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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좌파

진보정당의 분당이후 이제는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도 진보진영의 자주파와 평등파, 혹은 엔엘과 피디의 세력 갈등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네티즌의 일반적인 시선도 민주노동당 = 친북좌빨, 진보신당 = 그렇지 않은 좌파, 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진보가 살아나려면 친북좌파를 없애버려야 혹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진보진영의 성장에 대해 낡고 낡은 북한의 김정일 추장을 옹호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일반대중들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데에 큰 방해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진보세력은 김정일 찬양세력이라는 말도안되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진영에서 '친북'이라는 딱지는 떼어버려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친북'이라는 딱지를 떼어야 한다는 것이 북한과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 자체를 던져버린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친북'이라는 딱지를 뗀다는 것이 외교적으로 북한에 적대적인 기존 보수정당의 기조에 찬성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전에 글에서도 썼듯이, 나는 민주노동당과 같이 북한에 온정적인 정당이 하나정도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친북이라는 것이 반드시 김정일 체제를 옹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아니며 또한 의미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가르는 민주노동당의 진보적인 대북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나의 고민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서술할 생각은 없다. 그저 대북정책의 기조에 가장 민감한 것이 민주노동당이며 상대적으로 진보신당은 '對北'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일단은 민주노동당의 대북기조가 김정일 추종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며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보는 '친북'해야 한다는 것, 이때의 친북은 보수정당이 표방하는 '반북'의 반대로서의 의미이며 결코 북한찬양의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1. 북한은 어떠한 정권인가.

북한은 사회주의 정권을 표방하고 있다. 남한의 진보진영도 이른바 자신들의 정체성을 사회주의에서 찾고 있다. 물론 현재 그 '사회주의'라는 스펙트럼은 실로 다양하다. 북한이 받아들인 사회주의는 소련의 스탈린주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사회주의 체제였다. 북한은 '그런' 사회주의를 받아들였고, 이것은 동유럽을 비롯한 중국, 몽골, 베트남 등의 사회주의 국가의 성격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사회주의 체제는 6,70년대 그리고 80년대까지는 그럭저럭 안정된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중국의 문화대혁명은 논외로 하겠다. 이에 대한 평가는 사회주의 국가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 빠져 근 15년째 그 어려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90년대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북한에게 경제적으로 우방이 될 수 있는 나라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의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또한 분단으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국방비 지출은 경제적 발전에 드는 비용을 많이 잡아먹는 비생산적인 국가운영을 강제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스탈린주의 체제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그 체제를 더더욱 발전시켰다. 스탈린일인독재체제를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세습적인 독재체제로 이어나가는 "시대 역행적인" 시도를 행하였고 결과적으로 지금 북한의 상황을 좋게 만들어내지는 못하였다. 경제난으로 사회주의의 특유의 경제시스템은 무너졌고, 사회주의적 복지정책이 무너짐으로써 그들이 말하는 '사회주의 대가정'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주체사상이라는 그들의 체제 선전을 반영하면, 북한은 '사회주의의 기능을 상실한 주체 사회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2. 북한에 대한 태도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유지하는 미국과 현 정권의 태도에서, 그들의 태도를 정당화하는 기조는 한마디로 '북한 정권과 북한 인민을 나누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정권을 북한 인민들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극악한 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압박과 견제를 펼치되, 그들의 치하에 있는 북한 인민들에 대해서는 온정적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돕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수정당의 이분법적 대북전략에 대해 진보진영은 지금껏 어떠한 대응을 해왔을까. 민주노동당이 지금까지 주사파라고 비난받는 대에는 대북 포용 정책에 대한 어떠한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우리 인민들에게는 민주노동당이 '무조건 북한 편만 드는 정당'이라고 평가받는 데에는 민주노동당의 탓이 크다.

 보수정당이 '북한 인권, 국군포로, 독재 반대, 북한 핵 반대'라고 외칠 때 민주노동당은 뭐라고 자신들의 온정적인 대북 정책을 변호했는지 의문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북한 정권과 북한 인민을 나누는 강온양면 전략은 그 빈틈이 너무도 많다. 먼저 북한 내에 북한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드러나 있지 않으며 그런 세력이 존재한다 해도 우리가 그들과 접촉하여 그들에게 외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정보가 없다. 북한은 은폐되어 있다. 한마디로 북한 정권과 북한 인민을 나누는 것은 관념적인 태도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북한 인민을 대표하는 것은 지금의 북한 정권이 유일하다. 북한에는 북한 정권을 비판하면서 자주적인 자정작용을 주도할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북한 지도자의 '자기반성'에 의지할 뿐이다.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제재는 곧 북한 인민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지난 대북포용정책의 기조를 통해 이루었던 대북 지원,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 개성공단의 건설 등은 실제로 북한 정권 뿐만 아니라 북한 인민들의 생활에도 보탬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은 꾸준한 + 경제성장률을 나타내 보였다.

현 정권이 북한 정권은 밉지만 북한 인민들은 사랑한다고 외치면서도 현재의 강경 기조에서 대북 민간 지원마저 좀처럼 수락하지 않는 것은 그들 전략의 모순을 잘 말해 준다. 북한의 인민에게 온정적이어야 할 정권이 아직도 북한의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지난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예로 들만하다. 그저 해낸 것이라고는 대북인권결의안에서 우리의 태도가 기권에서 찬성으로 바뀐 것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북한 정권의 향방이 북한 인민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런 한에서 북한에 대한 포용적 기조를 버려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인민들에게 가장 먼저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강하게 나와야 한다. 그러면서도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인민들의 자주적인 역량에 대한 무한한 지지를 표방해야 한다. 결국 북한의 정권을 선택하는 것은 북의 인민이요, 어떤 선택을 하든 북한 인민의 자주적 선택을 지지한다고 말해야 한다.

북한의 인민들은 그저 정일이에게 세뇌만 받은 판단력 제로의 인민들이라는 생각이 보수정당에게는 박혀 있다. 말로만 북한의 인민들을 불쌍히 여긴다고 하지 사실 그들은 북한의 인민들을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김정일 정권이 북한 인민들의 자주적 지지를 받는 한에서 북한 정권을 통일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의 대상자로 생각하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히 족하다. 이러한 전제를 깔고 들어가야 북한에 대한 비판이 애정어린 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의 3대 세습이 사실이라면 북한 인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이다.

결국 북한에 대한 태도는 북한 인민들을 대표하는 정권이 현실적으로 현 김정일 정권이기 때문에 그 정권이 인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에 기반하는 한에서 교류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하겠다는 입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을 무조건 비난하겠다는 것도 아니요, 북한 정권을 추종하겠다는 것도 아닌, 조건적 지지이며 이런 토대 하에서 민주노동당은 북에 대한 비판과 우려 발언 역시 꺼리지 말아야 한다.

 

3. 북한 인권, 탈북자, 국군포로, 반핵

흔히 하는 비판이 민주주의를 그렇게 부르짖는 진보진영이 왜 북한의 인권문제, 탈북자문제, 독재체제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몇번 이야기했지만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기인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은 우리에게 '괴뢰'도 아니요 '외국'도 아닌 특수한 존재이다. 한마디로 '적'도 아니고 '남'도 아니라는 것이다. 적이자 남이요, 남이자 남이 아닌 남이고, 적이자 적이 아닌 적이다.

보수정당과 일부 좌파들의 비판에 대해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대북정책의 기조는 1) 전쟁 반대, 2) 대립적 남북관계 반대이다.

북한의 인권이 심각한 문제이며 몹시 우려스러운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유엔 대북결의안에서 기권을 하든 찬성을 하든 이것은 형식적일 일이기 때문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북한의 인권을 외부에서 아무리 욕을 하고 지랄을 하여도 북의 인권이 나아지는 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아무것도 없다. 실질적인 효과는 북의 경제가 안정되고 발전하여 북의 중산층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요, 이를 통해서 북의 인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깨닫고 해결해나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중국이 최근에야 빈부격차 문제와 인권 문제를 절실히 깨닫게 된 이유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통해 그 이면의 어두운 측면을 실제로 느끼고, 또 불만의 목소리가 가중된 점이 크다. 모두가 굶어 죽는 가난한 상태에서는 굶어 죽나 수용소가서 맞아 죽나 마찬가지라는 무서운 동일성으로 빠져들기 마련이다.

탈북자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북에서 탈출한 우리 민족이 낯선 땅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생활을 하고 있으며 중국은 또 그들을 북으로 강제 송환하기까지 한다. 보수정당의 생각대로 이것을 완전히 해결하려면 북한을 전쟁을 통해 무너뜨리거나, 중국을 압박을 하든 뭘하든 닥달해서 탈출자들을 모두 한국으로 오도록 하는 길 뿐이다. 매우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이것을 가장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안은 북의 안정된 경제성장을 도와줌으로써 북의 인민들이 북에서 그냥 살만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북의 지도자 역시 인민들이 북을 빠져나가는 것을 정통성 약화의 적신호로 받아들일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국군포로 문제는 북을 압박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서로 험악한 사이에서 무슨 인도적 차원 자시고 할 것인가. 북이 국군포로를 우리나라로 송환해도 자신들의 국가정통성에 아무 문제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그들이 자신감을 찾는다면 적십자 교류를 통한 이산가족 문제는 물론 국군포로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민주노동당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문제는 너무나 자주 말하였으므로 이제 그만하자. 진보진영의 해결책은 북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1)전쟁반대 2)냉전시대회귀 반대로서 접근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가장 확실한 길이다.

 

진보진영, 특히 통일운동세력은 자신들이 정일이 빠돌이가 아니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대북기조가 왜 필요하며 심지어 합리적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친북좌파는 버려야 한다든가, 종북주의자 때문에 우리가 싸잡아 욕먹는다는 오해를 받는 것이다.

통일운동세력은 북에 대해 합리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태도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진보진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진보세력에게 '친북'은 필연이다. 이 친북은 정일이 빠돌이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진보의 미래를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전쟁의 방지, 그리고 전반적인 복지의 증대에 통일이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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