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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마을의 활량한 모습과 함께 “이라크 파병 세 번인데 국가는 무관심하다”(쓱 지나가는 장면이라서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네)라는 낙서와 함께 영화가 시작했다.

그리곤 곧장 은행을 떨고 도망가는 장면이 이어졌고, 그후로 계속 은행 털고 도망가면 경찰이 쫓아가는 식의 단순한 방식으로 영화는 달려갔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석유재벌에 의해 황량해진 사회, 인디언과 소수인종에 대한 편견, 금융자본에 의해 파괴되는 가족 등의 사회문제들이 툭툭 던져졌다.

차를 타고 도망가고 쫓아가는 도로 위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정표들처럼.

 

그런데 은행강도든 경찰이든 폼을 잡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은행강도와 경찰이 단순한 사건으로 쫓고 쫓기는 그런 영화였다.

뭐 그렇다고 다큐처럼 리얼한건 아니고...

그러다보니 영화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무미건조한 느낌까지 줬다.

뭐 그렇다고 예술영화처럼 묵직한건 아니고...

이런 류의 영화에서 자주 배경으로 나왔던 텍사스도 유독 황량한 느낌을 풍겼다.

뭐 그렇다고 왕가위 영화처럼 찐한 건 아니고...

그들이 은행강도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중간중간 드러나면서 사회적 메시지도 잘 깔아줬다.

뭐 그렇다고 마이클 무어나 마틴 스콜세지처럼 정공법은 아니고...

지루하지도 않고 적당한 메시지를 담아서 깔끔하게 잘 만든 영화였다.

뭐 그렇다고 강한 인상을 주는 건 아니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내일을 향해 쏴라’와 ‘델마와 루이스’가 강하게 떠올랐다.

둘 다 엄청 오래된 영화들인데도 두 영화의 냄새가 너무 강하게 풍겼다.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의 멜랑꼴리한 정서와 ‘델마와 루이스’의 치열한 도전정신 사이를 왔다갔다 했는데

그렇게 왔다갔다 하다가 어느 시점에 그냥 영화가 끝나버렸다.

엔딩이 허무하지는 않았지만 볼일 보고 뒤처리를 말끔하지 하지 않은 그런 느낌이랄까...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앞장서서 실천한 미국의 현재는

황량한 텍사스와 거기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처럼

너무 많은 상처를 드러내고 말았다.

이 영화는 그 상처의 한 단면을 영화적 스타일로 드러냈고

미국 대선은 그 상처를 트럼프로 연결시켜버렸다.

# 그런데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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