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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7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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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나물을 한가득 선물 받았습니다.
혼자 먹기에 너무 많아서 주위에 조금씩 나눠줬는데도
이렇게나 남았습니다.
남은 건 부모님과 동생에게 줬습니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아서 기분이 좋고
그걸 나눠주면서 기분이 좋고
나물을 먹으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별거 아닌 선물의 쓰리쿠션 퍼펙트였습니다.


며칠 후 어머니가 오일장에 가셨다가 아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제가 숙주나물을 가져왔었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그 얘기를 전하며 즐거워하셨습니다.
이렇게 보너스팁까지 얻었네요. 하하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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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밭에 유채꽃이 화사하게 피어서 기분이 좋았었는데
어느 날 불도저가 무지막지하게 밀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옆밭에서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노란 유채꽃을 보며 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아주 짧은 즐거움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네요.
지난 3년간 이곳에서 편안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 그 행복도 끝나버렸습니다.


공사장 소리에 사랑이는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분진 방지를 위한 펜스를 쳐달라고 얘기했는데 아직 답이 없네요.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아주 짧게 봄의 기운을 느끼며 즐거웠었는데
그 짧은 감흥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모든 것들을 견뎌내야할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3년 전에 조금 떨어진 동네에서 살 때도 공사장 소음과 스트레스를 참으며 지냈는데
3년만에 다시 그것을 더 큰 형태로 반복하게 됐습니다.
개발과 투기의 섬 제주에서 살아간다는 건 이런 걸 달고 살아야 합니다.
도망갈 곳이 없습니다.

 


(조성일의 ‘망치와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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