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실질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실질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항소심 선고 결과를 보고 -



지난 9월 28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는 항명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39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렸다. 피고인들은 종교적 양심에 따라 집총을 거부한 죄로 1심에서 징역 3년씩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34명의 피고인에 대해 원심과 마찬가지로 항명죄 최고형량인 징역 3년을 선고했으며, 가족 중 같은 죄목으로 징역을 산 사람이 있는 5명의 피고인에 대해서만 6개월을 감형, 징역 2년6월씩을 선고했다.

우선, 일부 피고인에게나마 6개월의 형량이 감형된 것은 일률적으로 징역3년을 선고해 왔던 군법원의 관례를 깬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주장하는 여론 앞에서 군법원의 보수적 입장 또한 조금씩 유연해질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나머지 34명의 피고인에게 종전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씩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사실은 군법원의 현실과 실정법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통감케 한다. 이미 민간 법정은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한 피고인들에게 군복무가 면제되는 한도의 실형(징역 1년6월)을 선고함으로써 그들의 '양심'을 존중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도, 군법원이 시대의 흐름을 좇지 못하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특히, '여호와의 증인'들의 '내심의 자유'는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본 항소심 재판부의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 양심의 자유란 '내심의 자유' 뿐 아니라 '실현의 자유'를 동시에 포함하는 것이며, 여호와의 증인들이 집총을 거부하는 것은 곧 그들의 '양심 실현'이다. 이러한 '양심 실현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제한의 원칙'(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균형성)에 부합되는 경우로 국한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하고 있는 군형법 제44조(항명죄)는, 그들을 처벌하지 않을 경우 병역의 근간이 흔들린다거나, 집총을 하지 않으면 안될 급박한 사유가 있는지 등의 문제를 입증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기본권 실현을 과잉금지하고 있으며, 따라서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위헌 조항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재판부가 변호인단이 제기한 '위헌심판제청신청' 청구를 기각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이번 재판이 남긴 교훈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실정법의 한계를 핑계로 해마다 수백 명의 젊은이를 교도소에 가두는 현실은 바뀌어야 하며, 이제 그 대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2001. 10. 10

국제민주연대  군의문사진상규명과 군폭력 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민주노동당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성공회대학교 인권평화센터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한국 남성동성애자 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평화인권연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