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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꺼지고

  • 등록일
    2008/05/26 00:22
  • 수정일
    2008/05/26 00:22

 

모든 "깃발을 내려라."

 

길거리로 쏟아진 대중에게 어느 누구의 깃발도 허락하고 있지 않다.

책임질 지도부와 행사를 안내할 가이드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보고 느끼고 판단하고 이미 행동하고 있다.

그 누구의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바로 스스로의 결정과 판단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는 다중의 새로운 등장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잘나간다는 여러 집단의 총력을 모은 노력으로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든 힘들을 그들이 보여주기 시작한다.

촛불로 모인 다중은 이미 MB의 쇠고기 협상과 한미FTA, 물산업지정법, 의료보혐당연지정제 폐지, 공기업 민영화, 국립대법인화~~~ 등 기억하기도 힘든 많은 사안들을 뒤로 밀어내고 있다.

이미 다중의 힘은 취임 3개월의 막강한 국가 수장의 권력을 무력화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힘은 이제 진화하고 있다.

폭력과 연행, 구속과 협박을 넘어서 29시간의 집회를 사수하고 자본가 국가권력에 직접적인 대항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에는 또다른 노력과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청계광장의 촛불이 꺼지고 나서 집으로 가려는 내 앞에 갑작스럽게 방패와 헬멧을 쓴 전경들이 뛰기 시작한다.

뭔일인가 궁금증에 따라간 자리에는 한무리가 시청앞(덕수궁 옆) 도로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삽시간에 무리는 50여명에서 5~6천으로 늘어나기 시작하고 나서 길을 막고 있는 경찰들과 실랑이 하다가 명동쪽방면으로 몰려가기 시작한다.

 

"고시 철회, 협상 재개"가 울려퍼지며, 얼결에 따라간 대오는 명동들머리에서 다시 청와대로 방향을 틀었다.

낮시간 내내 더위에 지치게 만들었던 날씨는 시원하기만 하다.

대오가 다시 청계천을 지날 무렵, 경찰병력이 막아서자, 다시 또다른 행진이 시작된다.

그리고 대오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길을 가던 사람이 동참하고, 버스를 기다리던 이가 박수를 치면서 합류하고, 애인과 데이트를 하던 이들이 동참하고, 놀러나온 젋은 친구들이 결합을 한다.

대오가 다시 명동을 거쳐서 서울역을 향할때쯤, 이미 만여명을 넘기고 있다.

앞뒤로 끝이 보이지 않을때쯤, 남대문이 보이기 시작한다.

 

버스를 기다리던 이들에게 "같이해"를 외치다가 남대문이 보이자"명박이가 태웠다"를 외치기 시작한다.

명박 탄핵이 외쳐지고, 청와대로가 외쳐지면서 대오는 서울역을 거쳐서 경찰청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한 걸음 한걸음 떼면서 움직이던 대오 앞에 중앙일보가 보이자, "중앙일보 찌라시"와 "중앙일보 쓰레기"가 외쳐진다.

 

이들은 각자의 생각과 판단으로 도심의 한가운데를 돌파하고 있다.

막으면 빠져서 넘어서고, 아니면 돌아서서 다시 넘어선다.

여기저기서 지지의 박수와 경적이 울려퍼지고, 스스로 흥에 겨워 세상의 중심으로 다가서고 있는 이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3시간 가까이 행진하는 동안, 사실 아는 얼굴하나 없는 전혀 새로운 힘들과 만나고 있다.

참여자의 50%이상은 개인이고, 대체로 친구나 애인 가족들과 참여하는 모습이다.

절룩거리는 나이먹은 아저씨와 뒤뚱거리는 아이의 모습, 자전거를 끌고 참여한 이들, 도심을 가로지르는 스스로의 모습에 도취되어 연신 사진기를 만지작거리는 젊은 친구들, 간혹 흥분되어 이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까지 이들 모두가 스스로 세상과 싸우고 있다.

 

바람이 날리는 촛불이 번지고 있다.

쉽게 꺼질줄 알았던 촛불이 조금씩 햇불로 번지고 있다.

누구나 쉽게 꺼질수 있다고 외치던 촛불이 소위 "운동권"이 우려하는 무수한 자본의 총공세를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주에서 40대의 나이에 분신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 촛불은 든 그들의 목이 쉬어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듯, 무정형의 다중이, 예상, 예견되지 않는 분노를 모아가고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힘으로 전염시키고 있다. 

 

당신도 이 새로운 힘에 전염될 생각은 없는가

 

"같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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