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자는 눈을 보면서 죽인다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화승총(불꽃 튀는 엽총)으로 산에서 사자를 사냥했다. 그 사자는 생김새가 미국산 퓨마와 아주 닮았다. 며칠 전부터 나는 그의 총을 놀려대곤 했다.
"이런 무기는 에르난 코르테스가 멕시코의 아스텍 제국을 정복할 때 쓰던 것 아닌가요?"
그러자 그는 자기 총을 변호하면서 대꾸한다.
"그게 무슨 대순가? 그래, 지금은 그것이 누구 손에 있는가?"
지금 그는 무두질하기 위해 사자 가죽에 달라붙은 살점들을 벗겨내고 뜯어내고 있다. 나이게 자랑스럽게 가죽을 보여준다. 가죽엔 총탄 자국 하나 나 있지 않았다.
"바로 눈에다가....."
그가 어깨를 들썩이며 으스댄다.
"그것이 바로 가죽에 아무 상처도 입히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네."
그가 덧붙인다.
"그 가죽으로 뭘 하실 겁니까?"
내가 묻는다.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잠자코 옥수수 낫으로 사자 가죽을 문지르기만 한다. 나는 그의 곁에 앉는다. 파이프에 담뱃가루를 채우고, 손수 옥수수잎으로 담배를 만들어 그에게 건네준다.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받더니만 찬찬히 뜯어보고는 이내 꺾어버린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담배를 만들면서 내게 말한다.
"잘못 만들었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담배 피우는 의식을 치른다. 담배를 빨고, 내뱉고, 다시 빨면서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기 시작한다.

사자는 강하다네. 그것은 다른 짐승들이 약하기 때문이라네. 사자는 다른 짐승들의 살을 먹지. 그것은 다른 짐승들이 자기를 먹게 내버려두기 때문이라네. 사자는 자기가 가진 예리한 발톱이나 날카로운 송곳니로 상대를 죽이지 않는다네. 사자는 보면서 죽인다네.
처음엔 조용히 느릿느릿 다가가지. 사자 발바닥은 솜구름처럼 푹신푹신해서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거든. 그리고 나서 펄쩍 뛰어올라 먹이를 뒤로 넘어뜨리고, 앞발로 상대를 제압한다네. 근데 힘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깜짝 놀라게 해서 그렇게 한다네.
그러고는 그 먹이를 주시하지. 그렇게 먹이를 노려본다네.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고 뚫어져라 내 눈을 응시한다.) 곧 죽게 될 이 불쌍한 짐승은 어쩔 수 없이 사자를 보게 되지.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사자를 보는 것이네. 이 짐승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네. 사자의 시야 속에 있는 자신의 이미지만을 보게 된다네. 사자의 시야 속에서 자기가 작고 약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네.
그 동물은 자기가 작은지 약한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네. 그저 한 마리 짐승일 뿐이야. 크지도 작지도,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한 마리 동물일 뿐이지. 그러나 지금은 사자가 자기 자신을 보듯이 자기를 보면서 공포를 느끼게 된다네.
사자가 자기를 바라본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에, 이 동물은 그 자신이 아주 약하고 작다고 느끼게 된다네. 그리고 사자가 자기를 본다고 생각하는 순간 밀려드는 공포감 속에서 완전히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지.
그 순간부터 이 동물은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지. 추운 밤에 산에서 우리가 물을 움켜쥘 때처럼 뼈마디가 쑤시고 네 다리가 저리게 된다네. 바로 그 순간에 이 동물은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굴복하게 된다네. 자신을 포기하고 방치하게 되는 것이라네. 그런 식으로 사자는 죽인다네. 바로 '보면서' 말일세.
그런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짐승이 있지. 물론 사자는 그 짐승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 그러나 어쩌다가 사자가 그 짐승과 마주치게 되면 아주 특이한 일이 벌어진다네. 사자가 발로 차면 그 짐승은 작은 발로 할퀴면서 덤빈다네. 피가 흐르고 아주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이 동물은 사자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거나 자기를 방치하지 않지. 왠 줄 아는가? 그 동물은 사자가 자기를 바라보는 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네. 그 동물은 눈이 멀었지. '두더지'. 그 동물들을 그렇게 부르지.

안토니오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끝난 듯 보인다. 나는 조심스레 이야기에 끼어들려고 한다.
"그렇긴 하지만....."
그러나 나는 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안토니오 할아버지가 새로운 담배를 만들면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느릿느릿 담배를 만들면서, 이따금 고개를 돌려 내가 주의를 기울이는지 확인하면서.

두더지는 눈이 멀게 되었지. 바깥을 보는 대신에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네. 즉, 안을 들여다보는 데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라네. 왜 두더지에게 자기 속을 들여다보는 일이 일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네.
어쨌든 두더지는 우직하게 자기 마음만을 늘 들여다본다네. 그러니 약한지 강한지, 큰지 작은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네. 왜냐하면 마음은 단지 마음일 뿐이기에 그렇다네. 그래서 두더지는 세상의 물건들과 동물들을 비교하듯이 자기를 재지 않는다네.
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오로지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네. 그래서 신들이 두더지를 혼내주었지. 두더지가 밖을 볼 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았다네. 또한 두더지에게 땅 속에서만 살고, 거기서만 걸어다녀야 한다는 벌을 내렸지. 신들이 벌을 주었기 때문에 두더지는 땅 속에서 살게 된 것이라네.
그런데도 두더지는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 계속 자기 속만 들여다보기 때문이지. 바로 그 때문에 두더지는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네. 더불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도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네.
사람은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알기 때문에 사자의 힘을 보지 않고, 자기 자신의 마음이 지닌 힘을 본다네. 그래서 사자를 똑바로 쳐다보지. 사자도 사람을 보지만, 사자는 사람이 자기를 보는 대로 보게 된다네. 즉, 사람의 시야 속에서 보게 된다네. 그리하여 사자는 자신이 한 마리 사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이 보는 대로 자기를 생각하면서 공포에 사로잡혀 이내 도망치게 된다네.

"그럼 할아버지는 이 사자를 죽일 때 할아버지의 마음을 들여다보았습니까?"
내가 그의 말을 끊는다.
"이 사람아, 나 말인가! 난 화승총 끝과 사자의 눈을 보았지. 그리고 바로 방아쇠를 당겼지. 마음에 대해서는..... 떠올릴 겨를도 없었다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배운 것과 다를 때, 이해가 안 될 때마다 사람들이 그렇게 하듯이.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사자 가죽을 집어들더니 꼼꼼히 흝어본다. 그리고선 사자 가죽을 둥글게 말아서 내게 건네준다.
"챙기게."
내게 말한다.
"절대로 잊지 말라고 자네에게 주는 내 선물일세. 어디를 봐야 할지 알면서도 사자를 만나 공포에 사로잡혀 죽지는 말라고 말일세."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몸을 반쯤 틀더니 야자나무의 가느다란 이파리로 지붕을 엮은 오두막집으로 돌아간다.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이렇게 이야기를 끝내곤 한다. 그의 몸짓은 바로 이런 듯이다.
"이제 끝났네. 잘 가게!"
나는 사자 가죽을 나일론 가방에 집어넣고,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 다빈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