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비가 온다

  • 등록일
    2009/05/21 13:34
  • 수정일
    2009/05/21 13:34

추적거리는 비가 떨어진다.

쓰레트 지붕위에 떨어진 빗물이 흘러 떨어지는 소리가 음악처럼 흐른다.

 

비를 좋아했던 아이가 있었다.

놀줄 아는 거라고는 뚝방 넘어 고수부지와 학교담장안에서 친구들과 공을 가지고 놀던 아이였다.

 

부모님의 기대와 달리 학습에 대한 집중력이 좋지 않았던 아이는

일요일마저도 친구들과 공부한다는 핑계로 학교로 향햐여, 축구, 농구, 배구, 족구, 탁구, 테니스 등을 끝없이 했다.

"기차는 어둠을 헤치고~"의 은하철도 999가 울려퍼지던 일요일 아침,

친구들과 함께 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하여해가 질 무렵까지 지칠듯 지치지 않고 뛰어다녔다.

먼저 테니스장을 차기 하기 위해 도착한 곳에 사람이 있을 경우,

우린 여의도 고수부지의 테니스장을 이용하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서로의 연락처조차 잊고 사는 녀석들과의 기억은 30년 넘게 산 동네 덕에 지나는 길에 가끔 듣게 된다.

 

많은 친구들과

뚝방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누구누구의 집에서 잘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감싸고 공부한답시고 수다를 떨다가 라면을 끓여먹던 기억들,

친했던 녀석은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녀석은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가 되기도 했다.

물론 또 다른 삶을 계속 해 가는 친구들도

산업화시기 형성되었던 영등포의 주변부는 무허가 판자촌과 굶주린 이들이 세상을 버티기 위해 머물던 곳이였고, 여기 저기 공장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황토빛 흙은 온갖 주물작업에 회색 빛이 되고, 지금의 뚝방위에 조차 누군가의 집에 서 있던

그 시절은 88 올림픽과 함께 사라졌다

 

세상이 뭔지도 몰랐던 그 시절,

뉴스에는 최루탄 가득한 얘기가 넘치고, 학교에서는 자율학습을 중단하고 집으로 보내기를 다반사로 했다.

 

가끔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날의 친구들이 기억난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 그녀석들과 학교안 운동장에서 비를 맞으면 신나게 볼을 차던,

흠뻑젖은 옷과 신발, 몸 구석 구석에 김이 모락거리고, 파랗게 변해가는 입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다니던 기억들이 새삼 새롭다

 

오늘 비가 내린다.

매번 즐겁기만 했었던 것같은 비의 기억에 너무 힘들다.

여기저기 농성장과 투쟁으로 내몰린 이들의 고통을 넘어  극기할 수 밖에 없는 삶에도 비가 추적거리며 내린다.

 

그래도 비는 계속 내릴 것이다.

오늘, 그리고 또 어느날 우리를 힘들거나, 기억하거나 할 비가 계속 내릴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