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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11회)

 

들리세요? (11회)

 

 

1

 

지난 방송에서 꼬마인형님이 여행 갔다 온 걸 은근히 자랑했잖아요.

그래서 이번 방송에서 저는 찜질방 다녀온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피~히히

 

며칠 전에 거의 한 달 만에 찜질방을 갔었거든요.

점점 날씨도 추워지는데 오랫동안 사우나를 하지 못했더니 몸이 너무 무겁더라고요.

그래서 그날은 찜질방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왠 찜질방 여행이냐 하면요

그동안 다녔던 찜질방이 제가 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지난 달에 갔더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상태가 영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찜질방을 찾아보기로 마음 먹었는데

가까운 곳에는 그보다 더 상태가 아닌 동네 목욕탕만 하나 있을 뿐이어서

좀 멀지만 다른 곳에 있는 찜질방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조금 떨어진 거리에 2~3군데가 있더군요.

그중 한 군데를 골라서 갔는데 그곳 교통편이 영 엉망이라서 한 시간을 걸어갔습니다.

마침 그날 날씨도 좋고 해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찜질방이 상태가 별로이면 왕 짜증이 났을텐데

다행이도 그럭저럭 괜찮은 찜질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가격은 1000원이 더 쌌고요. 히히히

찜질방을 몇 번 들락날락하면서 땀을 쭉 빼고 나서

사우나에 들어가서 미진한 땀을 마저 빼나고

수중 안마까지 즐길 건 최대한 다 즐기고 나서

개운한 기분으로 저울에 올라가서 몸무게를 쟀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 몸무게가 지난 달 보다 무려 2kg이나 늘어난 것이었습니다.

아, 이게 저한테는 얼마나 놀라운 일이냐 하면요

지난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꾸준히 몸무게가 줄기만 해왔거든요.

10년 전에 비해서 거의 10kg 정도 줄어들었던 몸무게가

지난 달에는 미세하게 늘어난 것 같아서 일시적 현상인 줄 알았는데

이번 달에는 무려 2kg나 늘어났으니까 이건 10년만의 변화인 겁니다.

10년 동안 부정적인 신호만 보내오던 제 몸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렇게 찜질방을 나와서 다시 한 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가뿐했는지 모릅니다.

뭔가 제 삶에서 긍정적 에너지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이 방송이 있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이 구렁텅이를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미세하지만 어떤 신호를 발견한 것 같아서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묘한 감정이 생겼습니다.

 

제가 아는 노래 중에 가장 힘 있는 노래 하나 듣겠습니다.

한영애의 ‘코뿔소’

 

 

코힘을 힝힝

뒷발을 힘차게 차고

달린다 코뿔소 응--

뒤돌아 볼 것 없어 지나간 일들은

이미 지난일 응--

저 멀리 봐!

저 멀리 앞을 봐-- 응--

코뿔소

 

코뿔손 넘어지지 않아

남들은 다리가 둘이어도

코뿔소는 다리가 넷! 넷!

코뿔소-- 응--

코뿔소

 

이 험한 세상 오늘도 달려야해

우리는 코뿔소 응--

자신의 모든 문제

스스로 헤쳐서 밀고 가야해 응--

 

저 멀리 봐

저 멀리 끝까지-- 응--

코뿔소

 

코뿔손 누울 수가 없어

한번 누워 버리면은

다시 일어설 수가 없어!

코뿔소-- 응--
코뿔소

 

코뿔손 넘어지면 안 돼

아무도 일으켜주질 않아

이 세상 모두가 남! 남! 남!

코뿔소-- 응--

코뿔소

 

언제인가 코뿔소가 누운 날

사람들은 '코뿔소가 누웠구나' 그냥 그러겠지

 

일어나! 코뿔소!

모두가 남은 아냐! 내가 있잖아!

다시 해봐! 눈을 떠라! 코뿔소!

응--

나를 봐

 

 

2

 

오늘에야 이 방송을 읽게 됐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괜찮네요.

성민씨의 마음 속 숨결이 좀 더 자세히 느껴집니다.

좋네요.

자주 들를게요.

잘 지내세요.

 

 

윤선생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윤선생님이 누구시냐면요

누군가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주시는 분입니다.

의사나 상담사나 그런 직종의 분은 아니지만

그런 전문가들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되시는 분입니다.

제가 푸념을 하고 싶으면 가끔 찾아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곤 합니다.

저랑 개인적 친분은 별로 없는데 말입니다.

뭐, 대강 그런 분입니다.

 

윤선생님, 사연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 얘기도 들어주셔서 고맙고요.

 

윤선생님을 위한 노래 들려드리겠습니다.

윤선생님이 아주 좋아하는 팝송인데요

읽는라디오 독자분들을 배려해서 한글 가사로 들려드립니다.

‘Time in a bottle’

Jim Coross가 부릅니다.

 

 

만약 시간을 병 속에 담을 수 있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하루하루를 아껴두어

영원히 당신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만약 하루하루를 영원하게 할 수 있고

말로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모든 날들을 보물처럼 아껴두었다

당신과 함께 보낼 거예요

 

그러기엔 시간이 많지 않지만

당신이야 말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랍니다

 

내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과 소망을 담을 상자가 있다면

당신과 함께 할 소중한 추억만을 위해

모두 비워두겠습니다

 

 

3

 

자, 이제부터는 꼬마인형이 진행합니다.

저도 사연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꼬마인형이 사연 보내라고 해서 보냅니다.

방송은 가끔 봅니다.

재미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차 조심하세요.

 

 

푸흐흐흐, 트리케라톱스님의 사연이었습니다. 크으

억지로 보낸 거 티 나죠?

아무리 제가 사연 좀 보내달라고 졸랐기로서니 이렇게 티 나게 보내면 되나?

아, 뭐, 이것도 사연은 사연이니까요.

 

트리케라톱스님은 저랑 같이 지내고 있는 분인데요

이 방송에 사연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제가 아는 귀신들한테 부탁 반 협박 반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가장 만만한 트리케라톱스님이 이렇게 성의 없는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에구 에구

 

트리케라톱스님은 1년 반 전에 교통사고로 죽어서 여기 오게 되셨는데요

생긴 건 무식한 육식공룡처럼 생겼는데 하는 행동은 얌전한 초식공룡 같아서

제가 붙여준 별명이랍니다.

뭐, 본인도 이 별명에 불만이 없는 것 같아서 계속 그렇게 부르고 있지요.

 

트리케라톱스님이 처음 여기 와서 적응하려고 노력할 때

저랑 얘기 많이 하고 그랬거든요.

트리케라톱스님의 큰 딸이 저랑 비슷한 또래여서

저랑 쉽게 친해졌어요.

 

올 해 큰 딸이 고3이라서 트리케라톱스님이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얼마 전에 수능시험 볼 때는 시험장까지 갔다 왔나 보더라고요

시험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뭐, 제가 대신 사연을 얘기해버렸네요. 히히히

트리케라톱스가 원래 말이 별로 없기도 해요.

 

트리케라톱스 큰 따님, 수능시험 잘 봤어요?

아빠가 걱정 많이 하는 거 알고 있죠?

힘내시고 잘 사셔야 해요!

 

큰 따님이 10cm의 광팬이라고 해서 특별히 10cm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10cm 오빠들이 안아달라고 징징거리는 노래 아시죠? 크크

자, 나갑니다.

 

 

비오는 날 어느 그날 밤

같은 우산 아래 약속한

주기로 했던 거 잊었나요

 

힘이 들고 어지러운 날

내가 비틀비틀 거리면

주기로 했던 거 잊었나요

 

줘요 주세요 지금 달라니까요

줘요 주세요 그냥 달라니까요

 

안아줘요 안아줘요 안아줘요 안아달라니까요

안아줘요 안아줘요 안아줘요 안아달라니까요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

나를 미워하는 상사의

싫은 소릴 줄창 들었어요

 

울음보가 터지기 전에

커피 한 잔 하고 싶은데

불러 낼 사람 하나 없어요

 

줘요 주세요 지금 달라니까요

줘요 주세요 그냥 달라니까요

 

안아줘요 안아줘요 안아줘요 안아달라니까요

안아줘요 안아줘요 안아줘요 안아달라니까요

 

허리가 끊어지도록

쇄골이 부서지도록

뒷목이 뻐근하도록

온몸이 빨개지도록

 

아놔아놔아놔 달라니까요

아놔아놔아놔 달라니까요

아놔아놔아놔 달라니까요

아놔아놔

 

 

4

 

다음은 광고입니다.

별거 다 한다, 그쵸? 푸 흐흐

 

이건 성민이가 얘기해야 되는데

이걸 성민이에게 주면 이번 방송에서 제 분량이 짧아지기 때문에

그냥 제가 얘기하기로 했습니다. 헤헤헤

 

이제, 크리스마스가 한 달 정도 남았네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성민이가 준비하고 있답니다.

와~아~

 

어떤 선물인지 궁금하시죠?

지금부터 성민이가 준비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공개합니다.

짜잔~

 

먼저, 다양한 종류의 강아지들이 있고요

요즘에는 보기 힘든 앵무새들도 있고요

그 희귀한 유니콘도 있고요

인어공주들도 엄청 많답니다.

푸 흐흐, 눈치 빠르신 분들은 뭔지 눈치 채셨죠?

성민이가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것들로 요즘 열심히 종이접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꽤 많이 만들었는데요

앞으로 시간이 되면 용도 만든다고 합니다.

제가 보증하는데요, 절대 허접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괜찮은 선물이 될 겁니다.

 

이렇게 선물을 준비하는 이유를 말씀드려야 하는데

이건 성민이 톤으로 얘기할게요.

그래야 분위기가 조금 날거 같아서요.

에에, 음, 음

 

저는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선물을 받을 일은 앞으로도 없겠지만

그 환상을 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저와 같은 환상을 갖고 있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나눠주지 않으시렵니까?

제가 그 선물을 드릴게요.

산타크로스가 되고 싶은 분들은 댓글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에고 에고, 성대 묘사 하는 게 쉽지 않네요.

성민이랑 비슷했나요?

 

성민이가 열심히 종이접기를 하고 있답니다.

이 선물을 나눠 갖고 싶은 분들은 팍팍 댓글 달아주세요.

아, 물론 꽁짜로 드립니다.

 

제가 팁을 하나 알려 드리면요

성민이가 이렇게 열심히 만들고 있지만

외톨이인 성민이는 이 선물을 나눠줄 사람이 없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야 해요.

아셨죠?

 

미리 크리스마스 기분 한 번 내볼까요?

시와의 ‘크리스마스엔 거기 말고’ 들으면서 오늘 방송 끝냅니다.

다음 주에 다시 봐요.

안녕~

 

 

사람들 넘치는 그런 곳은 가기 싫어

아무 일 없다는 듯 가면을 쓴 것처럼

사람들 넘치는 그런 곳은 가기 싫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그런 인파에

 

거기 말고 따뜻한 우리 집에서

그냥 나와 못 다한 얘기나 할까

 

사람들 넘치는 그런 곳은 가기 싫어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밝혀두고

사람들 넘치는 그런 곳엔 가기 싫어

흐르고 흘러도 멈춰 있는 것 같은 시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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