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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2회)

 

들리세요? (2회)

 

 

1

 

안녕하세요?

1주일 만에 다시 여러분을 찾아온 꼬마인형입니다.

반갑습니다.

음...

푸하하하하하

 

아, 죄송합니다.

이거 시작부터 방송사고를 내고 말았네요.

아이~씨, 좀 그럴듯하게 방송을 시작하려고 그랬는데...

처음부터 버벅거리고, 웃음 터트려버리고, 이것 참 난리도 아니군요.

 

아, 아, 1주일 동안 잘들 지내셨어요?

저야 뭐, 그럭저럭 지냈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어...

 

아우, 이거 한번 버벅거리기 시작하니까 좀처럼 잘되지 않네요.

에이, 노래 먼저 듣고 갈게요.

‘하늘공원’ 시와가 부릅니다.

 

 

높이 올라가는 길

손가락 새로 스치는 흐~음~

가득 바람 안고서 날아오르는 작은 풍선

 

흙, 맨발로 걸어도 상처 하나 주지 않고

풀, 아무리 지쳐도 평화롭게 쉴 수 있게

들꽃, 피어있는 꽃 오랜 시간을 기다린 들꽃

하늘, 높다란 하늘 한없이 밝은 파란 하늘

 

흙, 맨발로 걸어도 상처 하나 주지 않고

풀, 아무리 지쳐도 평화롭게 쉴 수 있게

들꽃, 피어있는 꽃 오랜 시간을 기다린 들꽃

하늘, 높다란 하늘 한없이 밝은 파란 하늘

 

높이 올라가는 길

손가락 새로 스치는 바람

가득 바람 안고서 날아오르는 파란 하늘

 

 

2

 

처음부터 너무 버벅거려서 죄송합니다.

나름대로 멘트도 준비하고 그랬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군요.

너무 성의 없이 방송한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아직 방송 진행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뿐이에요.

이쁘게 봐 주세요옹~. 히히히히

 

아, 준비한 얘기할게요.

저희한테 홍보영상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여기가 명색이 라디오인지라 소리만 들려드려야겠습니다.

정성스럽게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주신 분들에게 미안하게 됐네요.

뭐, 여기가 라디오방송이라는 건 알고 보내셨죠?

 

이쁜 얼굴들은 보실 수 없지만, 얼굴만큼 이쁘고 발랄한 목소리를 들어보실래요?

 

 

- 저희는 연극반 앙큼한 고양이들이랍니다. 가을 정기공연을 앞두고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 맹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공연이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아서 모두들 집중 집중 또 집중모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홍보도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설레기도하고 걱정도 됩니다. 여러분, 저희들이 열심히 준비한 연극 보러 많이 와 주세요. 엄청 재미있어요. 쎅시하고요!

 

- 요즘 공연 준비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부모님한테 적당히 둘러쳐서 연극 연습하는 날은 학원 빠지기로 해서 기분이 좋기는 한데, 공연 준비하는 게 장난이 아닙니다요.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서 그거 맞추느라 난린데, 선배님들 눈치 봐야지, 선생님 잔소리 들어야지, 시시때때로 부모님의 무언의 압력도 맞받아쳐야지, 이건 뭐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에고 에고, 마음 편하게 연극만 하는 날은 올까요?

 

- 연극을 하면... 자신감도 좀 생기고... 좋습니다. 친구들이랑도 편하고... 스트레스도 막 풀고... 음... 제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제 자리가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음...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요...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서... 선배님들이 많이 지도해주기는 하지만... 음...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휴~ 이 정도만 얘기해도 돼죠?

 

- 저는 3학년이라서 이번 공연에서 빠져야하는데 인원이 모자라서 대타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수능준비는요? 수시에 합격해서 좀 여유롭습니다. 히히히. 3년째 하는 공연이라서 조금 재미없기는 한데요. 뭐, 고등학교에서 마지막 공연이라 그냥 해볼 만합니다. 애들이 너무 버벅거리는 게 많아서 좀 그렇기는 한데요. 그것도 뭐, 대강 넘어갑니다. 아, 빨리 공연 마치고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 오~ 앙큼한 고양이들에서 제일 귀엽고 쎅시한 콩고양이랍니다. 앙큼한 여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쥐도 잡아먹지 않고 준비만 열심히 했거든요. 살이 쏙 빠져서 허리라인이 더 매력적으로 변했으니까 와서 한 번 봐주세요, 우~. 특히, 남학생 여러분, 쎅시한 여고생들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마음 편하게 달려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오빠들~.

 

- 안녕하세요. 앙큼한 고양이들 중에서 막내 고양이랍니다.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선배님들과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내시는 열정적인 선생님과 폭풍성장하고 있는 아우들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너~무 보고 싶으시죠? 조그만 참으세요~오. 곧 저희들이 달려갈께용. 저희들 공연 보고 반해서 사고가 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지만, 그건 치명적 매력을 가진 저희들의 운명이겠죠? 여러부~운, 귀여운 막내 고양이가 이쁘게 준비하고 있으니까 꼭 보러오세요. 야옹~

 

 

크크크크, 저는 너무 재미있었는데, 여러분은 어떠셨어요?

아이, 이거 영상으로 봐야 하는데...

정말 안타깝네요.

 

이 영상이 이틀 전에 저희에게 왔으니까 이제 공연이 1주일 정도 밖에 안 남은건가요?

야, 정말 바쁘겠다.

전 이런 안 해봐서 잘 모르지만...

설레고, 긴장되고, 정신없고, 뭐 그러지 않을까요?

암튼,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당일 날 공연도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앙큼한 고양이들, 너무 부럽다 이것들아.

노래 들려드릴게요.

체리필터가 부릅니다. ‘낭만고양이’

야옹~

 

 

(Sweet Little Kitty!)

내 두 눈 밤이면 별이 되지

나의 집은 뒷골목 달과 별이 뜨지요

두 번 다신 생선 가게 털지 않아

서럽게 울던 날들 나는 외톨이라네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 (더 자유롭게!)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 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깊은 바다 자유롭게 날던 내가

한없이 밑으로만 가라앉고 있는데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 (더 자유롭게!)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 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 버린

(이 떠나가 버린 떠나가 버린 이 나의 바다여)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 버린(떠나가 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Sweet Sweet Sweet)

(Little Little Kitty)

(Sweet Little Kitty!)

 

 

 

3

 

다음은 영화 중 한 장면을 감상하실텐데요.

이것도 역시 목소리만 들어야겠군요.

좀 웃긴가요?

여러분, 여기는 읽는라디오랍니다.

이런 것도 익숙해지셔야죠. 푸후후후

 

다섯 살 수진이가 아빠랑 같이 할머니집에 놀러가면서 생긴 일들을 그린 영화인데요

할머니집에서 일어나는 한 장면을 같이 감상하시죠.

레디~ 큐!

 

 

장경호가 벽에 기대앉아서 종이접기를 하고 있고, 장수진이 그 옆에서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장수진 : 아빠.

장경호 : 응?

장수진 : 뭐 만드는 거야?

장경호 : 강아지.

장수진 : (환한 표정으로) 와~아~

장경호 : 수진이 강아지 만들어주면 이뻐해줄거지?

장수진 : (큰소리로) 응.

장경호 : 조금만 기다려, 거의 다 됐으니까.

장수진 : (색종이를 유심히 바라보며) 빨리 됐으면 좋겠다.

한경자 : (커피 두 잔과 음료수 한 잔이 놓은 접시를 들고 와 장수진 옆에 앉는다) 우리 이쁜 수진이,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

장수진 : (약간 들뜬 목소리로) 할머니, 우리 아빠가 강아지 만들고 있어요. 강아지 만들면 복돌이랑 같이 놀 거예요. (장경호를 바라보며) 아빠, 강아지랑 복돌이랑 같이 놀아도 돼죠? 응?

장경호 : 응, 그래도 되는데, 이 강아지는 종이로 만든 거니까 아까처럼 복돌이가 핥으면 안 되는 거 알지?

장수진 : 응.

한경자 : (음료수가 든 컵을 장수진에게 건네며) 자, 수진이 주스 마셔.

장수진 : 예. (컵을 두 손으로 받아들고 들이킨다)

한경자 : (커피 잔을 장경호 앞에 내밀며) 커피 마시고 해라.

장경호 : 예. 놔두세요. 거의 다 했어요.

한경자 :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장경호에게 내민다) 이거 갖고 수진이 과자 사 줘라.

장경호 : (힐긋 봉투를 쳐다보고) 뭐예요?

한경자 : 얼마 전에 미숙이가 보너스 탔다면서 주고 갔는데, 내가 쓸데가 있어야지.

장경호 : (종이접기를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짜증난 목소리로) 어머니, 왜 이걸 나한테 주는데? (고개를 들어 한경자를 바라보며) 다른 집에서는 아들이 어머니한테 용돈 하라고 돈 주거든요. (목소리 톤이 조금 올라가서) 아들이 백수라서 아직도 엄마한테 돈 받아쓰라고요?

장수진 : (장경호의 팔을 잡으며) 아빠, 싸우지 마.

장경호 : (짧게 심호흡을 하고 장수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싸우는 거 아니야. 큰소리 내서 미안해. (다시 종이접기를 하며) 집어넣으세요.

한경자 : (봉투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수진아, 할머니가 재미있는 거 보여줄까?

장수진 : (한경자를 바라보며) 뭔데?

한경자 : 잠시만 기다려.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간다)

장경호 : (거의 다 완성된 강아지를 매만지며) 수진아, 이제 거의 다 됐어.

장수진 : 와~아~

장경호 : (끝마무리를 하고 완성된 강아지를 들어 보이며) 자, 어때?

장수진 : (얼른 강아지를 집어 오면서) 이야~ 이쁘다.

한경자 : (자그마한 사진첩 하나를 들고 안방에서 나와 장수진 옆에 와 앉는다)

장수진 : (약간 들뜬 목소리로) 할머니, 할머니. 이거 봐요. 강아지 이쁘지?

한경자 : 아이고, 정말 이쁘네. 아빠가 만들어줬어요?

장수진 : 응. 우리 아빠 최고! (일어나서 장경호의 뺨에 뽀뽀를 한다)

장경호 : (환하게 웃으며) 이야~ 얼마 만에 수진이가 뽀뽀해주는 거야? 앞으로 수진이한테 뽀뽀 받으려면 강아지 많이 만들어줘야겠네?

장수진 : 강아지 만들어주면 뽀뽀 많이 해줄게. 강아지 많이 만들어줄거지?

장경호 : (커피를 마시며) 알았어. 많이 만들어줄게.

한경자 : (사진첩을 펼쳐 장수진 앞에 놓으며) 수진아, 이거 봐볼래?

장수진 : (사진첩을 들여다보며) 누구예요?

한경자 : (손가락으로 사진 속의 한 인물을 가리키며) 이 아이, 귀여워?

장수진 : 응.

한경자 : 이 아이가 수진이 아빠야?

장수진 : (한경자를 보며) 아빠도 아기였어요?

한경자 : 그럼, 얼마나 말썽꾸러기였는데. 수진이 아빠는 학교 들어갈 때까지 옷에 오줌 싸고 그랬어요?

장수진 : (인상을 찌그러트리며) 이이~ (장경호를 바라보며) 아빠, 오줌싸개야?

장경호 : (커피를 마시며 웃어 보인다)

한경자 : (장수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진이는 옷에 오줌 안 싸지?

장수진 : 응. 쉬는 화장실에서 해요.

장경호 : (사진을 들여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수진아, 여기 아빠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이 할머니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이 할아버지야. 할아버지 기억나?

장수진 :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니.

장경호 : 할아버지가 수진이 애기 때 얼마나 이뻐했는데...

장수진 : (사진을 들여다보며 손가락으로 한 인물을 가리키며) 이건 엄마야?

장경호 : (웃으며) 아니, 그건 고모.

장수진 : (장경호를 보며) 그럼 엄마는?

장경호 : 엄마는 다른 집에 있었지.

장수진 : (장경호를 보며) 왜 엄마는 다른 집에 있어?

장경호 : (잠시 생각하는 척 하며) 음... 그건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볼까? 엄마 아이 때 사진도 보여 달라고 하고.

장수진 : 응. (강아지를 집어 들고) 복돌이한테 강아지 보여줘도 되요?

장경호 : 어, 그래. 복돌이가 강아지 핥지 못하게 해야 되.

장수진 : 응.

 

장수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한다.

 

 

어떠세요? 아이고, 그 꼬마아이 모습이 너무 귀엽죠?

저런 조카 하나 있었으면 제가 매일 귀여워해줄텐데...

 

아, 이 영화는 ‘아빠랑 같이 할머니집에 가요’라는 영화인데요

아직 만들어지지는 않았고 그냥 시나리오만 존재하는 영화입니다.

이 시나리오는 저와 함께 이 방송을 진행하고 계신 성민이님이 쓰신 건데요

이 아저씨 혼자서 별짓 다해요.

 

이런 영화 본지 정말 오래되지 않았나요?

가을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영화 한 편 봤으면 좋겠네요.

 

 

4

 

이 방송 보시는 분들 중에 혹시 성민이님 기다리는 분 계신가요?

그런 분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오늘 방송에는 성민이님이 나오시지 않습니다.

어디 아프거나, 바쁜 일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음... 그냥 오늘은 제가 혼자 진행합니다.

아... 뭐, 그래도 크게 상관없지 않나요? 히히히

 

솔직히 얘기하면요

이번 방송 준비하면서 저랑 성민이랑 좀 싸웠거든요

아, 뭐, 막 소리 지르며 그렇게 싸운 건 아니고요

가벼운 말다툼? 그것도 아니면 의견충돌?

뭐, 암튼 그랬습니다.

 

뭐 때문이냐면요

지난 번 첫 방송 마치고 나서 성민이님이 다음부터는 서로가 역할을 좀 더 정해서 깔끔하게 진행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서로 핀트가 잘 안 맞는 거예요.

저는 방송에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경험도 별로 없어서 그냥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는데

성민이는 둘이 진행을 하다보니까 좀 어지러웠나봐요

그런데 역할을 나눈다는 게 잘못하면 제가 어정쩡해지거든요

그래서 “아이씨, 시다바리 할 거면 안 해!” 그래버렸거든요

그러니까 성민이가 “야, 그럼 니가 한 번 풀로 진행해 봐” 그랬는데

별 고민도 하지 않고 그냥 받아버렸거든요.

에고 에고, 그렇게 해서 이번 방송을 혼자서 진행하게 됐는데

이렇게 버벅거리기만 하고 있습니다.

 

성민아, 혼자 하니까 생각보다 힘드네

다음 방송부터는 싸우지 말고 둘이 같이 잘 해봤으면 좋겠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아닌가?

푸 흐흐흐흐

 

여러분, 다음 주에는 성민이랑 같이 좀 더 재미있게 해볼게요.

오늘 마지막 노래는요

정차식이 부른 ‘옷깃을 세우고’입니다.

안녕~

 

 

쓸쓸한 이 계절에는 이상하게 당신이 땡겨 그냥 나랑 삽시다

당신도 언젠가는 늙어간다오 오 늙어가오 기운도 없구요 사랑은 더 없어요 나 어떡해 나 어떡해요

 

오늘같이 비오는 밤엔 지독하게 소주가 땡겨 그냥 나랑 잡시다

당신도 저 달처럼 꺾어진다오 오 휘어지오 기운도 없구요 사랑은 더 없어요 나 어떡해 나 어떡해요

 

나는 너의 사랑을 먹고 사는 철부진가 봐 나는 너의 사랑을 갈구하는 황무지요

 

바바리에 성냥하나 꼬나물고 유유히 도시를 걷던 나의 영웅은 사라졌다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있을 거야 옷깃을 세워 돌진하는 나의 형제여

 

팍팍한 이 삶에서는 아무래도 당신이 좋아 그냥 나랑 삽시다

당신도 언젠가는 늙어간다오 오 늙어가오 기운도 없구요 사랑은 더 없어요 괜찮아요 난 괜찮아요

 

영웅은 죽지 않았어 이 가슴팍에 살아 있다오 그냥 나를 냅두오

언젠가는 그들처럼 멋져질테오 오 멋져져라 시간은 많구요 사랑은 찾을테요 기다려요 기다려줘요

 

나는 너의 사랑을 먹고 사는 철부진가 봐 나는 너의 사랑을 갈구하는 황무지요

 

(옷깃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그 마음을 떨어뜨린 노래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더없이 배고팠던 나의 나날들 후줄근한 냄새마저 곱게 빗어 넘긴 바람 엄습하듯 다가오는 그대 기억 속에 날 묻어줘 남겨진 채 아픔 잊고 그다지도 높지 않던 가을 벽을 지나오는 따스함은 이제 잊었소 피 끓는 청춘이어라 매정한 기운이어라 부딪치는 열망이어라 몰아치는 광경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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