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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멀지 않은 과학적 상상

그리 멀지 않은 과학적 상상


CNN방송은 남아공의 14살 소녀 케비나가 에이즈로 부모를 둘다 잃은 뒤, 7명의 어린 동생들과 84살의 눈먼 할머니를 돌보는 이야기를 보도하면서 케비나가 한 말을 이렇게 전했다. "학교 선생님은 우리를 고아라고 불러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동물이라고 생각해요" (2000년 5월 28일 한겨레신문)

의학사 연구가 밝혀왔듯이 인류가 이렇게 현재처럼 오래 살 수 있게 된 것은 의학의 거창한 발전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눈에 띄게 개선된 공중보건과 공공의료(전염병예방과 환자의공공적 격리등등)의 발전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위 기사의 인용처럼 현실의 AIDS문제는 질문과 악몽을 동시에 제기하고 일으킨다.

질문은 전세계 3360만명의 AIDS 감염자중 70%인 2330만명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에 몰려 있다는 사실 자체이다. 과연 제 13차 국제 AIDS회의 개막연설에서 남아공 대통령이 밝혔듯이 이 문제의 대답이 '가난'뿐일까?
아직도 AIDS가 신이 내린 천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할 말이 없지만, 질병의 하나로서 AIDS는 적절한 보건환경과 시기에 따른 치료로 그 질병의 확산(특히 모자감염)과 진행속도를 막을 수 있다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고, 완전하진 않지만 치료약 역시 많이 나와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피상적으로 남아공 대통령이 밝혔듯이 '돈'이 없는 가난한 아프리카사람들은 '첨단' 생명공학 기술로 만든 치료약을 살 형편도, 평균적으로 안전한 예방환경이 갖추어진 곳에서 살 수 없으니, 많이 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AIDS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약만을 살펴본다면, 다국적 기업의 높은 로얄티와 배타적 특허권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약을 만들어 그 나라 국민에게조차도 자유롭게 나누어 줄 수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필자가 비정상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나라의 성인 4명중 한명이 치명적인 병에 걸려쓰러지고 있는 판에 국가가 그냥 외국회사에 목빼고 가격할인 협상이나 혹은 무상기증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몇몇 아프리카의 나라들 역시 그러한 약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 용한 특허가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수많은 다른 무역, 통상과 연관되어 있으니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군산복합체가 아니라, 약산복합체의 형국이다.

악몽은 이런 현상이 과연 지금의 AIDS에서 그칠 것인가 이다.

폭압적인 제국주의에 수탈당한 검은 대륙이 이제는 그 결과로 인해 생긴(최근 AIDS의 기원 연구를 참고할 것) 치명적인 전염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원인제공자이자 수탈자의 손아귀에서 좌지우지 되는 상황은 폭력에 의한 19세기와 20세기의 수탈보다 더욱 비극적이다. 당장은 AIDS 운동가들의 주장처럼 치료약의 대규모 기증을 통해 AIDS약으로부터 얻는 폭리를 감추려고 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들과의 싸움이 우선이며 반드시 실질적이고 대폭적인 가격인하를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마 이제 부터 일 것이다.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치명적인 전염병들의 등장, 통제되지 않을 수 있는 제 2,3세대 유전자 조작식품들의 위험성, 그리고 복제 등등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가 경제적 불균등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기술을 '먼저' 가진자의 독점에 휘둘린다면......200년 이상 이어진 아프리카의 수탈은 아마 아주 긴 비극의 짧은 서막일 것이다.

CMM방송은 남아공의 14살 소녀 케비나가 SDIA로 부모를 둘다 잃은 뒤, 7명의 어린 동생들과 84살의 눈먼 할머니를 돌보는 이야기를 보도하면서 케비나가 한 말을 이렇게 전했다. "기자 당신은 우리를 불쌍한 고아라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수탈당한 동물이라고 생각해요" (2050년 5월 28일 례겨한신문)

다른과학 편집위원 손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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