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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122회)

 

1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의 백스물두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방송은 성민이가 진행합니다.
반갑습니다.


올해 저는 ‘행복을 공유하자’를 제 목표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연초부터 나름 야심차게 첫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건 아니고요, 밭에서 기른 것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준 겁니다.
제주도에서는 만나는 사람이 없어서 제 지인들에게 메일링리스트를 돌렸거든요
그랬더니 이분 저분 답신이 오셨습니다.


이번 겨울에 수확한 울금을 상자에 넣고
공간이 남으면 텃밭에서 쪽파나 무를 뽑아서 넣어 보냈습니다.
정말 별거 아닌거지만
이렇게 한분 한분에게 택배를 보내는 기분이 괜찮더라고요.


그동안 제게 이런저런 도움을 줬던 분들이라서
제가 뭔가를 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우선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걸 매개로 짧게나마 서로의 안부가 오갈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또 아주 잠깐이나마 내 자신이 아니라 상대의 처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작은 거지만 나눔이라는 건 이런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이연실의 ‘찔레꽃’)

 

2


그런데... 말입니다.
반응이 의외로 좋았습니다.


평소에 메일을 보내면 거의 답신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많은 분들이 답신을 보내오신 겁니다.
그래서 반갑고 기분좋고 그랬는데...
행복함과 함께 예전 기억이 함께 떠오르는 거였습니다.


몇 년 전에 책을 공유한다면서 제게 있던 수 백 권의 책을 나눠준 적이 있거든요.
인터넷에 ‘책을 공유합니다’라고 글을 올리면 의외로 많은 분들이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면 제가 갖고 있던 책들을 제 돈으로 발송해드렸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향해 제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고
간접적이라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고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만지작거리고 싶었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공유의 즐거움’을 아주 만끽했었지요.
그런데... 책이 떨어지니까 사람들의 관심은 사라져버렸습니다.
‘구속된 분들에게 책을 보내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호소에는 찬바람만 불었습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제가 느꼈던 희망의 끈은 신기루였다는 걸 알았지요.


하필, 이 시점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건 또 뭐란 말입니까?
그런데 나쁜 생각이 머리 속에 자리잡으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 기억은 자꾸 저를 꼬득였습니다.
“행복을 공유한다고? 에이~ 너는 속는 거야. 옛날 일을 잊지마.”


지금과 그때는 상황도 다르고, 대상도 다르고, 의도도 다르다고
절망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던 그때랑 다시 찾아온 행복에 즐거워하는 지금이랑 다르다고
내 자신을 다독였지만
한번 머리 속에 자리잡은 그놈은 끈질겼습니다.
번뇌의 나날이었지요.
행복을 공유한다는 것이 참 어렵더군요.

 


(Anna German의 ‘Walking alone’)

 

3


이번 겨울 들어서 가장 추웠던 지난 토요일에도 촛불집회는 열렸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참여했던 저도 이날은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살짝 갈등하고 있었는데 조카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삼촌, 오늘 촛불집회갈거야?”
“왜?”
“촛불집회 가고 싶어서.”
“음... 오늘 날씨 엄청 추운데 괜찮겠어?”
“응, 괜찮아.”
“그럼, 저녘에 삼촌이 데리러갈테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 기다려.”
“응, 알았어.”


그렇게 조카와 같이 촛불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역시나 날씨는 엄청 추웠고,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즐겁고 단호한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분위기는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추운 날씨와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들로 조카가 실증을 내지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외로 조카는 집회를 즐겼습니다.
중간중간 저랑 장난도 치면서 토요일 밤의 축제를 즐기더군요.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집회와 행진까지 다 마치고도 쌩쌩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즐겁게 집회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상처입지 않은 맑은 영혼이 곁에 있다는 것
이것이 행복을 함께 느끼는 조건임을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

 

4

 

 

사용자 삽입 이미지

 


브로콜리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브로콜리를 처음 재배하기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지난 여름에 정성스럽게 모종을 키워서
가을에 열심히 심었는데
느닷없는 10월 초강력태풍에 작살이 났습니다.
꺾이고 쓰러진 모종을 보며 허탈했었는데
쓰러진 모종들을 세워보려고도 하고
영양제와 비료를 주며 살려보려고 노력하면서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


40% 가까이는 피해를 입었지만
나머지는 억센 자생력을 보이며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초보 농사꾼이 이것저것 물어가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키웠는데
이제 수확을 하게 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초보 농사꾼의 어설픈 손길과 무지막지한 태풍을 이겨낸 브로콜리 수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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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하나


성민이가 종이접기를 몇 년 전부터 취미로 하고 있는데
이제는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조카들을 제외하고는 나눠줄 사람이 딱히 없어서
접어놓은 것들이 쌓여가고 있네요.
블로그에 ‘종이접기’를 보시면
허접한 수준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성민이가 접어놓은 것들이 탐나는 분들은 연락주세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나눠드리겠습니다.


성민이 메일 smkim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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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둘

 

귀농해서 농사를 배워가고 있는 성민이가
첫해 농사로 울금을 수확했습니다.
꽤 많은 양을 수확해서 울금가루도 만들었습니다.
농사는 수확만이 아니라 판로도 고민 해야하는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울금의 효능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으니
제주도 애월에서 수확한 울금이 필요하신 분은 연락주십시오.
010-7696-4454 (판매는 저희 아버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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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셋

 

성민이가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습니다.
성민이 꿈은 ‘혁명 휴양소’를 만드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와서 쉴 수 있는 곳’이
‘치유 속에 혁명이 씨를 뿌릴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성민이는 돈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이 꿈을 이루려면 적어도 10년은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10년의 호흡으로 혁명 휴양소를 같이 만들어가실 분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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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넷

 

성민이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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