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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7회

 

1


Kil-Joo Lee님
착한 악마와 나쁜 악마란 표현이 재미있네요. 착한도 나쁜도 모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인데 실제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쁜 악마보다는 착한 악마에 관심이 있고, 나쁜 악마와 착한 악마 중에 어느 쪽이 더욱 사람을 힘들게 할지도 궁금하네요.


웨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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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성민입니다.
오늘은 지난 방송에 남겨주신 여러분의 댓글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댓글 소개가 하나의 코너처럼 되었고
그 코너는 방송의 마지막에 덧붙이는 장식처럼 자리잡아 버린 느낌이 있어서
오늘은 방송의 시작을 댓글 소개로 해봤습니다.


제가 댓글에 답글도 잘 달지 않는데다가
방송에서도 댓글에 대한 의견을 별로 얘기하지 않는 편이라
댓글을 장식용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닌지 하는 오해를 하실 수도 있어서...
에고 에고, 이렇게 되면 변명이 되어버리는데... 크크크
아, 그냥, 댓글에 토 달지 않고 여러분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이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 될 것 같아서...


자, 그런 의미로 Kil-Joo Lee님과 웨유님은 오늘 방송을 열어주신 스페셜 DJ가 되신 겁니다. 하하하
멋있게 방송을 시작해주신 두 분의 스페셜 DJ를 반기는 뜻에서 더 멋있는 노래 하나 듣고 시작해볼까요.
이런건 스페셜 DJ가 폼잡고 소개해야 하는데, 방송의 특성상 그럴 수 없는 점을 이해해 주시고요.
이 가을의 분위기랑 어울릴 것 같아서 선곡해봤는데, 어떨는지...
이연실이 부릅니다.
‘목로주점’

 

 

 

2


요즘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문화행사를 기웃거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정말 오래간만에 교향악단 공연을 찾았습니다.
웅장한 교향악의 선율에 몸과 마음을 푹 담그고 오고 싶었는데
공연은 별로였습니다. 헤헤


앵콜 요청도 받아주지 않고 공연이 비교적 일찍 끝나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더니 30분은 기다려야 차가 오겠더라고요.
그곳은 시내에서 떨어진 외진 곳이라 택시를 잡을 수도 없는 곳이어서
꼼짝없이 30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유유히 빠져나가는 자가용들을 약간은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차 한 대가 서더니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버스터미널까지 간다고 그랬더니 타라고 하더군요.


그분도 공연을 보고 나가는 길이었는데
“버스를 타려면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라고 따뜻한 말까지 더해주더군요.
더군다가 그분이 가려는 방향과 제가 내려야할 곳이 달랐는데도
흔쾌히 태워주셔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덕분에 막차를 탈 수 있어서 택시비를 아끼는 횡재까지 했습니다.


서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 서로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어두워서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채
고맙다는 짧은 인사만 하고 저는 목적지에서 내렸습니다.
길을 가다가 혹시나 마주치더라도 몰라보겠지요.


이번 달에만 이런 일이 벌써 두 번째입니다.
대도시에 살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지요.
불편한 누군가를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기고
내가 도와줄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것
너무도 단순하고 상식적인 일을 잊고 살았던 겁니다.


나에게 지독한 고통을 안겨준 세상이어서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두고 살았었는데
작은 틈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살며시 비춥니다.
그래서 거울로 이 햇살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반사합니다.

 

3


지난 주에는 각종 행사가 아주 많아서 저도 모처럼 문화생활을 만끽했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교향악단 공연도 봤고, 영화도 봤고, 버스킹 공연도 봤고, 감동적인 책도 읽었습니다. 무용극도 볼려고 그랬는데 피곤해서 그만...
확실히 10월은 문화를 즐기기에 가장 적당한 때인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 즐겼던 문화생활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권정생의 ‘짱구네 고추밭 소동’이라는 너무도 아름다운 동화를 읽었던 것입니다.
이 책에는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가득 담겨있었습니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너무도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쓴 권정생 선생 본인이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아주 생생한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신념과 진정성이 넘쳐흐르는 동화는 간결했습니다.
짧은 동화가 전해주는 따뜻한 온기가 얼마나 포근하던지...
그림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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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지난 주말 저녁에 있었던 버스킹 공연 모습입니다.
여성 두 분이서 마련한 자리였는데 보시다시피 조촐했습니다.
캐나다분과 한국분이 함께 하는 자리였는데
언어의 문제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했고
프로그램도 특별한 것이 없이 노래 몇 곡 부르는 것이 거의 전부였고
음향시설이나 악기 구성도 아주 단순했고
거리 공연이라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고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노래 실력이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소박하고 특별한 것 없는 공연이었는데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공연을 하시는 분들이 편안하게 사람들을 대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영어 노래가 많아서 의미를 제대로 알수는 없었지만
뭔가 따뜻한 기운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어설프고 조잡하게 보이는 것 같았지만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는 것도 서서히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욕심 내지 않으면서도 정성스럽게 마련한 작은 공연이
조금은 스산한 가을 밤을 훈훈하게 해줬습니다.


이 공연을 보고나서
“나도 저런 자리를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다음 방송은 가을특집 공연으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와~아~
읽는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공연이라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푸~흐~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번 특집 공연에는 아주 깜짝 놀랄 초대손님이 등장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누구인지 밝히면 재미없으니까
다음 방송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뭐, 별볼일 없는 우리도 이렇게 가을을 즐겨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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