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다시! 80회 – 삶에 감사해
- 11/04
-
- 다시! 78회 – 일렁이는 파도
- 10/21
-
- 다시! 77회 – 고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2)
- 10/18
-
- 다시! 76회 – 창고 음악회
- 10/12
들리세요? (22회)
1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의 어느 조그만 임대아파트 안방이고요
이거는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의 스물두 번째 방송이고요
저는 1일 진행을 맡은 한지은입니다.
반갑습니다.
매번 들리던 성민이님의 목소리가 아닌
웬 여자 목소리에 혹시 당황하신 분들이 계신가요?
사전 예고도 없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여러분에게 인사를 드리게 됐네요.
뜬금없이 제가 이렇게 나서게 된 것은
성민이님이 요즘 혼자 진행하는 게 조금 힘들다면서
저한테 1일 진행을 제안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방송이 은근한 매력이 있어서 몇 번 사연을 보냈던 것이 전부인 저에게
성민이님의 갑작스러운 제안이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별 고민 없이 수락했답니다.
사실, 라디오 DJ를 해보는 게 꿈이었거든요.
읽는라디오이지만 이런 경험도 흥미로울 것 같아서 한 번 도전해봅니다.
혹시 아나요? 이게 인연이 돼서 방송에 진출할런지... 하하하하.
많이 미숙하겠지만 색다른 경험으로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들려드릴 첫 곡은 분위기 있는 재즈음악인데요
골든 스윙밴드의 ‘I thought about you’입니다.
감미로운 재즈의 선율 속을 저와 함께 거닐어 보실래요?
I took a trip on the train
And I thought about you
I passed a shadowy lane
And I thought about you
Two or three cars parked under the stars
A winding stream
Moon shining down on some little town
And with each beam, same old dream
At every stop that we made
Oh, I thought about you
But when I pulled down the shade
Then I really felt blue
I peeked through the crack
And looked at the track
The one going back to you
And what did I do?
I thought about you
2
제가 사는 동네는 그저 그런 서울의 변두리 동네인데요
동네 한켠에 조그만 도서관이 있어서 자주 애용하고 있습니다.
동네가 후져서 도서관도 작다고 투덜대시는 분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아담한 도서관이 정감이 가서 좋더라고요.
도서관 옆에는 더 조그만 놀이터가 있습니다.
미끄럼틀과 그네와 시소가 전부이지만
동네 아이들은 거기서 신나게 뛰어놉니다.
그 주위로는 벤치 3개가 띄엄띄엄 놓여 있지요.
제가 특별할 것 없는 도서관과 놀이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도서관 옆 놀이터에 있는 벤치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벤치는 어디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나무로 된 벤치입니다.
흔히 그렇지만 여기저기 페인트가 벗겨지고 곳곳에 작은 흉터들도 많았는데요
지난 가을에 구청에서 놀이터를 정비하면서 벤치도 새단장을 했습니다.
새단장이라는 게 화사하게 페인트만 새로 칠한 것이라면 제가 얘기를 꺼내질 않았겠죠?
세 개의 벤치에 각각 하얀색, 연녹색, 하늘색으로 화사한 옷을 입히고는
한쪽으로 앙증맞은 고양이, 강아지, 토끼가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려놓았습니다.
한쪽으로는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빈자리가 마련되어 있고요.
그 벤치를 보면 다가가 자리에 앉아 옆에 있는 동물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물론 아이들도 엄청 좋아하지요.
벤치가 새단장을 한 후부터 벤치를 자주 찾게 됐습니다.
자판기 커피를 들고 벤치에 앉아서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눈을 놀려 옆에 앉은 동물을 바라보며 눈을 마주치곤 합니다.
여러분에게 그 기분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낮잠’ 듣겠습니다.
그린 직사각형
속에 빨간 의자
위에 편히 앉아
낮잠을 자는 나
꿈을 꾸네
(크르릉~ 삐용~ 크르릉 삐용~)
그린 직사각형
속에 노란 의자
위에 편히 앉아
낮잠을 자는 너
꿈을 꾸네
(피용 피용 피용, 피용 피용 피용, 피용 피용 피용)
꽃들이 말하네 `사랑해`라 하네
꽃들이 말하네 `사랑해`라 하네
모두다 손잡고 `사랑해`라 하네
별들도 달들도 `사랑해`라 하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그린 직사각형
속에 빨간 의자
위에 편히 앉아
낮잠을 자는 우리
3
혹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커’라는 영화를 보신 적이 있나요?
오래 전에 개봉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워낙 유명한 영화라서 보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 짐작해봅니다.
저는 대학 1학년 때 이 영화를 봤습니다.
홋카이도의 설경이 포근하게 다가오고, 부담스럽지 않은 미모의 나카야마 미호의 연기도 편안하게 다가왔고, 유쾌하면서도 애잔함을 안겨주는 줄거리도 좋았습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연인을 놓아버리기 위해 떠난 여행이 또 다른 여운으로 다가오는...
알싸하다는 느낌, 바로 그런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알싸한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저는 이 영화를 다섯 번이나 봤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tv에서 이 영화를 방영하길래 또 보고 말았습니다.
너무 익숙한 영화를 즐기면서 영화에 빠져들기보다는 영화와 봤던 저의 과거들이 떠올랐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던 대학 1학년 때의 느낌과 그 시절의 가슴 부푼 추억들
친구 자취방에서 수다 떨면서 보다 술 취해 잠들었던 기억
한 때 불타올랐던 전 남친과 같이 봤던 세 번째의 느낌과 복잡한 감정들
휴학과 알바로 지쳐가던 시절 네 번째로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던 기억
스무 아홉 살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혼자 다섯 번째로 보면서 나이 들어감을 생각했던 참참함
그렇게 여섯 번째로 이 영화를 보다가 지난 시절들을 하나씩 떠올리다보니 기분이 묘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혼자서 맥주 한 잔 해버렸습니다.
과거를 떠올린다는 것이 이 영화처럼 다시 만날 수 없는 시절들을 놓아버려야 한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나이 들어가는 징조일까요?
다음날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거울 보는데
거울 속에 미친 제 모습이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얼굴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울 속의 저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자꾸 뒤돌아보지 말자. 앞을 보자, 앞을!”
4
이제 방송을 마쳐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있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혼자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더 그랬습니다.
이렇게 방송을 해보니까 진행자이신 성민이님이 조금은 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요즘 성민이님이 비염 때문에 고생을 하고 계신데
빨리 나으셔서 조금 더 상쾌한 기분으로 이 방송을 이어가셨으면 합니다.
1일 진행자 한지은이 진행했던 ‘들리세요’ 스물 두 번째 방송을 여기에서 마칩니다.
마지막 곡은 Frank Sinatra의 ‘my way’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And now, the end is near.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My friend, I'll say it clear.
I'll state my case of which I'm certain.
I've lived a life that's full.
I've traveled each and every highway,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Regrets, I've had a few
But then again, too few to mention.
I did what I had to do
And saw it through without exemption.
I planned each charted course.
Each careful step along the byway,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Yes, there were times,
I'm sure you knew
When I bit off more than I could chew.
But through it all, when there was doubt,
I ate it up and spit it out.
I faced it all and I stood tall
And did it my way!
I've loved, I've laughed and cried.
I've had my fill my share of losing.
And now, as tears subside,
I find it all so amusing.
To think I did all that;
And may I say, not in a shy way,
No, oh no, not me,
I did it my way"
For what is a man, what has he got?
If not himself, then he has naught.
To say the things he truly feels
And not the words of one who kneels.
The record shows I took the blows,
And did it my way!
Yes, it was my way...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