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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의 생각인데...

간혹 접하는 여러가지 기사거리라든가 블로그의 글이라든가 덧글이라든가 시시껄렁한 잡지 나부랭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른바 '남성의 여성화'이다.

 

한마디로 꾸미는 남성들, 예쁜 남성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남성들을 지칭하는 말도 있다고 알고 있다. 뭔지는 모르겠다만...

 

혹자들은 이것을 중요한 진보의 경향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남성들이 꾸미기 시작했다는 것은 여성성의 가치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 뿐 아니라 자본주의가 발전한 나라들에서 이미 볼 수 있었던 현상이었다.

 

이런 현상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여러가지 논란이 일어날 듯 하다. 페미니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현상들은 이제 여성 혹은 여성성이 각광받는 시대가 온다는 고무적인 사태일 수도 있다. 이제 여성들이 세상을 지배할 날들이 오고 있다 정도? 물록 그런 페미니즘에서도 이를 달리 보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굳이 페미니 뭐니 할 것 없이 이런 현상은, 외모지상주의를 더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되어 남녀 모두 자본주의 상품 시장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외모 지상주의, 가꾸기주의는 철저히 자본주의적 현상이다. 수많은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해야 하는 자본주의의 성격 상 화장품, 옷, 악세사리 등에 남성들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심리를 광고와 TV,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유포시키면서 취직도 이제는 외모가 안 받쳐 주면 안된다는 인식을 각인시켰고, 적어도 한국에서는 성공하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나 남조선에서는 외모에 대한 평가가 제일 가혹한게 사실이다. 그건 본인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자본주의적 현상이냐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 결과적으로는 문명의 퇴폐화의 상징으로 생각되곤 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지지하는 편이다. 사실 남성이 여성화되는 경향은 현대에서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역사를 보면 이런 현상들은 각 시기마다 있어왔고, 또다른 세력에 의해 그 문화가 멸망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의 고대 그리스 문명이 이에 해당한다. 이 시기, 그리스 문명이 가진 활력과 자기 성찰과 민주주의의 활력이 전쟁으로 완전히 소진되면서 점차 퇴폐, 향락주의가 만연하였고, 이것은 특히나 쇠락한 아테네에서 가장 심하였다. 당연히 아테네 남성들의 병역 기피 및 외모 가꾸기가 시작된 것도 이때이다. 이렇게 쇠락한 그리스 문명은 새로운 활력을 가지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로마에 그 주도권을 넘겨 주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로마 제국 말기에도 마찬가지이다. 로마 황제 자리를 둘러싸고 시도때도 없는 난투극이 벌어지는 가운데, 귀족들은 대토지를 소유하여 빈부격차는 극에 달하였으며 사회에 대한 불만은 쌓여만 갔다. 당연히도 이때 퇴폐, 향락, 외모 가꾸기가 점차 퍼져나가 개인주의와 쾌락주의가 만연하였고, 당연히도 게르만 족에 의해 로마는 멸망을 맞게 된다. 대로(大老)께서 '예쁘장한 로마군이 어떻게 빤스만 입고 덤비는 게르만족을 이길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씀하신 것도 생각난다.

 

이것은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확인된다. 조선 후기에 이르면 세도정치가 극에 달하면서 남성들의 여성화가 진행되었다. 남성들의 갓 챙은 넓어지고, 화장을 하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들은 가슴을 노출시키기도 하였다. 단재 신윤복의 그림을 통해 간혹 남자가 화장을 한듯 매끈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사실상 남성의 여성화는 남성들이 남성성을 발휘할 곳이 사라졌다는 반증이다. 남성성이 필요없다는 것은 이제 더이상 나의 적도 없고, 지켜야 할 대상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조선에서 남성의 여성화가 확산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위기의 표시이다. 외부의 충격에 그만큼 취약하며 외부의 도전에 맞설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전장에 참여하겠다고 답하는 청년들은 몇이나 될까? 80년대에 비해 '그냥 도망가겠다.'고 말할 남성들이 더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활기와 도전정신을 상실한 사회는 새로운 발전을 이끌 자격이 없으며 그럴 능력도 되지 않는다. 그런 사회의 구성원은 자신의 향락을 추구하며 외모가꾸기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활기와 활력에 넘치는 사회의 구성원이 무슨 시간이 있다고 화장하고 다니겠는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쁠 것이다.

 

남성의 여성화는 사회의 활력과 에너지를 검증할 수 있는 시험지일 수도 있다. 가꾸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일 수록 사회의 위기나 전쟁과 같은 참화에 취약할 수 있다. 이것은 문명 위기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적용한다면, 미국과 중동의 길고긴 갈등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나는 왠지 중동의 덥수룩한 수염의 호전적인 애들이 미국의 청년들보다 훨씬 더 강해보인다. 미국군은 최첨단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 사회의 쇠락함과 여성화를 생각했을 때, 점점 끝이 다가오고 있는 듯 보인다. 중국은 욱일승천의 기상으로 세계경제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럽다 어쩐다 비하하는 말이 많지만 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중국청년들이 우리 한국청년들보다 훨씬 도전적이며 진취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남성의 여성화를 새로운 트렌드인 양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하기 싫은 화장을 해야 하고, 귀찮은 치장을 해야 한다고 느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나의 남성성이 침해받는다는 느낌과 함께 남성의 여성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생각했을 때,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예쁘장한 남자가 싸움도 잘하고 돈도 잘벌고 진취적이며 적극적이고 능력있고 멋질 가능성이 실제에서는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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