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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수

가을이 오면서 이제 20대의 마지막을 절감하고 있다. 스무살이 되었을 때에는 10대의 연장선 같았고, 그래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제는 좀 다르다. 30대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 없다. 뭐하나 이룬 것이 없으니 말이다. 해야 할 숙제는 많은데 이렇게 망연히 있게 된다.

 

예전 뉴스를 뒤적이며 보다가 진중권씨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이미 이쪽 사이트에서는 많이 이야기가 된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희망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가 속 편하게 이야기하듯이 한신대라든가 성공회대 같은 나름대로 진보적인 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에서 다시 교편을 잡는 일이 생기지 않겠는가.

 

그리고 굳이 대학이 아니더라도 이곳저곳에서 그의 강연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뭐 내가 듣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진중권이라는 이름을 접한 것은 소시쩍 생일 선물로 '아웃사이더'라는 일종의 잡지(계간지인지 뭔지는 모르것다만)를 받았을 때였다. 물론 그 잡지에는 여러명의 진보논객들이 쓴 글이 있었는데 진중권의 글은 그 중의 하나였다.

 

그때는 그저 좀 진보적인 지식인 중의 하나구나 생각하고 말았다. 그가 그렇게 독설적인 사람인지도 몰랐고, 어떠한 말을 하고 다녔는지도 개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한 여러가지 언설들이 언뜻언뜻 귀에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강연을 들은 적은 한번도 없다. 그리고 그가 쓴 책을 사거나 빌려서 본 적도 한번도 없다.

 

그의 정치적 입장은 꾸준하게 이른바 진보진영의 다수파인 자주파를 비판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가 한 진보진영 내부에 대한 독설적인 비판의 글을 때때로 접하면서 이를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녔던 기억도 난다.

 

그가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은 몇 번 있는데, 역시나 말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재주가 매우 부러웠고, 그러한 그의 능력을 뒷받침하는 폭넓은 지식도 너무나 부러웠다.

 

진중권의 토론과 글에 반드시 들어가는 것은 풍자와 비아냥이다. 그의 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로 인해 매우 통쾌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그것은 상대방에 대해서는 문제와는 동떨어진 심한 모욕감을 줄 여지가 매우 크다. 그래서 그는 많은 적들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변희재씨 같은 경우가 그의 대표적인 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진중권은 그를 괜히 건드려서(?) 만들지 않아도 되는 적을 만들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변희재는 진중권과는 뗄래야 뗄 수 없다. 그의 견해는 보수적인 시각을 대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느정도는 필요한 다양성 속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견해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진중권과의 논쟁 속에서 더더욱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나는 진중권이 독설로 흥해서 바로 그 독설로 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노무현 정권시절 대우건설의 남모 사장이 자살을 하고, 정몽준 회장이 자살을 하였을 때, 진중권의 독설은 정말 가관이었다. 이른바 '잘못한게 있으면 왜 자살을 해요? 감옥에 가야지.', '아무래도 자살세라도 받아야 할 것 같아요.'라는 발언은 최근의 노무현의 자살에 대한 그의 태도와 더불어서 그의 발목을 강하게 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예전 발언들을 물고 늘어진 사람이 바로 변희재였다.

 

진중권이 드디어 제대로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심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진보의 개'였다. 그리고 더 좋은 말로 말하자면 그는 진보의 선봉대장, 진보세력의 한 자루의 '칼'이었다. 그런 만큼 그는 가끔씩은 진보세력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상처주기를 또 즐긴다.

 

진보신당으로 분당을 할때의 진중권의 말, 그리고 진보신당 내부에서 이른바 사회주의 세력들을 비난하는 말은 그들을 이론적으로 납득을 시키기를 떠나서 인간적인 모욕까지 병행하고 있다. 덕분에 진보세력 내부에서도 그를 싫어하는 자들이 부지기수이고, 이것은 진보세력의 창조적인 경쟁과 협력을 방해하고 이들을 분열시키는데까지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초등학생에게 1+ 1 =2 라고 가르칠 때, 말끝마다 '병신아'라는 말을 붙인다면 그 초딩은 과연 아, 그래요 하고 납득할 수 있을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진중권은 일종의 '짜증'을 글에서 발언에서 곳곳에서 표현하고 있다. '이것도 몰라, 병신아.'라는 말을 말이다.

 

그럴 경우 마음 약한 상대방은 아, 그렇습니다. 진사마. 하고 항복선언을 하고 진중권의 빠가 되겠지만 조금이라도 자존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절대로 납득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이다. 누구라도 모욕을 받으면 그 사람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나는 도올 김용옥의 경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그의 학문적 역량은 강단에 흡수되지 못하였고, 같은 이유로 진중권은 어디까지나 지식인이 아니라, 학자가 아니라, '논객'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이것은 강단과 도올, 진씨와 사회 모두에게 손해이다. 물론 그가 '학'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면 괜찮겠지만 그가 '정치인'으로서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그에게 큰 아킬레스 건이다.

 

그의 정치적 목적의식도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그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 것일까? 그 누구 아는 사람은 있는 것일까? 물론 그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원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견해는 누구나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논객이라면 어떠한 사회가 되어야하는지 구체적인 틀을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반대로 일관하는 중이다. 민족주의적 통일에 반대하며, 사회주의 혁명에 반대한다. 그러면 그는 사민주의를 원하는 것일까? 하지만 예전 촛불시위에서 칼라TV를 이끌었을 때에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혁명을 꿈꾼다.'라는 말을 하였을 때, 그 혁명이란 과연 어떤 혁명을 말하는 것일까?

 

뭐 이건 좀 무리한 요구인지도 모른다. 나는 진중권이 이제 보다 더 건강한 비판을 하였으면 좋겠다. 수많은 논적들을 칼로 베면서 상처를 입히지 말고, 그들을 자신의 부하로 삼을 만큼의 아량을 베풀었으면 좋겠다. 그보다 멍청한 사람이 대한민국에 쌔고 쌨지만 그런 점을 인정하고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중권같은 천재는 한 번 들으면 적어도 그 하나라도 잘 이해하겠지만 대한민국에는 그렇지 않는 멍청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아량있게 감안하고 보다 친절한 비판과 설명을 해주길 기대한다.

 

그를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그가 매우 친절하며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그 품격대로 세상은 그렇게 생각대로 급격하게 변하지 않고, 진중권보다 못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시면서 글에서 말에서 나타나는 그 '짜증'을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 이것이 그분에게 바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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