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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야 미안해

  • 등록일
    2009/07/09 10:23
  • 수정일
    2009/07/09 10:23

지난주말 부모님이 시골에 내려갔다오셨다.

일요일 늦은 시간 올라오신 탓에 특별히 얘기를 나누지 못하였고,

월요일 퇴근후,

어머니는 역시나 다녀오신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신다.

이럴때는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 그나마 내가 어머니께 해드릴수 있는 유일한 효도라고나 할까....

오랜만에 만난 전국의 친척들에 대한 많은 얘기들은 처음, 사실적 관계로부터 시작되지만, 결국은 결혼초기 아쉬웠던 많은 것들과 또 어려웠던 어린시절얘기까지 흩어나간다.

그래도 가끔씩 추임새아닌 추임새를 넣다가 잘못하면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서 나에게 화살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어서 어쨋건 이것도 조심스러운 지점이 많아진다.

몇년만에 만난 당숙 아저씨 얘기와 큰집을 홀라당 말아먹은 집 장손인 큰형얘기까지, 그리고 최근 몇년간 볼수 없는 사촌형과 또 다른이야기, 나는 알지도 못하는 어른들에 대한 얘기까지 이어지다가 다시 외가쪽 얘기로 이어졌다가 돌아오고 얘기는 한없이 이어진다.

아마도 누구에게도 할수 없는 속내를 가끔씩 이렇게라도 못난 아들에게 풀고 계신 듯 하다. 원망과함께 말이다.

별것도 없는 집이였지만, 잘 다니던 직장을 크만두고 큰집을 홀라당 말아먹은 장손인 큰형에 대한 얘기와 또다른 장손인 육촌조카에 대해 말하시다가 화요일 오랜만에 우리집으로 놀러온다는 말씀을 하신다.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란, 그리고 사람챙기지 않던, 챙길수 없었던 큰형의 밑에서 자란 조카녀석이 거의 20년만에 집에 놀러온다며 맛있는 것좀 해달라고 했단다.

 

뭐 특별히 내가 고민할 일은 아니지만, 시골에 함께가지 못한 죄스러움에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거의 1년간 모았다 돼지저금통을 들고 나왔다.

두주먹 모아논 크기의 돼지 저금통은 일년만에 꽉찬 느낌이다.

돼지의 배를 갈라내자 팅팅거리는 소리와 함께 동전이 쏟아지고 헤아려 본 금액은 거의 5만원정도,

'현구 올라오면 이걸로 뭣좀해주세요.'

다행히 돼지저금통 이벤트가 성공했는지, 어머지는 좋아하신다.

오백원, 백원짜리를 따로 모아서 하나씩 세가면서 생각보다큰 금액에 어머니는 좋아하신다. 

 

돌이켜보면 내가 돈을 모아서 어머니께 드린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짤랑 거리면 들고나온 돼지저금통을 다시 책꽂이에 올려논다.

'그럼 내일오겠네'라는 말에

'아니 이번주는 아니야'라고 하신다.

뭔가 당한 느낌이다. 난 당연히 이번주 올라오는 것으로,,,

 

"돼지야 미안해"

 고픈 돼지 배를 다시 채우기 위해.

 

사실, 돼지가 크면 어머니 등산화를 새로 사드릴려고 했던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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