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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20회)

 

들리세요? (20회)

 

 

1

 

제 몸이 여기저기에서 경고음을 보내고 있어서

작년 연말부터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방송에서 몇 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요

채소를 많이 먹고, 운동도 틈틈이 하고,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지요.

그렇게 꾸준히 노력한 지 한 달이 넘어서면서

조금씩 몸의 변화가 느껴지는가 했었는데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하하하.

 

심각한 건 아니었지만

코가 막혀서 엄청 담담했고

옛날 수술을 받았던 중이염이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건강을 챙기는 방식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고민스럽기도 했습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어서

인터넷으로 이런 저런 정보들을 뒤져보고

나름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해봤습니다.

환기나 청소의 문제가 아닌가 해서 대청소도 해보고

집먼지 진드기 제거제도 여기저기 뿌려보고

민간요법으로 대파 뿌리도 끓여서 먹어보고

비타민을 보강하기 위해 귤도 열심히 먹고

지압 책을 보면서 지압도 해보고

체온을 높이기 위해 사우나도 해보고

이것저것 해 봤지만 상태가 더 나빠지더군요.

 

결국, 영양보충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삼계탕거리랑, 사과랑, 고등어랑, 명태랑,

육해공으로 골고루 한가득 장을 봤습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열심히 먹고

운동도 강도를 높여서 땀이 흠뻑 할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고 났더니 이제 조금 나아졌습니다.

 

기본 체력이 별로인 상태에서

갑자기 채식 위주의 식사로 바꾸고

스트레칭 중심의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겨울 추위를 버티려고 하다보니

그만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기가 걸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헤헤헤.

자기 상태와 환경에 대해서 꼼꼼히 체크하지 못한 채

단편적인 정보로 시작한 건강을 위한 노력이

첫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시행착오들이 생기겠지요.

뭐, 이러면서 제 몸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너무 혹사만 시켜서 미안하기만 한데

이제부터 조금씩 제 몸과 친해지면서 보듬어줘야겠습니다.

 

이상은의 ‘돌고래자리’ 듣겠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늘이 눈부시게 푸르다고 말할까

지금 넌 하늘을 보고 있으니

 

새하얀 뭉게구름 보니

마음도 하얗게 뭉게뭉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건데

 

너에게 진주가 되고 싶어

네 주머니 속에 사는 인어가

핑크색 낙하산이 돼 줄 거야

네가 구름 위를 걷고 싶어질 때

 

너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

어떤 일이 닥쳐도 해낼 수 있어

 

너와 함께 있으면 꿈이

우산처럼 쓰여져

우산 속 반짝이는 꿈의 비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걸까

지금 네가 그런 일 하고 있으니

나도 기운을 내서

오늘 하루를 잘 보내야지

착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널 보며

 

너에게 비누가 되고 싶어

어려웠던 하루를 씻는 거품

하늘색 우주복이 되줄꺼야

언젠가 네가 별을 향해 날을 때

 

무지개 위 돌고래 색색깔 사탕과 풍선

솜사탕으로 된 나무, 거리에 가장행렬들

 

너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그렇게 변해보여

어떤 일이 닥쳐도 난 견딜 수 있어

 

너와 함께 있으면 내 방 천장이 활짝 열려

끝없는 하늘 속 둘이서 날아가..

 

랄라랄 라랄랄라~~~~~

 

 

2

 

어제 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문상을 갔다 왔습니다.

제 주위에서 가까운 분이 돌아가신 경우가 처음이라서

어떻게 그 친구를 대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친구가 담담한 편이라서 제가 편해졌습니다.

어머님이 이제 겨우 예순을 넘긴 나이여서

영정 사진을 보니 할머니라기보다 아주머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친구는 너무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건 하나도 하지 못하고 살다가 이렇게 돌아가셨네...”라며

살짝 눈시울을 적시더군요.

 

친구의 그 말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친구의 어머니도 그렇고, 우리 엄마도 그렇고, 다른 많은 엄마들이 다

자기 하고 싶은 건 하나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겠지요.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아직도 때를 쓰고 있는데 말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재대로 살아가고 있는 삶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이기적인 만용에서 아주 조금은 엄마를 위한 여분을 만들어가야겠습니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엄마를 위한 삶의 시간을 조금씩 만들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루에 1시간만이라도 엄마를 생각하고

그런 엄마를 위해 뭔가 작은 것부터 노력을 해보기로 말입니다.

 

 

한지은님이 따뜻한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평생토록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다가

성인이 되기 시작하면서는 그렇게도 멀어지려고 하다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면서는 잊고 살아가다가

나이 들어 세상에서 버림받게 되면 다시 찾게 됩니다.

그렇게 다시 찾아간 부모님은 이미 늙어서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가 돼 버렸습니다.

쩝...

 

 

지나가 버린 과거의 기억 속에서

우리는 무얼 얻나

 

노래 부르는 시인의 입을 통해서

우리는 무얼 얻나

 

모두 알고 있는 과거 되풀이 되고

항상 방황하는 마음 가눌 길 없는데

 

사랑은 거리에서 떠돌고

운명은 약속하질 않는데

 

소리도 없이 스치는 바람 속에서

우리는 무얼 듣나

 

저녁 하늘에 번지는 노을 속에서

우리는 무얼 느끼나

 

오늘은 또 순간처럼 우리 곁을 떠나고

또는 하루를 잠시 멈추게 할 수 없는데

 

시간은 영원 속에서 돌고

우리 곁에 영원한 게 없는데

 

부슬 부슬 내리는 밤비 속에서

우리는 무얼 듣나

 

빗소리에 무거운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얼 느끼나

 

빗소리에 무거운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얼 느끼나

우리는

우리는

 

(박은옥의 ‘우리는’)

 

 

3

 

요즘 도서관에 가서 어린이 그림책을 보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

손이 그림책에서 동시로 옮겨갔습니다.

그림책이 상상의 세계를 주로 다룬다면

동시는 현실의 세계를 주로 다루는데

아이들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단순하면서도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그런 감수성으로 동시를 쓰는

동시 작가들이 참 부러워졌습니다.

재미있는 동시 하나 감상하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다리미

-곽해룡

 

엄마가

쪼글쪼글한 옷을 다린다.

 

다리미가

쪼글쪼글한 주름을 먹어치운다.

 

다리미 뱃속에는

쪼글쪼글한 주름이

 

꼬불꼬불한 라면 면발처럼

꽉꽉 차 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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