(3)
    칸나일파
  4. 2010/05/19
    제주도 자전거 여행(1)
    칸나일파

제주도 자전거 여행 2

>> 평화박물관을 나와 제주 남부로 향하는 길...집집마다 걸린 표지판이 이쁘다.



 

평화박물관을 나와 제주 남부로 향했다. 올레길로 치면 8 코스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조금만 더 가면 제주도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중문 해수욕장 일대다. 관광단지답게 여기 저기 호텔도 많고 도로는 시원시원하다. 길은 대체로 얕은 오르막이 계속되기 때문에 자전거로 달리기 은근히 힘들었다. 올레 7 코스 주변에는 외돌개를 비롯해 유명한 관광코스가 많은데 자전거 여행이었기 때문에 바다를 오른쪽에 보고 달릴 뿐,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그냥 지나쳤다. 자전거 여행에서는 굳이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다.




 

>> 올레길로 수시로 빠졌다가 다시 길을 달린다...쇠소깍.




 

법환포구와 외돌개를 지나 올레 싸이트에 소개되어 있는 유명한 남국호텔에 머물렀다. 3만원이지만 역시 분위기는 좋다. 대를 이어 여관을 운영하는 집안 답게 여행객들과 사는 것 자체를 즐긴다. 남국호텔이란 이름만으로 여행객들로 술렁이는 이곳에 떠돌던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 그 두근거리는 북적거림도 싫지 않지만 하지만 지금은 비수기. 굉장히 여유있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남다른 매력이다. 이 이국적 설레임이 주는 가을밤의 정취를 어떻게 하면 최상으로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우리는 어이없게도 서귀포 시내에 있는 미스터 피자에 가서 미친듯이 먹었다. 아...피자와 샐러드가 이렇게 맛있다니. 자전거 여행에서 모처럼 맛나는 진수성찬이 주는 즐거움은 몸을 움직여본 사람만이 안다. 최고의 밤이었다. 미친듯이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공기는 나른하고 졸렸다. 의도하지 않은 선택이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 인포에서 받은 제주도 지도에 여행경로를 표시했다. 나중에 기념삼으려고. 지금 내 방에 걸려있는 이 지도가 또 다시 자전거 여행의 로망을 자극한다. 이렇게 추억이 미래를 부르고, 미래는 다시 추억으로 남는다. 멀리 서 있는 자전거가 꿈을 꾸고 있다. 어서 달려달라고...




 

셋째날은 남국호텔에서 출발. 서귀포 시내를 빠져나와 제주올레 1코스까지 하루 종일 달렸다. 제주 올레 1코스는 성산 일출봉이 있는 곳으로 지난 올레 여행 때 머물렀던 오신생 할망 민박에 다시 찾아갔다. 이 곳은 1인당 1만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취사도 가능하며, 오고 가는 올레 여행객들을 만날 수도 있다. 가는 길에는 수시로 해안도로를 드나들며 청푸른색 바닷빛과 그 주변 경관에 취한다. 햇빛을 받으며 바다를 향해 차 한 대 없는 내리막을 내지를 때는 정말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기분, 영원히...




 

>> 자전거로 달리는 중에는저런 식으로 자주 끼니를 해결한다. 수시로 배가 고프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집어 넣는다. 그리고 다시 에너지를 태우며 달리는 흡사 기관차를 닮았다.




 

>> 표선 해수욕장. 이 곳은 성수기에도 공짜로 캠핑을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이 번에 새롭게 알았다. 다음엔 꼭 이 곳에서 캠핑을 하리라. 올레 싸이트에 소개된 춘자 국수에서 맛나게 식사하고 팥빙수 한 그릇 먹으려 했으나 10월이라 이미 빙수 판매가 끝났다고...




 

>> 이렇게 계속 달려서 셋째날 숙소에 도착했다. 지도에 그날 이동경로를 표시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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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지방선거 생각 2

1 당연한 분석, 당연한 귀결

 

진보신당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비판적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 반응.

 

"진보신당을 구성하는 당원들은 훌륭한데 왜 진보신당은 그렇지 않은가?"

 

여기서 훌륭하다는 말은 대략 '열심히 한다', '생각이 건전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런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당이 잘 안된다면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선전전 나가고 자보 붙이고 집회 나가고 그래서 쉼 없이 몸을 굴리는 것이 성실성의 기준이라면, 현실에서는 장렬히 깨지더라도 운동의 대의와 선명한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건전함의 기준이 되어 왔고, 지금도 대다수 당원들의 마인드는 그렇다.

인격적으로 구성원들을 높게 평가하고 나서 단체는 그렇지 못하다고 진단하면 나올 수 있는 결론이 뻔하다. 단체의 운영방식을 포함해서 지도부가 당원들의 능력을 모아낼 능력이 부족하고(혹은 의지가 없거나) 이것이 당내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결론.

 

이건 너무 식상한 분석구조다. 언제나 뻔한 말은 뼈 속 깊은 반성과 성찰을 방해하고 결국은 또 뻔한 해결책들. 가령 당원들이 평가안을 조직해서 지도부를 성토한다던지, 당원의 역할 확대를 내세운 어떤 새로운 지도부로 교체하는 수순으로 흐른다. 진보정치가 기성정치와 다른 자신만의 매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분석을 했는데, 해결책은 언제나 권력구조를 교체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2. 진보정당에게 필요한 것

 

진보정당이 일찍부터 지방선거에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가? ‘생활진보’의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며, 한 편으로는 기초의회 선거가 기성정치의 벽을 넘어 다수의 당선자를 다수 배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은 선거로 갈수록 양자구도가 약해지니까 그 빈틈을 노려보자는 것이다.

진보신당의 이런 움직임은 개인적인 고민과도 맞닿았다. 사회 진출할 때 쯤 한 번은 느끼는 죄책감은 자신이 도피했다는 되도 않는 설정에서부터 온다. 100아니면 0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기력. 그런데 이런 낡은 구도를 깬 것은 학생으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였다. 무엇이 더 진보적인가? 혹은 진보적인 삶인가에 대한 환상들이 깨졌고 체질전환을 필요로 했다. 되도 않는 적을 설정하고 혼자 싸우는 사이, 사람들은 그저 피켓을 들고 공연하고 행진하며 마음껏 상상력을 펼친다.

그냥 자기 삶의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을 쓸 데 없는 죄책감 때문에 모든 것을 손을 놓는 상황. 그러는 사이 세상은 계속 흐르고 진화한다. 10년 전 무상의료, 무상교육 내세웠을 때 ‘이 무슨 유토피아적 발상이냐?’고 비웃던 세상에서 지금은 무상복지를 너도 나도 정책으로 걸고 있다. 무상복지의 원조는 진보정당이다.

 

지금 진보신당에게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려면, 가장 먼저 생활진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도 그걸 소화해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 권력 구조에 대한 고전적 분석만으로 진보신당은 한걸음도 못 나간다. 항상 진보정치에 대한 갈망을 토론하면서, 해결책은 내부정치 공학에서 찾는 이런 사고방식이야말로 가장 손쉬운 길이다.

생활진보는 단순히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반성과 노력 가운데 나온 진보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생각하며, 적어도 10년 이상은 이것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활동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본다.

생활진보의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 역시도 중앙에서 나오지 않으면 스스로 자립하기 힘든 지역위원회와 지구당들. 아주 냉정히 말해 지역을 사고하는 우리의 수준에서는 당선자가 나오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진보신당의 현 상황에서 권력의 집중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누구라도 1년만 열심히 하면 지구당 위원장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이 절실한 당이고 진짜 아래로부터 민주주의해서 권력구조 바꾸겠다면 그것도 불가능할 리는 없다. 단, 없는 권력을 놓고 아웅다웅하다 판이 통째로 깨지는 게 문제지만...평당원들이 힘을 합쳐 당을 장악해야 된다는 논리는 그래서 지극히 옳은 말이고, 그래서 사실 아무 말도 안하는 말이다.

 

3. 여전히 남는 우리 모두의 고민

 

당내 활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민주노동당과의 분당 이후 계속된 감정싸움과 소모적 갈등?? 이건 적어도 이 번 선거를 기점으로 거의 사라질 것이다. 민주노총의 지지 문제를 비롯한 노동운동의 약화?? 이 문제 역시 단시일 내에 뭘 어쩔 수 있는 문제도 아닐뿐더러 애초에 진보진영이 단체들의 지지에 힘입어 얻은 표는 거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중앙정치의 실패?? 이건 논란이 좀 있을 거 같은데, 비판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 크게 보면 이 역시 핵심은 아니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아예 안 들어갈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야권연대 안 들어갔어도 욕먹고 들어갔어도 욕먹고, 선거 닥칠수록 광역단체장의 경우는 지지율이 계속 떨어졌을 것이다. 그걸 만회하려고 애쓰는 노력들이 남은 선거 기간 동안 필요하다. 그런데 그 회의 자체에서 뭔 말들이 오갔는지, 진보신당은 어떤 주장을 내세웠는지도 투명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협상과정에서 지지자들이 불만을 품고 내부 역량마저 떨어진 것은 문제다. 양당구조의 고착화.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니까 더 절실히 살아남아야 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남겨두려면.

 

당원들에게 에너지가 없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나는 그 원인을 여전히 찾는 중이다. 이건 절박한 내 삶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권력구조에 빠삭하고 언제나 권력구조에서 해결책을 찾는 습성. 먼저 책임을 지고 장렬히 쓰러지는 건 능하지만, 같이 알콩 달콩 사는 건 힘들어하는 내 모습과 진보정치의 현실이 겹친다.

지금 지도부에 대한 성토, 중앙정치에 대한 불신. 사실 이런 것은 대다수 진보신당 응원자들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경험도 많고 머리도 똑똑한데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훌륭한 당원들이 많은데 당은 잘 안되는 게 아니라 훌륭한 당원이 뭔지를 잘 모르겠다. 훌륭한 중간간부들은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잠들어 있는 가능성을 깨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능력 있는 1인보다 함께 잘사는 다수가 필요하다. 생활진보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이 필요하다. 노무현과 유시민이란 아이콘 하나로 열광하는 사람들의 엄청난 에너지만큼이나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즐겁고 설레이는 무엇. 하다못해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다는 모종의 음모적 연대의식이라도. 그 갈증이 모여 변화를 이끌고, 작은 거 하나부터 손수 계획하고 실천해서 욕도 먹고 기쁨도 먹는 경험이 쌓인다면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겠지. 여전히 해결은 각자의 열정으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열정을 일으켜 세우려면 고정된 프레임에 매달리는 의식구조의 흐름에서부터 냉정한 성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진보신당 게시판을 종종 찾아가서 초기화면을 본다. 35세 이하 솔로에게 전세자금 대출. 보는 순간 ‘야...기발한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좋은 정책을 우리 힘으로 설득할 능력이 없으니 슬픈 일이다. 최소한 그걸 알리기라도 해야할텐데. 그런데 살아서 계속 떠들면 조금씩 된다는 생각도, 요새는 조금 한다.

TV토론 보니까 노회찬 씨가 제일 말 잘한다. 말만 잘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잘 되어 있다. 구체적이고 치밀하다. 그런데 MBC에만 나온다. 그런 절실함, 안타까움, 노원구에서 떨어졌을 때 ‘지못미’를 외치던 그 사람들의 마음. 그걸 움직이는 노력. 노회찬/심상정만 바라보는 건 정말 문제다. 노회찬/심상정씨도 그걸 원하지 않을테다. (심상정씨는 잘 모르겠고 노회찬 씨는 개인적으로 조금 믿는 구석이 있다. 내가 아는 한 훌륭한 정치인이다.) 당원들이 나대면 너도 나도 다 즐거워 할 일이다.

 

최근 사회당이 지지선언을 한 것도 어떤 위기 의식 + 변화의 노력 때문이다. 가치 지향, 이념 지향에서 구체적 정책과 대안으로 돌아선 것.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생활진보를 전면에 내세운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거기서 답을 조금씩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나마 지역운동을 많이 겪어본 사람들은 생활진보의 실체를 더 잘 알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후보로 나서는 것. 그게 나에게도 자극이 되고 기쁨도 된다. 때로는 생활 속에서 느끼는 어려움 하나, 역겨움 하나 그런 것과 싸워나가는 게 충분히 혁명적일 수 있다는 생각. 보통 사람들의 보통 욕망 속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노력. 그것이 정치의 유일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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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지방선거 생각 1

나는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절실하게...전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따라서 진보정당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패쓰. 그런 입장에 대해서도 할 말은 있지만

여기서는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1.

나는 진보신당을 지지한다. 진보신당의 어떤 정책이나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진보신당을 지지한다는 말은

사소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당을 지지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내 입장은 편파적이다.

비판을 해도 애정을 전제로 깔고, 욕을 해도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는다.

냉소보다는 관찰이,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참여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그런 상태다.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 것은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중립성 따위의 말장난은 싫어할 것이다. 그런데 유독 선거나 정당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관조적이다. 남 이야기 하듯 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중립놀이를 하는

것처럼 진보정당들 사이에서 중립놀이를 하고, 심하게는 그 전체를 대상으로 무관심을 표한다.

 

"진보정당이 정신차리고 잘 했으면 좋겠지만 아님 말고..."

 

대체로 이런 식이다. 선거나 정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의식적인 무효표

행사라든가, 선거에 대한 보이콧이라든가, 정당정치에 대한 거부 역시 그 나름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건 말을 거는 태도다. 삶에 영향을 주는 사소한 일들에도 뜨겁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선거와 정당에 보이는 무관심과 시크한 태도는 어디에 기인하는가? 정말 고민스런 주제다.

 

시크한 척 한다면 그것은 상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실망과 좌절을 나름의 내공으로 극복한

방식. 정말 시크한 것이라면 매력없다.

이런 시크함은 정치라면 다 관심없다고 말하는 태도 만큼이나 무지하고 비겁하다.

"깨어 있는 시민이 민주주의의 힘이다."는 노무현의 말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냉소할 게 아니라 왜 그 이상의 설득력을 갖춘 언어가 없는지를 고민할 일이다.

정당으로 얻을 게 별로 없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얻을 게 있긴 있다는 뜻인데...

딱 그만큼만 지지하고 선택하고 관심을 가지면 될 일이다. 정당이 아예 무용하다고 말한다면

그런 비판은 어디에서 뜬구름 잡는 소리쯤으로 흘려넘기고 말 일이다.

 

2.

 

그래서 당원이 되었고 지방선거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 있어야지...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강서구에도 진보신당 후보가 거의

없다. 강서구 비례대표 서울시의원 후보 한 명과 방화동 기초의원 후보 한 명, 도합 2명이 전부다.

내가 사는 곳은 까치산역, 화곡8동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진보신당을 거의 접해본 적이 없다. 민주노동당

플랭카드는 종종 보인다.

 

지방선거 때 명함이라도 같이 돌려주려면 인사라도 터야 할 거 같아서 방화동 기초의원 후보 박현숙씨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갔다. 그 곳은 박현숙 씨가 활동을 해오던 공간이기도 한데 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는 선전물, 개소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박현숙 씨가 그간 활동해 온 궤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지역에서 학부모 운동과 환경 운동을 열심히 해 온 거 같았고 선거 전략 역시 그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선거 이미지와는 달리 개소식 내내 느꼈던 후보의 이미지는 체 게바라처럼 강한

혁명 전사였다. 흡사 대학생 때 메이데이 티셔츠를 방불시키는 단체티(체게바라와 박현숙씨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가 전면에 박혀 있고, 뒷면에는 무슨 공산당 선언급의 무시무시한 말들로 도배가 되어

있어서 다 읽기도 벅찼다. 다행히 선거티는 아니고 예전에 찍은 티셔츠인듯)도 그랬고, 영상물에

나오는 후보의 이미지도 그랬고, '박게바라'라고 굳어진 후보의 별칭이 그랬다.

 

친구가 영등포 당원인데 그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영등포 구청장 후보도 따뜻한 생활정치의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정작 후보는 웃는 얼굴이 영 어색하다고 한다. 그나마 포스터에 나온 얼굴이 제일 밝은

얼굴이라고...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가능성을 본다.

 

3.

 

이것이 현실적인 진보정당의 고민이다.

 

 

"야권연대와 진보대연합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사이, 진보신당만 피봤다. 선거전략이 없다."는 비판에

공감한다.

 

그러나 지지율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이건 언제나 결과적인 이야기다. 야권연대에 참여했다가

양자 대결구도에 묻히고, 그나마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줬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이 지지율과 어떤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분석하는 건 내 능력 밖이다.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야권연대에 엄청난 기대를 갖고 있다.

대대로 진보후보가 받은 표들을 생각하면, 지역에선 어떨지 몰라도 중앙 정치판에서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주위에 아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이런거다.

 

"한명숙과 유시민이 당선되는 동시에 노회찬이나 심상정이 10%쯤 나오면 좋겠다."

 

한나라당이 졌으면 좋겠고, 진보정당도 조금 컸으면 좋겠고 이런 이중적인 심리를 가진 사람이 많은데

현실에서 진보정당이 표를 너무 많이 가져가서 한나라당이 되면 어쩌나 하는 이중적인 고민을 한다.

그래서 이해하는 면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이게 20년간 반복된 레퍼토리인데 이제는 분명한 선택을 할 때가 아닐까?

선거는 어차피 표싸움이고 현실정치의 최고 이벤트다. 현실이 암담하고  우리가 힘이 부족하니 봐달라는

말은 정당이 할 말은 아니다.

 

그런데 협상 테이블에 나간 것 자체를 욕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예 정치 자체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에는 동감할 수 없다. 여론이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았나?

여론과 무관하게 갈 길을 가는 것도 정도껏이지...

오직 선명한 입장만이 선이라는 엄숙한 도덕주의는 사실상 현실정치는 똥통이라 나는 관심없어

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다. 그래서 현실정치에서, 현실적인 정치세력이 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진보정당은 언제까지 이상만 먹고 살아야 하나? 현실 정치에서 한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은데...

 

 

 

"선거 이후가 중요하다. 진보신당이 노심당을 넘어서려면 평당원 민주주의가 회복되어야 한다."

어느 정도 애정이 담긴 비판이고 건강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엔 문제가 많다. 노회찬/심상정 VS 일반당원 이라는 대립구도는 너무 불편하다.

조선일보 기념식 참가건, 야권연대 참가/불참 등  노회찬 후보에 대한 말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근데 그건 게시판에서 떠드는 얘기고 내 심정은 노회찬에게 과도한 권력이 주어져서 문제인 게

아니라 노회찬 마저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심정이다.

 

존재감도 별로 없는 진보신당이 여전히 언론에 나오는 건

노회찬, 심상정이란 자산 때문이다. 그들이 잘했다 못했다 평가와 별개로 스타 정치인이 평당원

민주주를 막고 있는 게 전혀 아니다. 평당원 민주주의가 활성화 되어야 하는 건 맞는데

그게 대립항이 없다는 게 더 골치아픈 문제다. 촛불시위 때처럼 데모 아니면 활력이 살아나지 않는

이 관성은 대체 뭘로 극복해야 하는 건가? 이건 내 문제이기도 하다.

 

덧붙여 스타 정치 시스템 자체에 혐오를 갖는 건 이해하지만 너무 답답하다. 노회찬, 심상정, 강기갑

같은 스타 정치인이 생긴 것은 진보정당의 성과다. 그래서 스타 정치 시스템이 뭔가를 왜곡하면 그 점을

비판해야지 왜 그들이 유명해지는 것 자체가 문제인가? 이건 마치 강기갑이 개그 소재로 쓰인 것

자체를 불편해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개념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뭔 별나라 존재처럼만 여겨지던 진보정치인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서...

오히려 대다수 당원보다 가장 앞서 있는 건 노회찬이 아닐까 하는 이 기분 씁쓸하다.

 
4.


노회찬과 진보신당은 진보정치 전체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신당이 잘 되면 좋은데 아님 말자는

식으로 나는 편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진보신당이 맛이 가고, 그 진보신당에서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

맛이 가고, 진보신당을 열심히 지켜보던 사람들이 맛이 가는 그런 상황은 생각만해도 갑갑하다.

그 소중한 자산들이 다 사라지고 나면 이 척박한 상황에서 누가 또 그 많은 일들을 해내나?

그 소중한 에너지와 열정들이 안타깝다.

 
보수 정치인들도 싸움을 한다. 그리고 치고 박는 와중에 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성장한다.

그러나 보수 정치 전체의 이해관계를 뒤엎지는 않는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해야지...

진보신당이 공공의 자산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

 

 진보정치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무결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도덕적 엄숙함으로 무장한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오지 않는 미래를 끌어다 현실을 비판하는 것은 결국 현실에서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말이다. 그러니까 늘 이 세상의 속물성이 역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순간 자신은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서 그들을 내려다볼 수 있겠지만 그 현실은 영원히 시궁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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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여행

작년 9월에 2박 3일로 제주도 올레에 다녀왔다. 1코스와 7코스를 돌았다.

 

그리고 한 달 후, 제주도가 너무 좋아서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했다.

 

10월이면 다소 늦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차라리 조금 늦게 오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제주도 날씨는 그럭 저럭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파랬다. 별 준비없이 떠난 여행, 저가항공에 힘입어 제주도는

 

무척 가까운 곳이 되었다.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힘든 점은 자전거 운반. 그런데 김포공항 1층 화물센터에서 2만원

정도를 받고 포장을 해주는 서비스가 생겼다. 전용 박스까지 갖춰져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어찌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오전에 출발해서 점심 지나 제주에 도착했다. 1만원을 내면 자전거 박스를 보관해주는 곳이

 

있더라. 제주도 여행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니까 사소한 부분까지 서비스가 갖춰져 가는 듯.

 

박스를 맡기고 해안가에 내려서 서에서 동으로 일주를 시작했다. 이 때가 대략 3시쯤.

 

해안선을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9시 방향에 위치한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그게 대략 7시 30분쯤...이미 해는 지고 사방이 컴컴했다.

 

 

>> 해질녘, 서쪽 하늘이 예술이다. 오랜만에 다시 살아나는 이 느낌...

 

협재 해수욕장 근처에서 1박. 이름이 하얀집 민박이었다. 1박에 3만원쯤. 비스기에 제주도는

 

왠만한 여행지보다 싸게 여행할 수 있다. 저가항공까지 있어 경비가 저렴해진 요즘, 같은

 

값이면 KTX타고 부산같은 데 가는니 제주도를 가는게 훨 낫겠어.

 

이튿날 아침, 실컷 자고 느즈막히 11시쯤 길을 나섰다.

 

 

>> 협재 해수욕장. 아침에 이 곳을 떠나며 아쉬운 마음에 몇 컷 찍었다.

 

 

해안선을 따라 가는 무난한 코스를 제쳐두고 살짝 오르막을 올라 내륙지방을 뚫고 갔다.

 

대략 9시에서 7시방향 정도로 갔다고 할까? 중간에 위치한 평화박물관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내륙으로 접어드니 반가운 올레길 표지 발견. 올레길 13코스던가?? 어느새 동쪽에서 출발한

올레길이 해안선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돌아 서쪽까지 돌아왔단 이야기...

동네 이름이 평화동이다.

 

>> 제주도에는 일제 시절, 일본군이 파놓은 땅굴이 많다. 땅굴이라기보다는 요새에 가까운데

안으로 들어가보면 산 전체가 복층 구조의 건축물처럼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강제징용당한

제주도민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평화박물관은 일본군이 파놓은 동굴을 위주로 오름 일대를 돌며 관람(??)하도록 되어 있다.

 

친절하게 안내인 한 분이 따라다니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기억나는 이야기만 해보면..

 

예전에 고이즈미 일본 전총리가 방문했을 때 상대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평화박물관 표지판을

 

모두 치웠다고 한다. 좌우로 편을 갈라 상대가 한 행위는 무엇이든 부정하려는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이 자신의 상처마저 감추려 하는 불행을 낳은 것이다. 

 

정부 지원이 없는 형편이라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이라

 

한계가 많은 듯...그럼에도 꾸준히 박물관을 알리려 애쓰는 듯...안내인 역시 자원봉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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