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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두 번 울리는 불우이웃돕기 행사 [남양주타임즈]

[취재현장] 독거노인 두 번 울리는 행사들
'독거노인돕기'라는 명분 아래 개최되는 전시적.일회성 행사 지양돼야


우리사회는 경제적 발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남아 버릴 정도로 풍족해졌다.
먹는 것, 입는 것 등 의식주는 물론 가정용품과 자동차, 아파트 등 양보다 질을 따지고 살아갈 만큼 생활이 윤택해 졌다.
그 만큼 삶에 있어 여유가 있고 남을 위해 베풀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게 불우이웃돕기 행사다.
소년소녀가장돕기, 결식아동돕기, 노인위안잔치 등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온정의 행사가 연말을 비롯해 사계철 수시로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이처럼 소외계층을 위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어 우리사회는 아직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고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라고 한다. 또 이 같은 선행을 실천하는 단체와 개인, 기업 등이 있어 시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불우이웃돕기 행사 중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독거노인돕기' 행사다.
독거노인들은 대부분 풍족하지 못한 환경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근근히 하루를 어렵게 살아 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부분의 계층이다.

우리 남양주시에는 현재 독거노인, 장애인, 차상위계층 등 시설수용자를 제외한 소외계층이 2006년 말 현재 2만8천여 명에 달하고 있다. 이 중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이면서 홀로사는 노인(독거노인)은 781명이나 된다.
풍족한 계층 속에 보이지 않게 빈곤층이 두텁게 자리하고 있다. 양극화의 단면이다.

이 때문에 남양주시 곳곳에서 이들 독거노인을 돕기 위한 행사가 연중 열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행사가 일회성이거나 전시적, 사업실적형인 경우가 많고, 연말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이런 행사가 일회성이거나 전시적 목적으로 개최된다고 해도 안하는 것보다는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일부 '독거노인 돕기' 행사라고 해서 가보면 정작 있어야 할 독거노인은 없고 먹고 사는 데 별 어려움이 없는, 그래서 시간적 여유가 있어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고 있는 노인이나 동네 노인정 노인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최근 남양주시 몇몇 지역에서 개최된 독거노인돕기 행사에 간 적이 있는데, 역시 그 자리에는 실질적 독거노인은 없고 여유있는 웃음을 가진 동네 노인들만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고급스런 옷을 입고 나온 지역 재산가도 있었고, 자식들과 함께 살면서 독거노인과는 전혀 무관한 이미지의 노인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이들 노인들이야 개최측에서 초청했으니 당연히 그 자리에서 음식과 선물을 대접받게 된 것으로 나무랄 것은 없다.
이 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행사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에 대해 행사 주최 측은 별로 개의치 않는 편이다. 오히려 수백명의 노인이 성황을 이루었기 때문에 자랑스럽게 말을 한다. 한 마디로 다다익선(多多益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노인들을 위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행사를 개최하는 주최측의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런 행사에 실질적으로 생활고에 처해 있는 독거노인이 초대되지 않고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 일반노인이 자리를 차지할 경우 실제 독거고인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독거노인 돕기 행사라고 하면서 독거노인을 초대해도 그들은 그러한 자리에 오지 않기 때문에 실제 독거노인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도움이나 혜택을 받는 것으로 오해를 받게 된다.
독거노인 대부분은 자식이 없는 경우로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돼 있어 자신감이나 적극성을 잃은 채 소심한 편이다. 특히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 자신을 나타내므로써 자신의 어두운 면을 보이려 하지 않게 되고,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런 행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전시적 효과와 함께 복지사업실적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단체 등이 이 같은 이유를 들어 행사를 주최하면서 대외적으로 독거노인돕기 행사를 치룬 것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이들 단체 등이 실제 독거노인을 위한 행사를 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고, 결국 실제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적 배품이 감소하는 현상으로 나타날 우려를 낳고 있다. 많은 단체들이 독거노인을 돕고 있으니 내가 돕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거노인을 돕는 방법을 여러 방향으로 다양화하고 독거노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지 지적이 많다.
일회성이나 전시적, 복지사업실적 목적이 아닌 순수복지사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성보다는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절적 도움을 주어야 하며, 아울러 피드백을 통해 이들에 대한 돌봄을 체계화 해야 한다.
하루 행사에 수 백만 원을 소비하기 보다 독거노인에게 언제든 식사나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일정량의 쿠폰을 제공하거나, 기존에 호응을 얻고 있는 정기적 음식 제공 및 목욕봉사 같은 방법 등이 권장할만 하다. 또 독거노인과 독지가, 기업, 단체 등을 연결해 정기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이다.

실제 남양주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몇몇 단체들은 남양주시로부터 목욕차량을 지원받아 목욕봉사를 펼치고 있으며, 또 다른 단체는 일주일 간격으로 독거노인 집을 방문해 반찬을 제공하거나 집안 정리를 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는 독거노인 집을 수리해 주고 보일러기름을 넣어주는 가 하면 독거노인을 돕기 위해 매년 고구마나 감자를 심어 가을에 수확해 수익금으로 일정액을 지원해 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팔당에서 경양식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소 주인은 분기별로 실제 독거노인을 초청해 음식을 제공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재산가의 사람 됨됨이를 알기 위해서는 돈을 얼마나 벌었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를 보면 안다'는 말이 있듯이,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얼마를 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그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왔는냐가 중요하다.

우리사회에는 풍요속에 빈곤이 자리잡고 있고, 다양한 어울림 속에 소외계층이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보듬고 감싸 안아야 할 이웃이요 가족공동체인 것이다.
빈부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그런 양극화 속에서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런 소외계층을 돕고 돌보는 것은 양극화의 상대적 혜택을 받고 있는 우리들의 책임이자 의무다.
겉으로 보이기 위한 전지적, 일회성 행사를 지양하고 독거노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는 행사가 되도록 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고 있는 독거노인을 또 다시 울리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명현의 취재현장

  ptjeong@hanmail.net

  http://남양주타임즈 2007-04-02

 

    < 저작권자, 남양주타임즈.  / 제보 : ptjeon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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