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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10회)

 

들리세요? (10회)

 

 

1

 

안녕하세요, 꼬마인형이에요.

모두들 반갑습니다.

아, 2주 만이네요, 제 목소리 듣고 싶었죠?

아닌가? 까르르르르르

 

헤헤헤, 초반부터 정신없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실은 제가 지난 주에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저랑 친하게 지내는 동네 귀신들이랑 멀리 동해에 바다 보러 갔다 왔어요.

오래간만에 바다를 보니까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요.

덕분에 스트레스 팍팍 풀고 왔지요.

혼자서 외롭게 방송 진행한 성민이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가끔은 귀신들끼리만 모여서 놀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귀신들을 모이면 무슨 얘기 하냐고요?

히히히히 귀신들 얘기가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푸후후후, 넘 유치한가?

 

아, 뭐, 귀신들도 사람들이랑 비슷해요.

주로 누구 씹는 얘기를 하면서 스트레스 풀지요.

이런 저희들 보면 성민이가 뭐라는 줄 아세요?

“누구를 밟으면서 즐기지 말고, 누구를 감싸주면서 즐기면 안 되냐?”

이런 부처님 같은 얘기를 하거든요.

아, 뭐, 성민이 얘기가 틀린 건 아니지만...

자기도 우리랑 어울려서 놀 때면 은근히 씹는 얘기 잘 하거든요.

메롱.

 

아, 얘기가 너무 옆으로 가버렸나요?

죄송 죄송

오래간만에 놀러갔다 왔더니 기운이 팔팔해져서 조절이 잘 되질 안네요.

 

여러분도 더 추워지기 전에 가까운 곳으로 가볍게 여행 다녀오세요.

원기충전에 그만입니다.

 

노래 들려드릴게요.

예전에 나는 가수다에서 아주 시원하게 불렀던 노래인데

오래간만에 들어보죠.

국카스텐이 부릅니다.

‘한 잔의 추억’

 

 

늦은 밤 쓸쓸히 창가에 앉아

꺼져가는 불빛을 바라보면은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취한 눈 크게 뜨고 바라보면은

반쯤 찬 술잔 위에 어리는 얼굴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예~에~

 

기나긴 겨울밤을 함께 지내며

소리 없는 흐느낌을 서로 달래며

마주치는 술잔 위에 흐르는 사연

흔들리는 불빛 위에 어리는 모습

그리운 그 얼굴을 술잔에 담네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아~~아~~

 

(여러분 같이 한 번 불러봐요)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아~~~

 

마시자아~~

마시자아~~

마시자아~~

마시자아~~아~~

마시자아~~

마시자아~~

마셔~버리자

 

 

2

 

오~예~ 조금 시원해졌어요?

자, 다음에는 사연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사연 먼저 들어볼까요?

 

 

오늘 회사에서 후배 한 명이 엄청 혼이 났습니다.

일을 하다가 중요한 것을 빠트려서 팀 전체가 스톱이 돼 버렸거든요.

일이 두 시간 정도 중단된 것이라서 크다면 크고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 사건이었습니다.

회사 들어온 지 2년차인 그 후배는 이제 막 일을 하는 재미에 빠져 있었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으로 정신없이 이것저것 하는 모습을 보지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사실, 후배가 그렇게 된 것에 저도 책임이 있다면 있거든요.

제 일을 하다가 살짝 후배가 하는 일의 진행상황을 체크했는데 중간에 하나가 빠진 것을 발견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순간, 악마의 속삭임이 제 귀에 들려왔습니다.

그냥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입니다.

 

며칠 전에 거래처에 그 후배와 같이 나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거래처 사람들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서 편하게 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배가 일 욕심이 많아서 그랬는지 선배를 저를 제쳐놓고 너무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회사 내에서 그랬다면 그런가보다 했을텐데, 거래처 사람들 앞에서 그러니까 제 입장이 좀 난처해졌습니다.

그날 기분이 은근히 상했었는데, 오늘 보이지 않게 복수를 한 꼴이 돼 버렸습니다.

 

후배한테 미안해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복수를 한다는 것이 통쾌하지만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런 선배가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입니다.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새삼스럽게 해봅니다.

 

 

한지은님이 보내주신 사연이었는데요

한지은님, 연속 세 번 사연 보내주신 거 맞죠?

와우~ 너~무 기분 좋은 거 있죠.

한지은님도 조만간 저의 매력에 빠지실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사연 보내주세요.

 

아, 사연 내용이랑 달리 제가 너무 튀었나요?

죄송 죄송

 

음... 한지은님보다 한참이나 어린 제가 이런 사연에 뭐라고 얘기해야 될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른들은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 아닌가?

아니야?

성민이가 묘한 표정을 짓네요.

 

아, 뭐, 제가 인생 상담 할 처지는 아니고...

음, 한지은님도 상담 받으려고 보낸 사연도 아닐테니...

헤헤헤, 솔직히 무슨 얘기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한지은님, 그냥 그렇게 살아가죠 뭐.

어떨 때는 내가 너무 바보 같아보여서 독해져야지 하고 마음먹었다가

어떨 때는 그런 내가 너무 얄미워보여서 착해져야지 하고 마음먹기도 하고

뭐, 그렇게들 살아가는 거 아닌가요?

 

제가 나이에 맞지 않게 산울림 아저씨들 노래 좋아하거든요.

‘그래 걷자’ 한 번 들어보실래요?

 

 

그래 걷자 발길 닫는 대로

빗물에 쓸어버리자 이 마음

한없이 정처 없이 떠돌아

빗물에 떠다니누나 이 마음

 

조그만 곰인형이 웃네

밤늦은 가게불이 웃네

끌러버린 가방 속처럼

너절한 옛일을 난 못 잊어하네

 

그래 걷자 발길 닫는 대로

빗물에 쓸어버리자 이 마음

한없이 정처 없이 떠돌아

빗물에 떠다니누나 이 마음

 

지나치는 사람들은 몰라

외로운 가로등도 몰라

한꺼번에 피어버린 꽃밭처럼

어지러운 그 옛일을 몰라

 

그래 걷자 발길 닫는 대로

빗물에 쓸어버리자 이 마음

한없이 정처 없이 떠돌아

빗물에 떠다니누나 이 마음

 

조그만 곰인형이 웃네

밤늦은 가게불이 웃네

끌러버린 가방 속처럼

너절한 옛일을 난 못 잊어하네

 

그래 걷자 발길 닫는 대로

빗물에 쓸어버리자 이 마음

한없이 정처 없이 떠돌아

빗물에 떠다니누나 이 마음

 

 

3

 

제가 지난 주에 여행을 갔다 왔다고 그랬잖아요.

그게 신입생 환영회였거든요.

무슨 말인고 하니, 저희 세계에 신입생이 들어왔다는 소리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누구 한 명이 죽어서 여기 왔다는 거지요.

그래서 위로도 해주고, 환영도 해주고 그랬답니다.

 

웃긴가?

아니죠? 웃기지는 않죠?

 

죽어서 막 바로 저승에 가면 괜찮을텐데

저희처럼 이렇게 구천에서 떠돌게 되면

이래저래 적응해야 할 일들이 많거든요.

 

제일 먼저 적응해야할 일이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쉽지 않은데 며칠만 지나면 그건 쉽게 인정을 하거든요.

죽은 게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여기 생활이라는 게 죽었는데 죽은 게 아니라서 힘들거든요.

분명히 몸은 죽었는데 정신은 말짱하니까요.

더군다나 자기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기를 보지 못하니까 얼마나 환장하겠어요.

그런 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그래서 신입생 들어오면 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줘요.

그런데 그게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가 알아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어요.

뭐, 어쩔 수 없잖아요.

그게 우리 같은 귀신들 운명인데...

그래서 신입생이 들어올 때마다 저 같은 고참이 하는 일은

그냥 옆에서 얘기 들어주면서 토닥토닥 거려주는 거예요.

“그래, 나도 그랬어” 이런 말 하면서...

 

여러분, 힘들게 오늘 하루 버티신 분들 많죠?

잘 버티셨어요.

내일도 잘 버티세요.

 

이상은의 ‘둥글게’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칠게요.

 

 

둥글게 모여 앉아 행복했던 작은 가게가 문 닫자

처음 눈물을 보인 너

나는 조금 놀라서 어색하게 웃었지

혹시 내가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그 사람이 너일지도 몰라서

 

작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사람이

힘없는 것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꽃을 밟지 않으려 뒷걸음을 치던 너와 부딪혔어

함께 웃음이 나왔어

하늘이 투명해서 너도 빛났지

혹시 내가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그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어

 

작은 빗방울이 세상을 푸르게 하듯이

부드러운 것이 세상을 강하게 하듯이

 

내 앞에 서있던 순간에 사랑이 축복이 시작된 걸까

잊지 않고 기억할께 난 영원에 가닿은 걸 거야.

 

작은 빗방울이 세상을 푸르게 하듯이

부드러운 것이 세상을 강하게 하듯이

 

작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사람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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