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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 변화준비

북한의 당대표자회의가 9월 초에 열린다고 한다. 뉴스 기사에서는 9월 4~7일 동안 열린다고 보도되었다. 당대표자회의는 공식적인 당내 의사결정 기구인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당 내의 중요한 사항을 의사결정하는 기구로서 당의 주요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회의에 해당한다. 조선로동당에서 당대표자회의에 참여하는 인사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 당 중앙군사위원, 당 비서국원, 등 당의 상층 인사들이 해당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당대회는 물론, 당대표자회의도 20년이 넘게 열렸던 적이 없어서, 당의 새로운 인사를 임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 정치국위원도 이미 다 사망하여 김정일 혼자 남아 있다고 한다.(김정일은 당 총비서, 당 정치국 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당대표자회의를 통하여 주요 인사들을 새롭게 확충하면서 그동안 선군정치에 밀려 한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당의 기능을 다시금 정상화시키는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은 당연히 김정일 사후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여기에서 김정은(김정일의 3남)이 후계자로서 어떤 중요한 당내 직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예상은 어까지나 김정일 이후의 시대는 김정은일 것이라는 대내외의 예상에 기대고 있다.

 

따라서 이번 당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은이 다른 여타 사람들과 함께 최소한 당 정치국 위원이나 당 비서국위원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집단지도체제를 예상하는 사람들도 김정은이 최소한 당이나 군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김정은이 완벽히 김정일만큼의 권력은 얻지 못하더라도 일정한 권력을 잡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후계체제 구축이건, 집단지도체제 구축이건 간에, 이제 북한은 중요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북한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해에 가서야 비로서 드러날 것이며, 이번 당대표자회의는 이를 위한 포석, 혹은 준비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집단지도체제가 구축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입장에 서서, 나는 이번 당대표자회의를 통해서 김정은이 어떠한 당내 직책을 맡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후계체제 구축이네 뭐네 떠들어도 실상 김정은의 이름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나는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시작되었네 뭐네 하는 소문을 믿지 않는다.

 

북한 내부에서 이미 김정은으로의 후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나는 믿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은 2012년에 가봐야 드러날 것이지, 벌써 부터 이러쿵 저러쿵 떠들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김정은이 김정일에게 가장 맘에 드는 귀염둥이 우리 왕자라면, 그가 주로 활동할 곳은 당이라기 보다는 국방위원회쪽이 훨씬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이라면 후계자인 김정은도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그도 당 중앙 군사위원직을 차지할 수도 있긴 하다.

 

오히려 당대표자회의에서 당내 직책에 오를 수 있는 김정일의 측근은 오히려 차남 김정철이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공직을 맡을 만큼 나이가 찼으며(아마 29세?)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할 때 필요한 인물은 아무래도 김정일의 자식'들'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김정일의 사후의 북한을 책임지는 것은 북한 당내 엘리트 계층과 김영남, 장성택을 비롯한 김정일의 측근, 그리고 북한의 군부, 그리고 김정일의 자식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들이 김정일 사후의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이들 간에 당연히 정치적인 충돌이 일어날 여지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조선로동당의 기능을 다시금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당대표자회의에서 이루어질 것은 당의 새로운 인물들에게 당 직책을 주는 것과 당의 기능을 다시금 정상화시켜 당내 협의 기구와 협의 절차를 확립하는 것이 될 것이다.

 

북한도 사회주의 초기에는 당내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나름대로 운영되었던 국가였다. 중요한 당의 결정사항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하였고, 이것은 곧 언론에도 알려지고 정책에 반영되었으며, 김일성 이외에도 각기 다양한 정치세력이 존재하였다. 바로 그러한 유연한 상태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김정일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것은 여러가지로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번에 치루어질 당대표자회의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정일은 중국에게서 집단지도체제의 운영방식을 배우려 하며, 앞으로의 북한 집단지도체제의 안정화 방안에 대하여 조언을 구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근거없는 완전한 예상에 불과하다.

 

북한이 3대 세습이 아닌,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북한의 변화에 대한 인민들의 열망을 반영한다. 겉으로는 김정일에 충성한다 하지만, 사실상 인민들은 북한이 자랑하는 사회주의 대가정이 실패하였다는 것, 인민들의 기본적인 생계보장이 이미 후퇴하였다는 것, 많은 수가 굶고 있으며 북한을 탈출하고 있다는 것, 남조선이 사실 중국이 부러워 할 정도로 잘 살고 있다는 것 등등을 이미 알고 있으며 이미 인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3대 세습을 하며 다시금 누구누구의 영도 아래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인민대중들에게 나타나면, 앞으로는 장군님이 10명도 넘겠다면서 냉소짓는 인민들이 늘어날 것이다.

 

또한 이제까지 북한이 만들어온 국가 정체성이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는데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도 집단지도체제구축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공존하던 시절, 소련-중국 간 갈등에 지혜롭게 대처하면서 사회주의 권내에서 대외적으로 유연하되 강한 결집력을 갖고 있었던 국가였다. 북한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주체사상을 만들어내면서 북한만의 사회주의 청사진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미국에 대한 일관된 투쟁적 입장, 모든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 순수한 사회주의 이상국가 실현, 스탈린식 사회주의 영도를 표방하고 있었다.

 

특히 순수한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것은 당시 유럽의 수정주의적 입장, 소련의 미국과의 화해, 중국 문화혁명의 급진적 혁명 모두를 배격하고 맑스-레닌주의적 사회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고집이었다. 이러한 정통적 방식을 고수하는 북한의 국가 정체성으로 인해, 중국-베트남과 같이 북한은 경제개혁과 개방에도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며 90년대 경제위기를 맞이할 때까지 북한은 개혁,개방을 거부해 왔다. 그리고 그 필요성을 느낀 이후에도 결국 이것은 자신들, 특히 아버지처럼 떠받드는 김일성의 '교시'를 거역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은 결국 북한 자신이었다.

 

미국에 대한 일관된 반대도 북한의 앞날을 생각하면 어두운 것이었다. 이미 중국, 베트남의 예를 통해서 북한은 사회주의 일당독재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 수교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확인하였다. 그러나 온 사회가 반미의 물결로 도배가 되어 있는 마당에 갑자기 미국에게 설설 길 수도 없는 일이고,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이것을 막는 것은 역시나 김일성,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반미라는 국가 정체성이었다. 북한은 핵을 만들면서 '자존심에 상처받지 않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였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대 세습을 시행한다면 그것은 곧 지금까지의 북한의 국가정체성을 계속 고집하겠다는 절망적인 정치적 제스처일 수밖에 없다. 반미, 핵개발, 개혁개방 반대라는 기존의 북한의 정체성은 인민들에게도 충분히 지겨워질만 해졌다. 따라서 북한이 3대세습을 선택한다면, 북한의 미래는 없다. 자신들의 고집만을 딱딱하게 고집하다가 결국에는 부러지고 말 국가가 바로 조선이 된다. 그리고 그 부러진 가지에 남조선도 아작날 가능성이 있다.

 

나는 북한의 당대표자회의를 관심있게 지켜보고자 한다. 물론 상세하게 알 수 없겠지만 말이다. 북한의 지도자들이 인민들의 지지를 받을 만한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최소한 집단지도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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