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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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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이라는 드라마를 봤습니다.
아주 핫한 드라마라서 호기심에 봤는데 잘 만들었더군요.
재미있게 6부작을 모두 보고 났더니 다음 이야기가 궁긍해졌습니다.
내년이나 되야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는데...


그런데 좀비물을 볼때마다 느끼는 불편함은 여전했습니다.
좀비물은 ‘통제되지 않는 대중에 대한 불신’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중이 좀비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민중의 비참한 삶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양반들의 모습이 추하게 그려졌지만
통제되지 않는 민중들은 죽여버려야하는 좀비때일 뿐이었습니다.
양반을 향해 달려드는 좀비를 보며 “상놈이 양반을 문다!”고 고함치는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껴야하는데 불편함을 느낀 건 그 때문입니다.


민중은 좀비가 되거나 피난민이 될 뿐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역시나 왕자와 양반들이었습니다.
선한 지배자가 악한 지배자와 맞서 싸워서 민중을 구하는 거지요.
결국 상놈이 양반을 물어서 모두가 좀비가 되는 혁명적 상황은 막고자 피나게 노력합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새로운 좀비들이 등장했습니다.
거리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대는 그들은
자유한국당으로 몰려들어 불만에 찬 이들을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언제까지 얌전하게 샌님처럼 할거냐”고
여기저기 몰려다니면서 생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그렇게해서 탄핵정부의 2인자가 야당의 우두머리로 당당하게 돌아왔습니다.


통제되지 않는 대중의 거대한 힘으로 권력을 잡은 선한 지배자는
척폐청산을 소리높여 외치며 대중을 달래려했지만
상징적인 척폐만 몇 명 제거한 채 대중에게 등을 돌리는 순간
척폐의 무덤 속에서 새로운 좀비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가 좀비였을 때
저들이 느꼈을 불안감과 가소로움이 동시에 다가오지만
대중을 믿지 못하는 지배자들에게 그들이나 우리는 마찬가지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선한 지배자를 믿으라하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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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만난 우정이 모습입니다.
얼굴에 난 커다란 상처는 사랑이와 싸워서 생긴 겁니다.
이 상처를 볼 때마다 너무 속상해서 미치겠습니다.


저를 보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서는 만져달라고 아양을 부리는 우정이는
제 곁에 사랑이가 있으면 멀리 떨어져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합니다.
그러다 가끔 사랑이가 있는데도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영락없이 싸움이 벌어집니다.
얼마 전에도 그래서 둘이 아주 크게 싸웠는데 우정이 얼굴이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한때는 친한 친구였던 둘이 이렇게 앙숙이 되버려서 속상하고
내 모습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다 벌어진 싸움이라서 속상하고
둘의 싸움을 말리려고 우정이를 걷어차기도 해야하는 것이 속상하고
이렇게 큰 상처가 났는데도 별로 해줄수 있는 게 없어서 속상합니다.


그래도 저를 보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우정이가 너무 고마워서
사랑이랑 같이 기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게 우정이를 행복하게 하는 건지 확신이 없고
두 마리를 기르게 되면 사랑이에게 쏟는 정성이 줄어드는 게 미안하기도 해서
이렇게 마음만 졸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정을 준다는 건
즐겁고 행복한 일이기는 하지만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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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비가 내리는 토요일 저녁
열 번째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촛불집회 주제는 ‘영리병원 반대’입니다.


10년전 광우병 촛불집회처럼 거대한 용광로도 아니고
2년전 박근혜탄핵 촛불집회처럼 도도한 강물도 아닌
아주 조그만 촛불집회입니다.


겨울 내내 촛불을 들었지만
모인 사람은 2백명을 넘지 않았고
그마저도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작은 촛불집회는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운동권 특유의 분위기가 강하다는 게 단점이지만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는 건 장점입니다.
이 촛불집회는 그렇게 소중함을 몸으로 느껴가는 과정입니다.

 

4


잘읽었답니다. 글이 조금 짧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길면 잘 안읽는 경향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신나는 봄 맞으시길..()

 

지난 방송에 대해 정중석님이 의견을 달아주셨네요.
에고에고, 오늘 방송도 말이 좀 많았나요?
누군가랑 얘기를 나누려고 하는 건데
혼자서 상념을 늘어놓는 자리가 되버리는 건 아닌지...
그래도 이렇게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시니 좋네요.
긴장 좀 하면서 방송을 진행해야겠습니다.

 


<광고입니다>
개발과 투기의 광풍 속에서 문들어져가고 있는 제주의 속살을 들춰보는 일을 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이곳 제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듣고 기록하려는 겁니다.
인터뷰 또는 르포의 형식이 될테인데 아직 구상만 존재하고 구체적인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혹시 이런 것에 관심이 계신 분이 있다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드라마센터 코지’의 ‘2017 이어도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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