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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일 에바다 농아학교 전직 교사

권오일 에바다 농아학교 전직 교사

"너희가 10년을 버티겠다면 우리는 20년을 싸우겠다"

상수도 구역인 진위천가에는 평범해 보이는 집 한 채가 있다. '해아래집'이라
고 써 있는 작은 팻말이 없으면, 평범한 농가로 보일 집이다. 오밀조밀 채소들
이 자라는 텃밭,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장닭과 줄을 지어 다니는 오리들을
보면, 말 그대로 한가로운 전원풍경이다. 그러나 '해아래집'은 평온한 겉모습
과 달리 지난 6년여 동안 끈질기게 진행된 에바다 투쟁을 가능하게 했던 투쟁
의 근거지이다.
평범한 농아학교의 교사였으나, 지금은 '해아래집'과 함께 에바다 투쟁의 상징
이 되어버린 이가 권오일 선생님이다. 권오일 선생님은 96년 11월27일 시작된
에바다 투쟁 초기부터 지금까지 항상 투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래서인지 권
오일 선생님은 구재단측의 집중적인 음해와 비난을 받아왔다. 에바다 투쟁이
시작된지 약 2개월이 지났을 무렵부터 성추행 교사라는 구재단측의 음해가 시
작되었다. 허위 사실을 조작한 것이지만, 6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성추행 교
사라는 음해에 시달렸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나 권오일 선생님은 지난 6년 동안 투쟁하면서 겪은 숱한 고초 - 파면, 성
추행 교사라는 음해, 시도 때도 없이 당했던 폭력 등-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
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구재단측의 표적이 자기에게 집중되어 오히려 홀가분
하고 편했다고 하신다. 함께 투쟁하는 다른 동지들 걱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
문이다. 그러면서 '해아래집'의 다른 선생님들 말씀을 빼놓지 않고 하셨다. 자
신이 밖으로 다닐 수 있게 옆에서 여건을 만들어준 다른 선생님들이 더 큰 역
할을 했다는 것이다.
에바다 투쟁은 우리나라에서 장애 인권 문제를 부각시킨 최초의 사건이다. "전
에는 장애인 문제하면, 복지문제만, 그것도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만 이야기했
는데, 그것은 마치 동물 사육하듯이 장애인을 취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용시
설이라는 말 자체가 장애인을 주체로 보지 않고 수용될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
니겠습니까?" 또한 에바다 투쟁을 통해 그동안 음지에 묻혀 있던 장애인 문제
를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키고, 장애인 스스로 주체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
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것은, 전국의 장애시설이 에바다를 계기
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싸움에 승리하면 장애인이나 장애
인 시설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
설 단체의 거대한 비리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확신하신다. 이런
신념 때문에 지난 6년간 그렇게 고초를 겪으면서도 힘들어하지 않고 투쟁을 이
끌어올 수 있었던가보다. "너희가 10년을 버티면 우리는 20년을 싸우겠다는 겁
니다."
권선생님은 "사주를 받아서 아이들이 폭력을 쓰는데, 사실은 아이들도 차라리
맞는게 낫지 때리고 싶어하지 않거든요. 그 아이들이 폭력을 사주받는 것으로
부터 보호받게 된 것이 제일 기쁩니다." 하도 말끝마다 아이들 걱정이어서 다
른 문제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권선생님은 노동자의힘에서 제안한
대선 공투본에 대해 잘 알고 계셨다. 또한 적극적으로 찬성하셨다. 다만 다소
간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예선에서 힘을 다 빼면 본선에서 힘을 못 쓰거든
요." 체육교사답게 운동에 비유해서 운동권의 문제를 지적한다. 그의 주문사항
은 자기 조직의 이해관계만 생각해서 예선에서 힘 다 빼지 말고, 전체 운동에
도움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관지 독자들에게 해줄 말이 없느냐고 하자 당장 "뭘 하든 간에
재미있게 즐기면서 했으면 합니다. 아무리 캄캄한 상황이어도 즐기면서 싸우
면 효과는 배가될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고, 그 사람도 즐기며 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고요." 이런 자세가 있을
때 인간적인 신뢰도 형성되고, 단결력도 강화될 거라는 얘기다. 권오일 선생님
은 승리의 전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을 닮았다.

황형욱/ 민주노총 평택안성지구협의회 교육선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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