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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우스 뒤편 우수관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옆 밭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종종 있어서 짜증이 났지만
얼굴 붉히며 지내고 싶지 않아서 그냥 조용히 치웠습니다.
며칠 후 그곳에 또 다시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고의로 이러는 것인지 의심이 됐지만
역시나 서로 핏대 높이며 싸우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치웠습니다.
옆 밭과는 폭우 시 물이 흘러넘치는 문제로 갈등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비탈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지형적인 문제가 있는데다가 그리 심각하지도 않았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아주 예민할 수도 있는 문제여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우스에 이것저것 보강조치도 하고 자주 살펴보고는 있지만
이 역시 당사자 입장에서는 미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가급적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참으면서 조용히 처리하려고 하는데도
이런 일들이 계속 생기면 짜증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면
옆 밭에 빗물이 넘치는 문제를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듯이
저희 밭에 쓰레기가 날아드는 것도 별거 아니라도 생각하면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법이라서
짜증스러움을 누그러트리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2
사랑이와 함께 하우스 안에서 편안하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옆 밭에 사람이 왔는지 갑자기 사랑이가 짖더군요.
그런 사랑이를 달래면서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있는데
옆 밭 사람이 개가 짖는 것이 시끄럽다고 한마디 하더군요.
순간 욱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었지만 마음을 짖누르고
사랑이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키려 했습니다.
그래도 사랑이가 계속 짖어대자
옆 밭 사람의 짜증 섞인 궁시렁거림이 들려왔고
꾹꾹 눌러놓았던 짜증이 순간적으로 폭발한 저는
사랑이를 향해 힘차게 발길질을 해버렸습니다.
“야 이 개새끼야, 조용하라고! 응? 아가리 닥치라고!”
저의 기습공격에 허를 찔린 사랑이는 깨갱 소리를 심하게 내면서 뒤로 물러섰고
하우스 안과 밖은 순간 무서운 정적이 흘렀습니다.
놀라고 아픈 상태로 물러선 사랑이는 제 눈치를 살피면서도 멀리 도망가지는 않더군요.
그런 사랑이의 모습을 더 보기 싫어서 주변에 있는 커다란 돌멩이를 들어서 힘껏 내던졌습니다.
“야 이 씨발놈아, 너 오늘 죽여 버리겠어, 개새끼야!”
사랑이는 제 기세에 놀라 멀리 도망가기 시작했고
저는 분을 참지 못한 채 사랑이를 쫓아가면 돌멩이며 나뭇가지며 잡히는 대로 집어던졌습니다.
일을 하다가 쉴 때
제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던
생각 중의 하나입니다.
마음속에 뭔가 불안하거다 불편한 것이 자리 잡고 있으면
제 안의 성민이는 극한의 상황으로 불안을 밀어붙여버립니다.
그러면서 실제 일어나지도 않았던 일이 엄청 큰 사건으로 발전해버리곤 합니다.
이런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머리를 흔들어보고 심호흡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제 옆에서 편하게 쉬고 있는 사랑이를 봤더니
사랑이를 상대로 그런 상상을 했다는 자체가 너무 미안하더군요.
3
지난 방송에서
몸의 불편함이 물러가서
고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빌었습니다.
다행히 설사는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었더니 나아졌습니다.
설사하는 동안 고통을 줄이려고 열심히 좌욕을 했더니 치질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저를 힘들게 했던 몸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다시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제 마음은 또 다른 파도에 출렁이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한발쯤 떨어져서 사랑이와 조용히 살아가는 있고
큰 욕심 없이 감귤과 텃밭을 가꾸며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는데도
제 마음은 고요한 일상과는 맞지 않은가 봅니다.
사실, 작은 쓰레기가 한쪽 구석에 있었을 뿐인데
그것이 이렇게 파도를 일렁이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출렁일 때면 어떻게 진정시켜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기에
그냥 그 출렁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 제 마음이 더 다치지 않도록 그 옆을 지켜주면서 말이죠.
4
저도 얼마전 샤인머스키트 포드를 먹고 비슷한 설사병이 생겼었어요. 처음엔 참다가 저도 동네병원서 약을 지어다 먹었는데 계속 그래서 배를 따뜻하게 해줬더니 금새 낳았습니다.
혹시 샤인머스키트 포도를 드시고 그러신거면.. 포도를 식초 뿌린 물에 30분 담갔다 먹으니 괜찮았었습니다. 홍옥이란 사과를 요즘엔 못먹듯이.. 캠벨 포도가 귀해졌습니다.
음악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s. TV 드라마 정년이, 지옥에서온 판사 중에... 저는 개인적으로 지옥에서온 판사를 더 좋아합니다. 천사가 타락하면 악마가 되는 설정이 무척이나 와닿습니다. 아마도 작가는 선악에 대한 기준을 독자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죄에 대한 선과악의 대사중 판사를 보고 '개쓰레기같은 판결...' 같은 속시원한 말도 나오고.. 노조지부장을 욕하는 회사 사장 얘기도 나옵니다. 이 모든 대사가 와닿습니다.
득명님이 지난 방송을 읽으시고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저는 포도가 아니라 덜 익은 닭고기를 먹어서 탈이 난 경우였습니다.
다행히 약을 먹고 나서 나아졌습니다.
뭔가 먹을 때는 잘 씻든가 잘 익히든가 해서 먹는 것이 기본인데
귀찮거나 마음이 바쁘거나 해서 그런 기본을 지키지 않다가 탈이 났네요.
기본을 지키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요즘에는 볼만한 드라마가 없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는데
득명님이 소개해주신 드라마에 한번 관심을 가져볼까 합니다.
득명님과 같은 속 시원함이 제게도 와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소개해준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치 않으니
우선 그 재미부터 느껴보려 합니다.
오래간만에 이 방송에 댓글이 달려서 반갑고 즐겁습니다.
이 감정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다 닿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제 안의 성민이에게도 이 감정을 흠뻑 전해주고 싶네요.
“성민아, 이곳에 우리 말고 누군가 또 있어. 알고 있니?”
(까데호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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