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살자 15회

 

 

1


읽는 라디오 ‘살자’의 열 다섯 번째 방송을 시작합니다.
추석과 함께 긴 연휴를 어떻게들 보내셨나요?
농사를 짓는 저야 휴일 개념이 별로 없고
가부장적 문화를 끔찍이도 싫어해서 제사나 명절은 그냥 패스해버리기 때문에
그저 그런 하루하루였습니다.


그렇다고 평소와 다름 없는 나날은 아니었습니다.
tv에서 영화도 많이 틀어줘서 tv를 많이 보면서 좀 느슨하게 지냈고
막내 동생 부부가 내려와서 가족들이 같이 자리를 하기도 했으니
명절과 연휴를 나름 즐기기는 한 샘입니다.


밭일을 하면서 라디오를 들으면 온통 가족주의 담론이 넘쳐났습니다.
명절이라고 가족들이 모여서 화기애애 하다느니
여자들의 명절 스트레스를 남자들이 덜어줘야 한다느니
어른들이 취직이나 결혼에 대한 얘기를 꺼내서 젊은 사람들 기죽이면 안된다는니
이런 얘기들이 연휴내내 넘쳐났습니다.


추석 당일 오전에 피시방에는 빈자리가 없습니다.
가족주의 담론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공간이죠.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고 가족들이 어우러진다는 통념과 달리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10월 28일에 제주에서도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는데...
세상을 좀 더 넓게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추석연휴입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매일 아침 사랑이와 산책을 합니다.
사랑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가 산책하기에 그만입니다.
겨울 작물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연휴의 라디오 방송은 한결 차분하고
살짝 흐린 하늘마저 고즈넉함을 안겨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꽃으로 유명한 연못입니다.
연꽃은 다 시들고 관광객도 없습니다.
처연함이 살짝 풍겨오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던 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었더니
사랑이가 왜 그러냐며 저를 쳐다봅니다.
연못 산책로에서 사랑이 기념사진 찰깍.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귤밭에는 귤이 익어갑니다.
조금 있으면 바쁜 계절이 시작되겠군요.


추위도, 더위도, 미세먼지도 걱정없고
모종심느라 바쁜 시기는 지났고
감귤 딸 시기는 아직 이른
요즘이 가장 여유로운 때입니다.
그래서 시간은 빨리 흘러갑니다.
시간을 곱씹으면서 아껴야겠습니다.

 

3


김영진님
고3때까지도 열심히 보았던 코난에 대한 이야기 ~전부를 보진 못했는데 2008년이 시대배경 이었다니 ~
게다가 미야자키영감이었다니 모든게 놀랍구랴~


Kil-Joo Lee님
60년 출생인 전 70년대는 자살을 3번이나 시도할 만큼 삶이 힘들었다고 느끼던 청소년이었지요. 이상과 맞지 않는 현실? 아님 현실과 맞지 않았던 이상이었는지.... 암튼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암울했던 시기였던 것같습니다. ^*^


여승선님
그렇게 사라지는 것 또한 내 삶인 걸~~


Vini Go님
우리의 80년대는 그러하였네요. 학생운동하다 대학병원 시체실로 숨어들던...

 


지난 방송에서 1970년대에 대한 얘기를 했더니 여러분이 자신의 70년대를 얘기해주셨습니다.


고3도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만화영화를 봤고
한 청소년은 너무도 암울한 개인사를 헤쳐나가야 했고
한 분은 열정적인 80년대를 보내셨는데
여승선님은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좀...


당시 저는 철모르고 뛰어놀던 어린이였기에 이분들의 경험과는 결이 다르지만
고2인 분과는 동시대의 만화영화를 같이 봤던 동질감을 느끼고
자살을 시도했던 청소년과는 자살을 시도했던 40대의 동질감을 느끼고
시체실로 숨어들던 대학생과는 여탕으로 숨어들던 대학생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아듯모를듯한 글을 남기신 분과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동질감을 느껴봅니다.


댓글로 교감을 한다는 건 이런건가 봅니다.
그 교감에 답하는 노래를 하나 골라봤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 제대로 수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긴 연휴의 끝자락에서 지긋이 눈을 감아봅니다.



(꽃다지의 ‘전화카드 한 장’)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