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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26회)
봄기운을 느끼며 거닐고 싶어서 한강 선유도공원을 찾았습니다.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가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처음 가봤습니다.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는데 묘한 느낌을 안겨줬습니다.
정수장으로 쓰던 시설을 재활용했다고 했는데 거의 폐허에 가까운 시설이 그대로더군요.
여기저기 구조물을 설치하고 산책로나 계단도 만들기는 했지만 폐허의 느낌을 지우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느낌이 흉물스러운 게 아니라 폐허 위에서 뭔가 자라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인공적인 시설들이었지만 말입니다.
쓰다가 버려진 인공적인 시설물에 다시 인공적인 시설을 더 했는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묘한 느낌.
나이든 할머니가 알록달록 치장해서 애써 젊어 보이려는 게 아니라 나이든 모습 그대로 살짝 꾸며놓은 느낌이랄까요.
선유도공원의 느낌은 그랬습니다.
봄을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북적거리는 것도 아니고, 띄엄띄엄 있어서 스산한 것도 아닌, 여유롭게 나들이를 즐기기에 그만이 정도였습니다.
아이들과 나온 가족들의 모습은 즐거워보였고, 나란히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나눠 먹는 연인의 모습은 행복해보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질투하거나 짜증이 나지 않았던 것도 참 오래간만이었습니다.
이런 기분마저도 그 환경이 주는 힘인 것 같았습니다.
아주 오랜 전에는 신선이 노닐던 섬이었는데
조금 오랜 전에는 인간들이 더럽히고 그걸 다시 정화하는 시설이었다가
이제는 그 모든 걸 다 품어 안은 작은 공원
그곳을 신선이 아닌 인간의 발로 걸어봤습니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네가 바라보는 세상이란 성냥갑처럼 조그맣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허전한 맘으로 돈을 세도
네겐 아무 의미 없겠지 날아오를 하늘이 있으니
너는 알고 있지 구름의 숲 우린 보지 않는 노을의 냄새
바다 건너 피는 꽃의 이름 옛 방랑자의 노래까지
네겐 모두 의미 있겠지 날아오를 하늘이 있으니
아~아~ 내려오지마 이 좁고 우스운 땅 위에
내려오지마 네 작은 날개를 쉬게 할 곳은 없어
내려오지마 이 좁고 우스운 땅 위에
내려오지마 네 작은 날개를 쉬게 할 곳은 없어
어느 날 네가 날개를 다쳐 거리 가운데 동그랗게 서서
사람들이라도 믿고 싶어 조용한 눈으로 바라보며
"내겐 아무 힘이 없어요 날아오를 하늘이 멀어요"
워우워어 내려오지마 이 좁고 우스운 땅 위에
내려오지마 네 작은 날개를 쉬게 할 곳은 없어
가장 아름다운 하늘 속 멋진 바람을 타는
너는 눈부시게 높았고 그것만이 너다워
가장 아름다운 하늘 속 멋진 바람을 타는
너는 눈부시게 높았고 그것만이 너다워
음~ 내려오지마 이 좁고 우스운 땅 위에
내려오지마 네 작은 날개를 쉬게 할 곳은 없어
가야한다면 어딘가 묻히고 싶다면
우리가 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가서
마음을 놓고 나무 아래서 쉬는 거야
우리가 없는 평화로운 섬으로 가서
가야한다면 어딘가 묻히고 싶다면
우리가 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가서
마음을 놓고 나무 아래서 쉬는 거야
우리가 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가서
가야한다면 어딘가 묻히고 싶다면
우리가 없는 평화로운 섬으로 가서
마음을 놓고 나무 아래서 쉬는 거야
우리가 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가서
가야 한다면..
(이상은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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