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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5회)

 

들리세요? (5회)

 

 

1

 

오늘 지하철에서 어떤 여성 두 분이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한 분이 이성을 상실한 채 다른 분의 머리채를 잡고 마구 때리는 데 정말 살벌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말리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두 사람이 그렇게 싸우게 됐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분명 엄청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그 모습을 잠시 보기만 하고 지나쳐 버린 저도

잔상이 계속 남아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찬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지는 오늘

이상하게 이 노래가 듣고 싶어집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2

 

다음은 ‘허수아비’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얼마 전부터 허리와 무릎이 살살 아파 와서 고민을 살짝 했습니다.

처음에는 날씨가 추워지니까 그런가보다 해서 사우나도 가고 운동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더 아파 와서 심각한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에라도 디스크나 이런 거라면 수술도 하고 입원도 해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런 걱정을 하다보니까 겁이 나서 더 병원을 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렇게 보름쯤 참다보니까 걷는 것도 조금씩 힘들어져서 결국 오늘 병원을 갔습니다.

의사에게 증상을 얘기하고 엑스레이 찍고 하고나니 의사 말이 뼈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하더군요.

허리가 아픈 것은 나이보다 일찍 퇴행성 관절염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고, 무릎이 아픈 것은 엑스레이로는 알 수 없고 CT를 찍어봐야 자세히 알 수 있지만 비싼 CT를 굳이 찍을 것까지 없이 우선 약을 먹어보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간단히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왔는데 기분이 좀 거시기 했습니다.

지금 당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없어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이제 겨우 마흔 여섯인데 내 몸이 중고가 돼서 망가지고 있다는 선고를 받았으니까요.

차라리 어디 부러진 거라면 수술을 하든 기부스를 하든 해서 붙이기라도 할텐데, 이건 중고부품을 갈수도 없이 그냥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소리잖아요.

약을 먹고 나서 술을 먹으면 약 효과가 떨어지는 줄은 알지만 술 한 잔 해야겠습니다.

기분이 참 그렇네요.

 

 

허수아비님 사연을 보니 남일 같지가 않군요.

마흔 여섯이면 육체적으로 정점을 지나기는 했지만, 아직 왕성한 나이인데 말이죠.

벌써 늙어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건가요?

아, 참, 저도 기분이 그렇습니다.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에서 계속 신호를 보낼텐데...

그럴 때일수록 뭔가 긍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허수아비님 상태를 보아하니 그런 긍정적 에너지가 쉽게 만들어질 상황은 아닌 거 같네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몸이야 앞으로 그런 상태로 조심해서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마음이라도 조금씩 몸을 위로하면서 살아가야지요.

주위에 허수아비님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줄 사람이 없으시면

허수아비님에 주위에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전해진 긍정의 에너지가 반사되어 돌아오기도 하잖아요.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렇게 나쁜 건 아닐테고...

 

허수아비님을 위해 노래 들려드릴게요.

오래간만에 정오차의 ‘바윗돌’ 듣겠습니다.

 

 

찬비 맞으며 눈물만 흘리고

하얀 눈 맞으며 아픔만 달래는

바윗돌

 

세상만사 야속 타고 주저앉아 있을소냐

어이 타고 이내 청춘 세월 속에 묻힐소냐

 

굴러 굴러 굴러라

굴러라 바윗돌

한 맺힌 내 청춘

부서지고 부서져도

굴러 굴러 굴러라

굴러라 바윗돌

 

저 하늘 끝에서

이 세상 웃어보자

 

안개 낀 아침에는 고독을 삼키고

바람 부는 날에도 설움만 달래는

바윗돌

 

세상만사 야속 타고 주저앉아 있을소냐

어이 타고 이내 청춘 세월 속에 묻힐소냐

 

굴러 굴러 굴러라

굴러라 바윗돌

한 맺힌 내 청춘

부서지고 부서져도

굴러 굴러 굴러라

굴러라 바윗돌

저 하늘 끝에서

이 세상 웃어보자

하하 굴러 굴러 굴러라

굴러라 바윗돌

 

저 하늘 끝에서

만 세상 웃어보자

 

바윗돌

 

 

3

 

오늘 방송은 꼬마인형님 없이 저 혼자 진행했습니다.

꼬마인형님이 조금 아프거든요.

 

음...

며칠 전에 꼬마인형님의 생일이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생일이 아니라

귀신으로 태어난 생일이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해 마다 생일이 다가오면 싱숭생숭 해지곤 하는데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도 그렇고 꼬마인형님도 그렇고 애써 덤덤하게 보내려고 했는데

그날 또 꼬마인형님이 집을 찾아가고 말았습니다.

가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뭐, 그 다음 상황은 해마다 비슷합니다.

꼬마인형님의 가족들은 조촐한 추도식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꼬마인형님은 무표정하게 그 모습을 보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파버리고 말았습니다.

 

휴~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조금 무거운 분위기로 끝내서 죄송합니다.

마지막 노래는 김정호가 부른 ‘이름 모를 소녀’입니다.

 

 

버들잎 따다가

연못 위에 띄워놓고

쓸쓸히 바라보는

이름 모를 소녀

 

밤은 깊어가고

산새들은 잠들어

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연못 속에

달빛 젖은 금빛 물결

바람에 이루나

 

출렁이는 물결 속에

마음을 달래려고

말없이 기다리다

쓸쓸히 돌아서서

안개 속에 떠나가는

이름 모를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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