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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그 빈곤의 삶

심각한 여성빈곤… 올 겨울나기 막막하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서경순씨(가명, 51세)는 올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10여년 전 남편을 여의고 혼자 1남 2녀를 키워온 서씨에겐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 그동안 건축현장의 칠 기술자로 어렵게 아이들을 키워온 서씨는 몇 달 전부터 점점 줄어든 일거리가 지난 달엔 아예 끊어져 전혀 벌이를 하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 달부터 시행된 기초생계보장에서 탈락해 그동안 받았던 생계보조비도 끊긴 상태다. 내년 3월이면 집세도 올려줘야 하는데 당장 내야 할 월세와 겨울 난방비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 11월 6일 한국노동연구원은 <부실기업 정리가 고용에 미치는 효과 및 대책>이라는 보고서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실기업 정리 및 향후 금융·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내년 2월 실업률이 4.7%, 실업자는 1백3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 경우 여성 고용환경은 더욱 심각해진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4월 현재 고용계약기간이 1개월에서 1년 사이인 임시직과 1개월 미만인 일용직 노동자는 690만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52.7%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36시간 미만 취업자와 하청 노동자, 각종 파견노동자를 합하면 불완전 노동자 수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불완전 노동자화 경향이 뚜렷해 남성은 상용직이 63.8%, 임시 일용직이 36.2%인데 비해 여성은 상용직이 29.8%, 임시 일용직이 70.2%에 달해 앞으로 있을 실업사태를 더욱 혹독히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여성의 불안정 노동자화가 바로 여성의 빈곤화와 직결된다는 데 있다.

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여성가장 실업자 수는 97년 10월 3만1천명, 98년 4월 8만5천명, 99년 2월 현재 11만8천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IMF 경제 위기가 시작된 97년 말과 비교할 때 약 4배 가량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기혼여성가장은 97년 평균 2만2천명, 98년 2월 4만명, 99년 2월 8만6천명으로 나타나 이들의 증가율은 전체 여성가장의 실업 증가율보다 높은 182%, 215%로 각각 나타났다.

이들 여성 가장들은 경제적인 문제 이외에도 자녀 양육문제와 건강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실직 여성가장 자녀들의 상당수가 진학을 포기하거나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의 서경순씨도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초등학교 6학년 둘째 딸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씨는 자신의 자녀들을 꼭 자신의 손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 확고하지만 대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심리적인 피해의식이 겹쳐 결국은 아이들을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정의 해체가 가속화되면 거리로 내몰리는 아이들의 비행, 매매춘 등이 큰 문제로 대두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빈곤의 고리가 교육받지 못한 그들의 자녀로 이어져 더욱 견고해진다는 게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실직여성가장들을 위해 정부는 99년에는 기업과 실직여성가장이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실직여성가장에 대한 창업 지원안, 실직여성가장 특별취업훈련을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제정해 지난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절대 빈곤층에 최저생계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정부보고에 따르면 대상자는 160만명 선이며 예산은 2조7000억에 이른다.

그러나 실질적인 빈곤층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법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빈곤층으로 선정만 되면 여러 보장을 받을 수 있지만 탈락하면 거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앞의 서경순씨도 일거리가 있을 땐 수입이 60만원 정도 된다는 얘기가 그대로 평균수입으로 산정돼 기초생계보장에서 탈락했다. 가짜 빈곤층을 가려내기 위해 만든 까다로운 규정이 오히려 진짜 빈곤층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여성빈곤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먼저 빈곤의 사실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11월 3일 여성단체연합 대안사회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 ‘여성빈곤 깨뜨리기’에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이혜경 교수는 “여성빈곤에 대한 출발점으로 왜 얼마나 빈곤한가에 대한 사실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통계조차 마련되고 있지 않은 상황을 지적했다. 정부의 여성실업 대책이 장기적 지원이 아닌 단기적, 단편적 지원에 그치고 있으며 현실적 적합성을 고려한 정책 시행이 부족해 통합적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빈곤에 대한 현황파악 없이 서둘러 마련된 대책이라는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빈곤의 여성화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노동자의 무분별한 비정규직화 규제와 모성보호비용의 사회분담화 및 아동 수당제 도입, 이혼여성의 자립을 위한 방안과 소자본 창업지원, 여성 가구주에 대한 주거 지원 확대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가부장제가 강고해 성차별이 많은 나라에서 더욱 심각하다는 빈곤의 여성화는 이들 여성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최대 희생자라는 인식과 우선 배려해야할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여성 1366’ 예산부족으로 아사직전

  실무자들 법·제도 보장 강력촉구

긴급상담전화 ‘여성 1366’이 정부의 무관심과 인력·예산 부족에 따른 여러 한계를 노출시켜 본격적인 대책강구에 나섰다.

‘여성 1366’은 위기상황의 여성들에게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긴급구호 안내전화로 98년 1월 1일 전국 16개 광역 시·도에 설치됐으며 현재 전국에 7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 1366’은 24시간 365일을 쉬지 않고 상담해야 하는 데다 작년부터 여성복지 전달체계로서 여성복지생활시설, 경찰서, 의료기관, 법률기관 등과의 연계를 통한 원스톱(One-Stop)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대부분 단체들이 운영에 차질을 빚어왔다. 특히 야간 및 공휴일엔 사무실에서의 상담이 용이치 않아 긴급전화를 숙직실이나 집으로 착신시키거나 상담원의 핸드폰에 연결하는 경우가 10%를 넘는 등 직접상담의 한계를 노출시켰다.

더욱이 지금껏 ‘여성 1366’의 구체적인 위상과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자리잡지 못해 단체에 따라선 결식아동 신고전화나 가정종합상담을 주로 맡는 등 역할 혼재도 심각하다.

8일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주최한 ‘1366 운영현황 및 발전방향을 위한 토론회’에선 상담실무자들이 ‘여성 1366’ 운영의 어려운 점으로 ‘인건비 부족’ 32.7%, ‘상담원 부족’ 25.0% 등 인력과 관계된 장애요인을 57.7%나 꼽고 있다는 설문결과가 발표됐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족복지팀장은 “아동학대긴급전화(1391)가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보다 많은 역할을 담당해 온 ‘여성 1366’이 법적·제도적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 국가가 여성복지 관련법에 ‘여성 1366’ 설치를 명시해 안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무자들은 ‘여성 1366’의 자구책으로 ▲전문 상담인력 채용과 자원활동가 활용 ▲지속적 훈련 및 인력관리 투자 ▲상담내용과 사후관리 등에 대한 연구·피드백 ▲전국 광역권 구조조정 통한 효율성 증대 등을 제시했다.

‘여성 1366’의 위상 규정에 대해선 각 지역별로 참가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지만, 타 상담기관과의 역할 중복을 피하고 긴급구호 체계이자 여성복지 전달체계로서의 독자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 상을 논의해 가기로 했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주부취업자 저임금·중노동 시달린다

  기혼·중년·파트타임 여성노동자 증가추세 뚜렷

▶ 전년에 비해 가장 취업증가율이 높았던 조리사 부문은 최근 각 지역의 ‘일하는 여성의 집’(사진)에서도 자격증을 따기 위한 열기가 높다.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따른 가장 큰 수혜자는 여성이 될 것’이라는 토플러류의 예상과 달리 최근에는 기혼·중년·파트타임 여성노동자의 증가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노동력을 실제 흡수하는 분야는 고도 기술화와 관련된 하위직이거나, 점점 기계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좀더 인간적 서비스가 요구되는 영역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노동부 중앙고용정보관리소에 따르면 올 3·4분기에 고용안정센터와 취업알선센터를 통해 취업한 주부는 6만6,09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9,608명에 비해 33.2%나 증가했다.

이들 여성취업자중 기혼여성은 52.2%인 3만4,5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2만3,979명에 비해 43.9%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혼여성취업자를 직종별로 보면 단순노무직이 2만4,02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사무직 4,231명이 차지했다.

반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주부취업 분야는 서비스 및 판매 부문으로 무려 81.8%가 증가한 4,198명을 기록했다.

특히 서비스 직종에는 조리사가 1,362명을 차지, 전년 동기에 비해 125.5%의 급격한 증가율을 보였고 다음으로는 ‘웨이터 및 바텐더’ 981명으로 전년에 비해 59.5%가 증가했다.

이와 함께 여성의 연령대별 고용보험 취득현황은 30, 40대 기혼여성들이 전년에 비해 20%대의 증가추세를 보여 IMF 이후 중년 남성의 고용불안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이는 기혼여성의 재취업률이 35세부터 증가하기 시작하고 있고 35세 이후 얻게 되는 직장의 경우 대개가 서비스업이거나 단순 기계작동 업무들인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또 3·4분기중 고용보험 가입 직장에 신규 취업한 여성 근로자의 47.2%인 14만7,982명이 남녀 전체 임금의 하위 25% 수준인 월 7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에서도 나이가 많아질수록 70만원 미만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높아져 최근의 고용증가가 저임금 부문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줬다.

이같은 현상은 주부 재취업자들의 노동 강도는 점점 더 높아지는데 비해 작업 환경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저임금의 특성들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중앙고용정보관리소 관계자는 이같은 여성노동 현상에 대해 “정보화사회 진전이 무조건 여성에게 유리한 시대를 열어줄리는 만무하다”며 “오히려 여성 노동력을 실제로 흡수하는 분야는 단순·하위직으로 기계화에 따른 인간적인 서비스가 요구되는 고급식당이나 가정적 분위기를 내는 호텔·휴양지 같은 영역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강 성숙 기자 annyka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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