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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7회)
1
얼마 전에 ‘족구왕’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히히덕거릴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었거든요.
요즘에 그런 영화가 의외로 보기 힘들거든요.
뭐, 암튼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습니다.
제가 찾아간 곳이 예술영화전용관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웬걸, 단체 관람 손님이 있었던 겁니다.
단체 관람이라고 해도 아주 많은 건 아니고 20명 정도가 와 있더군요.
뭐, 그래도 자리는 많았기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발랄한 남녀 관객들이 있어서 오히려 극장 안 분위기도 밝아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영화가 시작됐는데 영화가 의외로 재미있는 것이었습니다.
웃음이 빵빵 터지는 그런 영화는 아니지만 중간 중간 계속 낄낄거리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는 별거 아닌 얘기를 이런 저런 영화에서 봤던 방식들을 갖다 붙여서 만들었는데
의외로 식상하지 않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히히덕거리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있는데
영화가 마지막을 향하는 부분에서
조연급이 두 남녀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여자는 뚱뚱하고 운동신경이 엄청 둔한 선배였고
남자는 가냘프고 어설퍼 보이는 후배였는데
전형적으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캐릭터였는데
여차여차해서 둘의 사랑이 싹트고 남자가 여자에게 키스를 하게 됐는데
그 순간 관객들의 반응이 놀라웠습니다.
‘에~’ ‘으~’ 이런 식의 반응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마치 뭔가 혐오스러운 장면을 불쾌하게 보는 듯한 그런 반응이었지요.
그 장면이 약간 코믹하게 그려지기는 했지만 그렇게 혐오스럽거나 엽기적이지는 않았는데
20대 초반의 젊고 발랄한 관객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때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다가왔습니다.
자신이 생각해서 허접하게 생겼다고 느껴지는 것들은
웬만해서 밖에 나다니지 말아야 하고
혹시 나다니더라도 꼴값 떨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몇 달 전에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앞쪽 자리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 커플이 자리에 앉더니
서로 얼굴을 맞대고 뜨거운 눈길을 보내면서 뭐라고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가볍게 입술을 맞대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그 순간 제 가슴 속에서 뭔가 욱하는 게 올라오는데
그때 제 손이 칼이라도 있었다면
그 젊고 아름다운 커플의 얼굴에
베트맨에 나오는 조커와 같은 미소를 만들어주고 싶더라고요.
젊고 아름다운 연인 여러분,
밖에 나다니면서 그 젊음과 아름다움을 발산하실 때 조심하셔야 합니다.
저처럼 나이 많고 못생기고 가난하고 외톨이인 사람들이 주위에 득실거리거든요.
콤플렉스덩어리의 루저들이 언제 어떤 식으로 당신들을 해코지 할지 모르니 말입니다.
갑자기 가슴 속에서 뭔가 또 올라오는군요.
노래 하나 들어야겠습니다.
자우림이 부릅니다.
‘욕’
너 땜에 나 꼬이는 거야
너 땜에 다 버린 거야
너 땜에 나 더러워진 거야
뭣 땜에 너 그러는 거야
어쩌면 난 돌아버린 거야
어쩌면 널 태울 거야
어쩌면 난 죽어버릴 거야
그때면 다 좋을 거야
말로 할 수 있는 더러운 것들
나를 기다리며 널 보고 있어
그런 표정해도 소용없어
입 다물고 그냥 듣기나 해
이렇게 난 돌아버린 거야
이렇게 널 버리는 거야
이렇게 난 도망치는 거야
이제는 다 지울 거야
말로 할 수 있는 더러운 것들
나를 기다리며 널 보고 있어
그런 표정해도 소용없어
입 다물고 그냥 듣기나 해
2
안녕하세요, 꼬마인형이에요.
아... 성민이가 재미있는 영화 보고 나서
이상하게 꼬여버렸네요.
뭐, 이해 못 할 건 아니지만...
음... 마음 상한 성민이를 달래줘야 할 거 같은데
아... 뭐가 좋을까요?
제가 노래 불러드릴까요?
여러분, 제가 의외로 노래 잘 한답니다.
한 번 제 노래 실력 들어볼래요?
가끔 성민이가 기분이 다운되면 저한테 노래 하나만 불러달라고 하거든요.
성민이만이 아니라 이 방송을 보시는 분들 중에도
사소한 일로 마음이 꼬여버리신 분들이 계시면 같이 들어주세요.
이상은의 ‘바다여’ 불러드릴게요.
아, 아, 아.
음, 음.
부를게요.
바다여 바다여
작디작은 내 맘의 상처
그대의 앞에선 작디작은 물거품이네
오랜 옛날 한 청년이 배를 타고 흘러흘러
작은 섬, 남쪽의 나라에 와서 살았다네
그 바다에 지금 그대와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은 가장 빛나는 파란 보석
바다여 바다여
크디크던 내 맘의 상처
그대의 앞에선 작디작은 물거품이네
하늘이여 하늘이여
작디작은 내 꿈도 이젠
그대의 앞에선 반짝반짝 별 하나 되네
세상을 바꾸려고도 해보았고 사람들도 도와주며
세상이 가르쳐 주는 대로 살기 싫어 떠났다네
땅에 떨어진 씨앗이 죽어서 더욱 큰 꿈으로 자라나
고운 열매와 붉은 꽃이
우...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건 알고 있겠지
우... 새벽 4시의 편의점에서 우는 그대여
우... 그대의 사랑으로 세상은 1mm 쯤
우... 아름다워졌을 거야 그러니 괜찮아
바다여 바다여
크디크던 내 맘의 상처
그대의 앞에선 작디작은 물거품이네
하늘이여 하늘이여
작디작은 내 꿈도 이젠
그대의 앞에선 반짝반짝 별 하나 되네
친구여 친구여
우리가 녹아버린 시간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영원 속에 녹았을 뿐
이름 모를 꽃과 새들이 있는 먼 먼 남쪽
그는 또렷한 눈매의 별과 함께
영원히 살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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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경-05-바람이 되어라-320k.mp3 (12.58 MB) 다운받기]
안녕하세요.. 꼬마 도깨비님
오늘.. 난타공연 연습을 하고 왔는데.. 많이 속상했어요. 제가 열심히 갈키고 있는데.. 못미더워서인지 누군가 난타 하시는 아주머니를 데려오셨거든요. 수업때 맨날 보던 저보다는.. 누군가를 모셔와서 더 잘 공연하고 싶다는 욕심에서 일거같은데.. 자존심 구겨졌어요. 원래 인생은 제 멋에 사는거 아닌가요? 어찌보면 제가 그 예술하는 사람들 습성을 닮아가고 있는 것도 같아 반성도 되고요. 암튼 그분은 오셔서 열심히 갈켜주셨거든요.
사실 제가.. 고딩때 기로에 섰던적이 있었어요. 음악이 넘 좋았거든요. 아.. 이 길로 걍 나갈까? 어쩔까? 하다가.. 집도 넉넉하지 않고.. 배워놓은 악기라고는 사물. 어린 마음에도 이길이 배고플거 같아.. 포기하였죠. 지금 마트를 다니고 있는데.. 역시 배고프네요. ㅠㅠ 걍 저지를 걸 그랬나봐요.
지금도 인터넷으로 국악방송을 종종 들으며 판소리를 따라 하기도 하는데요. 음악에 국악에 자꾸 기웃거리게 되네요. 신청드릴 곡은 국립국악원의 피리주자 안은경의 '바람이 되어라'라는 노래예요. 죄송해요. 읽는 라디오라 노랫말 있는 노랠 신청드려야 하는데.. 또 경음악이네요.ㅋㅋ 국립국악원이 어떤 곳이냐하면요.. 한해에 수만명의 국악대학 학생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그중에 전교 1등? 정도해야 들어갈 수 있는.. 국악 중학교를 거쳐 국악고등학교.. 국악대학교.. 이런 엘리트 코스를 밟아도 아주 갱신히 들어갈 수 있는 암튼 최고수들의 집합소예요.
국악방송에서 들은 바람이되어라 란 곡은 얄미울 정도로 좋은 노래같아요. 그러나.. 저는 대중음악을 하고 싶은데요.. 대중음악의 주류들은 비전문가들이란 믿음?이 저에겐 있어요. 언젠가 제도권 국악에 한방 날리고 싶은게 제 꿈이예요. 지금 별로 갖춰진건 없지만... 나이도 40줄이 훌쩍 넘어버렸지만.. 이들에게 통쾌하게 한 방 날려줄거예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요. 꼭이요. 음악으로. 상상만으로도 신나는 일 같아요. 그런짓해서 쌀이나와 밥이나와? 하실지 몰라도.. 어쩔 수 없어요. 인생 뭐 있어요? 제 잘난 멋에 사는거잖아요. 돈 없고 빽없어도.. 이런 국악 엘리트들에게 한 방 매겨주고 싶어요. 국악으로.
그럼..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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