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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새보다 더 무서운 이들

  • 등록일
    2008/08/06 10:15
  • 수정일
    2008/08/06 10:15

작은 촛불로 시작되어 모두에게 흥분을 넘어 광분으로, 혹은 차분하게 새로운 준비를 하게 했던 많은 기억들,

5월 말 새로운 다중의 출현에 놀라고, 스스로도 그안에서 행복해하며 6월을 만났다.

서울도심의 거리는 우리들의 공간이였다.

숨박꼭질 놀이와 밤마다 걷기운동으로 시작하여, 새로운 여행 상품이라는 닭장차투어로, 또 만인과 함께하는 샤워, 우린 때이른 여름을 만난듯 서울 한본판에서 물놀이를 즐기다가, 광화문앞 닭장차 굴리기와 토성쌓기를 이어가면서 6월의 밤을 즐겼다.

그리고 새벽이 다가오며 누가 누가 질긴가를 확인하는 것처럼 소심줄보다 더 질기게 광화문 거리에서 버티고 또 버티었다.

그 거리에는 모두가 함께있었다.

 

그리고 그날이 갔다.

 

어느새 2MB의 용량 밖에 안된다던 그넘이 기존의 프로그램을 지우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깔았나보다.

미친개처럼 덤비며 물고, 뜨고, 개처럼 짖는다.

"다 잡아드려"

"물색소 쏴"

그리고 백골단이 다시 만들어졌다.

 

부시가 온단다.

난 얻어쓰는 조그만 텃밭에 배추를 심으로 갔다가 뒤늦게 서울로 올라와 촛불에 합류했다.

보신각 앞에서 어영부영하는 사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그냥 아무생각없는 그 순간, 너무나 많은 지침과 외침, 욕설과 폭력이 난무한다.

 

그리고

 

1. 그녀의 앙칼질 목소리

역시 "우리경찰~~"로 시작되는 방송이 시작된다.

"집회참가자 여러분, 우리경찰은~, 우리경찰은~, 우리경찰은~ 즉시 해산하십시요.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경찰은 끝까지 추적하여~ 엄벌에 처하겠습니다."

 

그래도 우린 해산하지 않았다.

 

2, 그넘의 다부지거나, 돼지 목따는 소리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가 뭐라고 꽤꽤 질러된다.

방송첨하는 넘인가보다. 아님 다급했나, 윗선에서 지랄을 떨었나, 급하게도 질러된다.

뭐 대충 해산하라는 거겠지, 아님 물색소가 포함된 물대포 발사와 잡아들이겠다는 얘기일 것이다.

 

더위에 짜증스러운 그 순간, 물대포가 발사되고, 그안에 색소를 첨가하여 발사한다. 역시 이리저리 몰이당한 토끼뛰듯이 구석으로 뛸뿐이다

 

그래도 우린 해산하지 않았다.

 

3. 1차 해산

종로2가로 3가로 다시 4가로, 저 앞에 동대문이 보이기 시작한다. 4주전 쏟아지는 비를 쳐 맞으며 동대문을 돌았던 기억이 난다.

많은 이들이 여름 감기에 걸리고, 몸살과 피곤으로 지치게 만들었던 기억이 말이다.

행진은 동대문에 접어들기전에 퇴계로로 향한다. 그리고 시청으로 향하는 척하다가 다시 퇴계로로 꺽어진다.

만명이 넘는 대오가 행진을 하고 있다.

그안에는 몸이 아프거나, 지친 이들, 그리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온 이들이 있음에도 앞에 선자들은 마구 내달린다.

여기저기 낙오되거나, 스스로 낙오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앞에 몇백의 전경을 보이자마자 2만여 대오는 지리멸렬하게 깨지고 연행되면서 작살나기 시작한다.

나도 어떻게 뛰었는지 모르게 골목길을 가로질러 다시 본대오랑 합류했지만, 동대후문 사거리에는 수백명만이 남은 상황이다.

그리고 저 멀리 낙오(?)된 이들이 거대한 집단을 이끌고 나타나기 시작한다.

 

11시를 넘길 무렵, 일단의 지휘부(?)가 뭔가를 논의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리고 몇가지 전달을...

"지금 계속하면 위험하다. 계속 연행되고, 깨지고, 그러니 이만하는게 좋겠다. 더이상 했다가는 더 큰 피해를... 그래서 우리는 공식적으로 해산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에 의해 1차 해산당한다.

 

방송이라도 하고 싶다.

"우리 시위대는~~ 우리 시위대는 자꾸 연행되고, 토끼몰이 당하고, 많이 다침으로 우리 시위대는 적들에 의해 해산되는니, 스스로를 해산시킵니다. 시위대 여러분께서는 남아서 다치거나 연행되지 마시고 조속히 해산하십시요."

== 그래 해산하자................................................

 

4. 2차 해산

명동에 많은 이들이 경찰에 의해 포위 당해있다는 전갈을 받고, 1차 해산을 당한 우리는 명동으로 이동하였다. 가는 도중 너무나 성능좋은 무전기소리가 들린다.

"오늘 시위대를 상대하느라 수고들했다. 일단 해산을 했으니,다들 복장을 점검하고~~~"하는 연대장정도 되는 경찰의 무전기소리가 끝날무렵, 전경들의 기합소리가 들린다.

 

명동성당은 듣던 상황과 틀리게(이미 1차 정리당한듯) 성단안에서 집회를 하고 있고, 그 앞에 촛불다방이 와있다.

덕분에 냉커피와 냉녹차를 거푸 몇잔을 마시고, 별거 없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가고자 할 무렵, 누군가가 앞장을 서며 행진을 유도하고 경찰들 앞에서 연좌를 하겠다고 한다.

(난 솔직히 되지도 않는 짓거리라고 생각하며, 속에서 욕부터 나왔다. 대체 뭔 무슨 힘으로, 아니 용기로, 아니 하기나 할건가- 나의 운동판에 대한 불신을 갈수록 깊어만 간다.)

결국 쫄랑 쫄랑 따라간 행진은 명동성당에서 중앙극장앞에까지도 가지 못하고 막혀버린다. 그리고 뒤로 돌아 포위한 경찰들에 의해다시 연행되기 시작하고 행진을 시작도 못하고 도망가기 바쁜 상황을 만들어버리고, 책임을 지겠다던 지도부(!)는 스스로의 몸만을 겨우 경찰의 포위에서 빠져나간다.

약 1시간 이상의 포위 속에서 음식점과 편의점으로 숨어버린 사람들의 참담함은 어떠했을까....

 

포위가 풀리고, 다시 약식 집회를 시작하면서, 들리는 목소리

"광우병 대책위에서는 ~~ 해산을 강요하는 건 아니고,~~"

 

결국 우린 2차 해산을 결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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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자본과 권력보다 더 무서운 넘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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