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아쿠아맨, 헐리우드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줄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할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극장을 찾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봤으면 좋으련만 그런 영화는 없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우당탕거리는 영화로 선택했다.
영화가 잘 나왔다고 하니 그저 지루하지 않기만을 바랬다.

 

바다 속 왕국의 공주가 우연히 땅 위의 외로운 등대지기 남자를 남나서 아기를 낳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유럽의 전설 속 영웅의 이름을 따서 ‘아서’로 지었다.
그렇게 짧게 주인공의 탄생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더니
막바로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히어로가 바다 속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성장과정이니 훈련과정이니 하는 군더더기없이 본론으로 그대로 달려가는 게 요즘 영화의 트랜드인가보다.
어차피 우당탕거리는 걸 보려왔으니 쓸데없는 얘기로 진을 빼는 것보다는 좋았다.

 

특별한 유니폼도 없이 타투로 뒤덮힌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염력을 부리거나 광선이 나오는 현란한 초능력 대신 엄청난 힘 하나로 상대를 제압했다.
“뭐야, 바다 속에서 활동하는 슈퍼맨이야?” 싶었다.
그렇게 힘자랑 제대로 한번 하고나서 바다 속 세계를 보여주는데
거대한 해마와 상어 같은 걸 타고 무장한 무리들의 전투장면이 이어졌다.
“어, 이거는 바다 속 아바타야?” 싶다가도
광선과 로켓이 날아다니는 현란한 전투장면에서는
“스타워즈도 바다 속에서 재현이 되네” 싶었다.
바다 속에서만 있으면 답답할지도 모른다는 배려 속에
주인공을 땅위로 데려다놓고는
인디아나존스의 분위기도 보여주고
미션 임파서블 같은 분위기도 보여주더니
다시 바다로 가서는
갑자기 에일리언 같은 분위기를 깜짝 선물처럼 보여주더니
전설의 검 엘스칼리버를 뽑아드는 아서왕처럼 분위기를 만들더니
막바지에는 예상 밖으로 고질라까지 나가는 거였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보여주겠다고 작정을 했는지
쏟아부을 수 있는 건 다 쏟아부었다.

 

이렇게 이것저것 다 갖다붙이면 영화가 엄청 산만해지는데
그 과정을 공들여서 하나하나 열심히 만들면 눈을 확 잡아끌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었다.
정말 현란한 눈요기를 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였다.
이런저런 시비거리가 중간중간 있었지만 시비를 걸 시간도 주지 않았다.
새로운 카드를 계속 내밀며 시종일관 우당탕거리기를 멈추지 않았으니 말이다.
빈약한 줄거리는 오히려 장점이 됐다.
다양한 종족과 인물들이 수시로 등장하는데 쓸데없이 줄거리를 복잡하게 하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시간 반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아쿠아맨은 칼을 맞아도 총을 맞아도 심지어 레이저폭탄을 맞아도 죽지 않는데
그러면 너무 완벽한거 아닌가?
슈퍼맨도 약점은 있는데 말이야.
아쿠아맨 만큼 그의 보조자이자 연인인 ‘메라’도 적극적인 역할을 아주 잘 해냈는데
근육질의 아쿠아맨과 가슴빵빵 메라를 보면서
트럼프와 멜라니아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렇게 눈요기를 잘하고 극장을 나섰더니 뒷맛이 조금 꿀꿀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