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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9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갑용 인터뷰
    칼라TV
  2. 2010/01/26
    이명선의빨간장화_이갑용은 노동자다. 그렇다면 우리의 계급은?(1)
    칼라TV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갑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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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의빨간장화_이갑용은 노동자다. 그렇다면 우리의 계급은?

 "이갑용이 누군데? 아,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다구? 그리고 이번에 책을 냈고? "

 

 내일이 인터뷰라는데, 이. 갑. 용 이름 석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일단 책부터 샀다.

 

 <길은 복잡하지 않다>란 책 제목 위 '골리앗 전사 이갑용의 노동운동 이야기'라는 부제를 보면서 '내가 아는 골리앗은 용산에서 본 철거민들의 투쟁 망루인데, 노동 운동가라며 골리앗은 뭐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난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또 이.갑.용 이란 사람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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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성공회대 느티나무 앞에서 '골리앗의 외로운 늑대 이갑용'을 처음 만났다. 동그란 얼굴에 단단한 체격, 50을 넘긴 그의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역사학자 한홍구와는 술 친구라고 하더니, 그의 노동운동 이야기는 역사학자의 연구실에서 많은 역사책에 둘러쌓인 채 집필되었다. 그렇게 2년 간 다듬어진 책<길은 복잡하지 않다>를 한울노동문제 연구소장 하종강은 노동운동 사료로의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20대 마도로스의 꿈을 접고 사번 8407669를 받아 현대중공업 7급 노동자가 된 이갑용은 그의 말대로 정말 짐승처럼 일했다. 특전사 출신의 경비들에게 바리깡으로 머리를 깎이고 감시받으면서.

 

 -말로는 날마다 '우리는 한가족'이라고 하면서 회사는 '가족'인 노동자들의 머리를 강제로 깎고, 정해진 작업복에 안전화로 군인을 만들어서 출퇴근 시켰다. 이건 '가족'이 아니라 '군대'였다. p33

 

 후에 민주노조가 생긴 후 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터트린 불만은 임금인상이 아닌, 두발자유였다고 한다. 그렇게 자본은 일터를 군대화시켜 노동자들을 복종과 충성에 따른 산업전사, 산업역군으로 만들고, 관리직에게 잘 보이는 사람들만 성과급을 올려 노동자 자신이 다른 노동자를 배신하는 노노경쟁으로 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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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민주화 바람은 울산에도 불어닥쳤다. 회사는 전 직원 야간 근무 명령을 내려가며 노동자들을 공장 안에 가두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 해 7월 5일. 현대 엔진을 중심으로 현대 그룹 내 노동조합이 처음 결성되자, 현대 중공업은 한국노총의 지시에 따라 7월 21일 어용노조를 만든다. 뜻밖의 어용노조 출현에 당황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11인 대책위'를 중심으로 어용노조를 퇴진시키고, 민주노조 초대 위원장을 선출해 거리로 거리로 나갔다. 그러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노동자들의 차량 방화 사건을 시작으로 9월 초 울산 시청과 회사 총무부 사무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한다. 이를 빌미로 경찰은 대의원과 간부를 구속한다. 그렇게 1987년 7, 8, 9월의 노동자 대투쟁은 막을 내린다. 그리고 역사는 6월 항쟁과는 달리, 3개월에 걸친 노동자 대투쟁을 그저 구전으로만 남긴다.

 

 이갑용과의 인터뷰 중 1987년 당시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들었다.

 

 "이명박에 대한 일화가 하나 있어요. 87년 우리가 처음으로 노조 만들어서 회사하고 싸웠어. 정주영까지 다 합의된 거예요. 현대그룹사 임원들 50명이 단상에 섰고, 자축하는 날인데, 합의됐다고 같이 만세 부르려고 했는데 우리 식대로 진행했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는데 50명 중에 유일하게 손을 흔드는(팔뚝질) 한 놈이 있는 거야, 우리하고 같이. 저게 누구지 했는데 그게 이명박인 거야. 현대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그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서 이명박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한다니까. 그런 형태로 이 사람이 살아왔던 거죠. 아무도 안 하는데 혼자서 팔뚝질할 정도면 소신 있는 것 아니냐, 우리 편 아니냐고 착각했었다니까. 현대건설 사장했던 시절인데 현대중공업 와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그때가 벌써 20년 전이니까 40대에 뛰어난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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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은 복잡하지 않다>는 곳곳에 일명 매뉴얼, 노조가 사측과 마주 앉았을 때의 지침을 따로 적어 놓았다. 1989년 현대 중공업이 128일 간의 파업에 들어간 부분에 "협상의 기술"이 적혀있는데, 12개의 지침 끝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한미 FTA 협상의 수석 대표였던 김종훈은 TV에 나와서 "나는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협상을 타결하라는 명령만 받았다. 협상을 결렬시켜도 된다는 명령은 받지 못했다. 그래서 타결 명령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걸 양보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권을 위임받은 게 아니라, 무조건 타결하고 오라는 명령만 받았을 뿐인데, 미국 측에서 이 조항을 양보 안하면 결렬을 선언하니 이쩔 수 없이 들어주었다는 것이다. p68

 

 협상의 기술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대한민국 최고의 협상가 김종훈 수석대표는 그렇게 광우병 쇠고기를 들여왔고, 여중생들은 2008년 5월 "미친 교육. 집워 치워!"와 "미친 소. 너나 먹어"를 외치며 청계천에서 촛불을 들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반정부 시위대가 처음으로 청와대 앞까지 진격한 5월 31일. 투쟁의 달인 이갑용도 역사학자 한홍구와 경찰에 연행돼 닭장 투어를 했다. 

 

 1995년 민주노총이 탄생하고, 1996년 12월 26일 새벽.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이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 통과 시키면서 전 국민의 65%가 노동자 총 파업을 지지. 해방 이후 가장 큰 총 파업이 벌어졌다. 그러나 해를 넘겨 파업 20일이 넘어가면서 현대 자동차 노조가 현장 노동자들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표했고, 민주노총은 전면파업이 아닌 수요파업으로 투쟁강도를 조정한다. 이는 연맹과 지도부가 지도력을 갖추지 못하고 대기업 노조에 흔들리게 되는 선례가 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이갑용은 진단했다. 철저하게 계급 싸움이 되어야 할 노동운동이 정치 싸움처럼 명문만을 앞세운 결과였다.

 

 "노동조합을 만든 목적과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이 없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모여서 뭉치라는 것을 경험과 내용 토대로 법으로 만들어놓은 건데, 이게 자꾸 깨지고 있는 거예요. 대중 조직의 역할과 임무가 몇 사람 보호하려고 하면 관변단체 만들면 되지. 민주노총은 그렇게 하는 조직이 아닌데. 그 싸움의 근흉을 언제 없앴냐 하면 지난 10년 정권 사이에서 힘을 다 없애버린 거예요. 시민단체까지 다 정부 편으로 만들어서 민주노총이 싸우려고 하면 왜 싸우냐고 했던 그게 다시 다 화살이 돌아오고 있는 거라고.(중략) 싸우려는 투쟁 의지가 다 꺾여버린 거예요. 한나라당이니까 다시 싸우러 나가자. 그런데 한나라당 바꾸면 뭐할 건데, 바꾸고 나면 너희들이 해 줄 게 뭐가 있는데, 이게 없는 거예요. 이게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인데 민주당은 알 리가 없고.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들이 이걸 찾아내서 끌고 가야 되는데 못하고 있어요. 중심에 노동자가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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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쟁의 달인이자 협상의 달인인 이갑용은 현대 중공업 노동자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거쳐 울산 동구 구청장을 지냈다. 자신의 계급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알고 있는 이갑용은 이제는 적당히 곰삭은 홍어가 됐다. 그런 그가 얘기하는 협상의 기술은 다음과 같다.

 

 "대가리 박고 아무 생각 없이 감옥 순서 정해서 무조건 1년에서 3년 사이에 50명 만들어서 가자는 거야,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종로집회 한번 받고 가고. 실업자 1000인데 감옥 줄줄이 갔다오는 거 하자는 거야. 그 중에 나도 시켜주고. 그렇게 가는 거 아니면 극복이 안 되는데. 민주노총 건드리지 말자, 감옥가면 처리도 안 되고. 타협도 하자. 저쪽에서 타협이 들어와야  되는데 (오히려) 우리가 매번 타협하러 가는 거야. 힘이 없는 상태에서는 타협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조항을 만들어서 일부러 넣었던 것도 힘이야. 협상은 힘이야."

 

 그의 말에 코웃음이 나는가?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스스로 생각해 보라. 우리의 계급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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