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과 짜증 이겨내기.

from ... 2011/05/15 23:04

다시 책을 파기로 한 다음부터 부쩍 짜증이 늘었다.

 

  요즘 책을 읽는 나는 며칠 굶은 사람이 밥을 우겨 넣듯 우악스럽다. 사실은 차라리 병적 폭식과 비슷하다.(특히 소화가 안 되어 속이 더부룩해 진다는 점이.) 읽기가 좀 강박적이 되어 가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 것은 무척 오랜만이다. 아니 그랬던 적이 있었나?

  그동안 뒤처진 것을 벌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요즘 지적인 자극을 꽤 받고 있다는 사실도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전과 비교했을 때 텍스트에 대한 내 태도 자체가 달라졌단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독서란 취미이고 휴식이었기 때문에, 어떤 절박함 같은 게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책의 세계와 나의 세계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었고 나는 안전한 장소에서 책을 관전할 수 있었다.

  그 외의 책읽기는 사실 스킬이어서, 어떤 포인트를 어떻게 잡아서 윤색하면 있어 보이나 하는 것만 알아내면 그만이었다. 텍스트를 존경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홀대하는 사람들은 나 말고도 흔하긴 하다. 

 

  절박하게 혹은 절망적으로 읽기를 시도하면서 생긴 나쁜 버릇은 책을 자꾸 사들인다는 것이다. 사들인 책을 읽는 속도에 비해서 새 책을 사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 책값도 책값이지만, 이것은 결국 공간의 문제다. (좁아터진 방에 책을 쌓을 자리가 없어! 그런 의미에서, 킨들을 사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요즘 나는 사둔 책도 다 읽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빌린책을 다 읽기 전에 다른 책에 예약을 걸어두는 멍청한 짓을 하기도 한다.

 

 일단 읽던 책을 버려두고 다른 책을 뒤적이는 근성 부족한 버릇부터 고치고 블로그를 독서장으로 활용하자는 애당초의 결심부터 지켜야 하겠다. 짧게라도 그때그때 읽은 만큼 기록해야. 한줄글이나 인상비평이라도 기록해 두면서 좀 성취감을 느끼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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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5 23:04 2011/05/15 2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