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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24회)

 

들리세요? (24회)

 

 

1

 

긴 연휴를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연휴가 길든 말든 상관없는 분들도 계시겠고

연휴가 길어서 더 싫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긴 연휴는 평소와는 조금은 다른 호흡을 하게 만들기는 합니다.

 

저는 이번 연휴 동안 고궁도 가고, 미술관도 가고 하면서 보냈습니다.

고궁도 처음 가보는 것이고, 미술관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리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더군요.

거대하고 으리으리한 경복궁보다 작고 아기자기한 덕수궁이 조금 편안해서 좋았고

현대미술 작품들을 보며 느낌이 오지는 않았지만 작품들을 가까이서 보는 느낌은 사진으로 보는 거랑 달랐다는 정도...

 

미술관에서 봤던 작품 중에 하나의 그림이 그나마 머리에 남았습니다.

창문으로 바라본 거리의 풍경을 연달아 붙여 놓은 그림이었는데요

계절과 날씨에 따라서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색과 형태의 변화로 표현해 놓았는데

그 하나하나씩 변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의 변화가 창문에 비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림과 내 마음이 살며시 교감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보통 연휴 동안에는 한적한 지하철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여기저기 다니며 새로운 것들과 어색한 교감을 해보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마찬가지여도

조금은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이렇게 긴 연휴가 끝나고

겨울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철새들은

가을하늘 때가 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

지고 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정다웠던 시냇물이 검게 검게 바다로 가고

드높았던 파란하늘

뿌옇게 뿌옇게 보이질 않으니

마지막 가꾸었던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끝이 나는건 아닌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 잡는다면

서성대는 외로운 그림자들

편안한 마음 서로 나눌 수 있을텐데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우....내가 믿고 있는 건

이 땅과 하늘과 어린 아이들

내일 그들이 열린 가슴으로

사랑의 의미를 실천할 수 있도록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한영애의 ‘조율’)

 

 

2

 

지난 번 사연 보낼 때, 하려고 생각했던 얘기를 빼먹었어요.

배우고 느낀 게 많아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가 봅니다. ^.^

 

수련 프로그램 중에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명상인데요

그 중에 언제든 쉽게 할 수 있는 것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마음이 심란하거나 불안하거나 그럴 때 이 명상을 하면 괜찮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습니다.

의자에 앉아도 되고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도 되는데

허리를 바르게 펴고 앉아서 심호흡을 몇 번 하면서 긴장을 풀어줍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면 편하게 호흡을 하면서 호흡을 느껴봅니다.

그리고 호흡을 따라서 코와 목과 폐와 심장과 배 순으로 따라서 내려갑니다.

이어서 다시 배에서 심장과 폐와 목과 코의 순으로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그렇게 호흡을 따라가다가 머리 속에 숫자판을 떠올리고 숫자를 바라봅니다.

숫자판의 숫자는 자신의 불안감을 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숫자가 높을수록 불안하다는 뜻입니다.

숫자판을 바라보면서 호흡을 한 번 할 때마다 숫자를 하나씩 내려 봅니다.

호흡이 코를 통해 목과 폐와 심장을 거쳐 배에까지 내려간 후에

다시 심장을 거쳐 코로 나가면 숫자가 하나 줄어듭니다.

그렇게 천천히 숫자를 낮추다보면 어느 순간 잡념이나 불안이 다시 밀려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호흡을 하면서 숫자를 내려 봅니다.

그렇게 숫자가 0까지 내려가면 심호흡을 한 두 번 하고 살며시 눈을 뜨면 됩니다.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들풀’님이 지난 번에 이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명상을 통해 자신을 보듬어 보는 노력을 열심히 해봐야겠습니다.

‘들풀’님 답지 않게 이런 저런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해주시니 기분이 좋네요.

‘들풀’님의 사연에 어울리는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가 듣고 싶어집니다.

김윤아가 부릅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여

진청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단꿈에 마음은 침식되어

깨지 않을 긴 잠에 든다.

 

내게도 이름이 있었다한들

이미 잊은 지 오래인 노래

아아아

부서진 멜로디만

입가에 남아 울고 있네.

 

검푸른 저 숲 속에도

새들은 날아들고

아아아

아아아

깨지 않을 긴 잠에 든다.

 

내게도 이름이 있었다한들

이미 잊은 지 오래인 노래

아아아

부서진 멜로디만

입가에 남아 울고 있네.

 

붉게 멍울 진 마음에는

일상도 꿈도 투명하여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깨지 않을 긴 잠에 든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여

진청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단 꿈에 마음은 침식되어

깨지 않을 긴 잠에 든다

 

 

3

 

책을 읽다가 마음에 쏙 들어오는 구절들이 있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책 속의 내용을 메모해 놓고

꼭꼭 씹어서 읽어봤습니다.

맛있더군요.

그 맛을 같이 느껴보시라고 전해봅니다.

 

아무렇게나 몸을 부리고 싶을 만큼 슬픔이 무겁게 배어들었을 때는 그냥 범상하게 슬픔을 맞아들여. 하지만 한 가지만 약속해줄래? 네 아름다움이 상하지 않을 만큼만 슬퍼하기. 결코 절망하지 않기.

 

“전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제가 힘들고 슬플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주게 돼요. 저 때문에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어떻게 보면 제가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는 거죠.......”

 

희망이란, 완벽한 범선을 타고 잔잔한 바다를 순항하는 게 아니야. 언제 전복될지 모르는 부유물에 간신히 몸을 의지한 채 자신을 구해줄지도 모를 음악을 연주하는 데 몰두하는 것, 그게 희망이지.

-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남인숙 지음, 소담출판사)

 

 

한지은님이 전해주신 메모를 저도 꼭꼭 씹어서 읽어봤습니다.

오미자차를 마시듯이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지더군요.

매운듯 하면서도 고소하고, 쓴듯 하면서도 상큼한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절망하지 않으려면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야 하는 거죠? 하하하

뭐, 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슬퍼하면서도 외모를 걱정하는 이기적인 인간이 됩시다.

 

시인과 촌장의 ‘사랑일기’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방송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날으는 새들의 날개 죽지 위에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 위에

광장을 차고 오르는 비둘기들의 높은 노래 위에

바람 속을 달려 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지친 어깨 위에

시장 어귀에 엄마 품에서 잠든 아이의 마른 이마 위에

골목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황혼 위에

아무도 없는 땅에 홀로 서있는 친구의 굳센 미소 위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수없이 밟고 지나는 길에 자라는 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에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겨울밤차 유리창에도

끝도 없이 흘러만 가는 저 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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