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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그럭 저럭 살고는 있는데, 아직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우선 서원에서 공부를 못하겠다. 도서관도 있고, 광장 열람실도 있고, 대도관도 있고, 복학기념관도 있긴 한데, 너무나 어색해서 아직 가보지 않았다. 그리고 학생증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일찌감치 집으로 가서 차라리 그곳에서 공부를 한다. 그리고 서생들끼리 하는 세미나도 참여제안이 왔는데 그것도 완곡히 거절하였다. 아직 실력이 안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벅찬 게 사실이다.

 

서생 생활과 훈장 생활이 좀처럼 잘 호환되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 하기에, 절간에서도 틈틈히 원서를 봐야하고, 전날 공부하느라 그런지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중생들에 대한 수업이 소홀해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오늘은 기어이 학생으로부터 뭔가 의욕이 없어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 물론 사실이다.

 

머릿 속엔 다른 것들로 가득한데, 이런 머리를 가지고 역사 수업을 하려고 하니 뭔가 좀 두루뭉술해지고 뜬구름을 잡을 수 밖에 없다. 내가 수업을 하고는 있는 것인지, 중생들은 잘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작년보다 감이 잘 안온다.

 

아아 그래도 보람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서원에서의 수업에서 이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혼자 공부를 할 때 가끔씩 느낀다. 텍스트가 잘 이해될 때, 내용 뿐만아니라 그 배후의 행간까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나올 때, 진도가 좀 잘 나갈 때 특히 그렇다. 그리고 피곤해서 멍 해있는 기분도 꽤 좋다. 이러고 있으면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가리 꼴아 박아야 할 시기인 것 같다. 꼴아박는 게 이 얼마만이냐. ㅋㅋ 그렇다고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느냐?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다만 밤에 공부가 잘 되는 것 같아서 그때 하다보니 수업이 있을 때 아침에 일어나면 좀 피곤한 것 뿐이다.

 

이렇게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허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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