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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노동자 '파견노동자'는 이렇게 살아갑니다.

이성훈(26세, 가명)은 부산부전동의 P은행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다. 아침 8:30분 출근하여 보안점검과 은행문 열 준비하고 오후 6시30분 퇴근까지 은행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노인들이나 잘 모르는 고객들에 대한 안내도 하고 ATM기기의 돈을 채워넣기도 한다. 직원들의 잔 신부름까지 하면서 받는 한달 봉급은 약 78만원이다. 여기에는 월차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이씨는 40만원 저금하고 한달 용돈으로 10만원 쓴다. 그리고 한달 교통비로 약 10만원이 지출된다. 나머지는 2주일에 한번씩 고향에 가고 얹혀사는 형님집의 생활비를 조금 내기도 한다.
간혹 생기는 문화상품권으로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부산에는 친구도 별로 없기 때문에 이 씨는 술값도 별도 들지 않는다. 어쨌던 이씨는 봉급의 절반이상을 저금할 수 있어 매우 다행하게 여기고 있다.
이씨는 군대복무후 1년간 고향에서 쉬다가 취직한 곳이 이곳 은행의 청원경찰이다. 98년부터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씨는 현재의 일에 잘 적응하고 있다. 다만 봉급이 적어서 고민일 따름이다. 태권도 3단인 이씨의 꿈은 태권도 도장 운영이다. 태권도도장을 하면 어느 정도 살아갈 자신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이씨의 저금은 태권도 도장을 여는데는 너무도 부족해 보인다. 이씨는 공단같은 험한 일을 하는 곳은 산업재해에 대한 걱정으로 별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동차정비에 대한 일은 할 수 있다고 했다.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동차정비공장을 하고 싶어했다. 이씨는 만일 결혼한다면 이 정도 봉급으로서는 청원경찰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 봉급으로 두 식구 또 아이들이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씨는 지금 여기를 그만두고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한다. 이씨는 용역회사의 직원으로 은행에 파견되어 있는 형태가 아니고 은행에서 직접고용을 한다면 자신들의 임금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대통령이나, 노동부장관에게 탄원을 해서라도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은행의 김대리는 이 은행에서 용역회사에 지불하는 경비는 130여만원 정도라고 확인해주었다. 은행이 지불하는 이씨에 대한 경비 130여만원에서 용역회사가 부담하는 부가세, 국민연금, 산재보험, 의료보험, 고용보험료와 이씨의 봉급을 제외하면 용역회사가 가져가는 이윤이 되는 것이다. 이 회사가 지불하는 직원관리경비를 20만원정도로 어림짐작으로 계산해도 이씨 한 사람으로부터 용역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은 30만원 이상이다.
박명선(55세)는 부산의 12층 건물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회계사무소등이 밀집한 이곳에 아침 6시30분에 출근하여 오후 4시에 퇴근하기까지 2개층의 청소를 맡고 있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6시 30분 8층부터 청소를 시작하여 9층까지 청소가 끝나는 9시쯤되면 사무실 직원들이 출근을 시작한다. 아침부터 이렇게 열심히 청소를 하고 받는 한달 임금은 47만원이다. 의료보험과 국민연금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이므로 최저 임금을 겨우 넘어서는 임금이다.
박명선씨의 남편은 70세로 노동을 할 수가 없다. 대신 딸 2명과 아들이 있지만 딸들만 10만원씩 생계비를 지원하긴 하지만 47만원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이들에게는 47만원은 매우 소중한 돈이다. 쌀과 반찬, 교통비등은 모두 박명선씨의 봉급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다른 특별한 지출은 생각지도 않는다. 이들이 다른 젊은 노동자들보다 교육비, 주택마련 비용등의 지출이 없기에 47만원의 봉급만으로도 생계비만을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박명선씨가 좀더 나이가 들어 스스로의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 할 때는 전적으로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들에게 생계를 의탁해야 한다. 이들을 파견 받아 있는 회사는 경비 포함하여 22명에 월 2300만원의 돈이 지불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1년에 한번 청소, 경비용역을 입찰로 선정한다. 박씨가 소속되어 있는 용역회사가 다시 입찰을 따내지 못하면 박씨는 직장을 잃어버리거나 다른 용역회사를 찾아야 한다. 이씨는 이 임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11.1일(목)기사에서 노동자의 52%가 월 백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인용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의 보고서에서는 노동자의 55.7%인 737만이 비정규직으로서 정규직은 월 169만원 비정규직은 89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52.6%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훈씨나 박명선씨의 경우처럼 파견노동자로서 이중의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정부는 97년 노동법을 개정하면서 파견노동자에 대한 법을 완화시켰고 경총등 사용자 단체는 계속적인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민주노총등 노동진영에서는 파견철폐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법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명선씨의 희망대로 적은 돈이라도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는 이들에게 요원해 보인다. 12월이 되면 박명선씨를 고용한 회사는 청소, 경비용역입찰에 참가해야 하고 입찰에 가장 적은 금액을 제시하지 못하면 박명선씨는 직장을 잃게 되게 때문이다. 박명선씨가 계속 일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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