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연극. 공연. 기록 5.

하경이의 성장 과정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볼 수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고, 감사합니다.
  
하경이와 하람이가 다니고 있는 산학교는 현재 연극수업이 중등과정(7학년~9학년)에서는 선택으로 바뀌지만 초등과정(2학년~6학년)에서는 필수과목입니다. 산학교 학생들은 저학년부터 연극 수업을 하다가 6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학생들과 부모님들 앞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지난 6 22() 하경이가 공연을 했습니다.
  
산학교에서 연극을 담당하고 있는 마녀(이수연)의 수업 평가서를 통해 하경이와 친구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하경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 번 글은 연극. 공연. 기록 4.’( http://blog.jinbo.net/coolie1/1244 ) 에 이어 4 17일 마녀(이수연)의 평가서 내용을 정리합니다. 연극 공연 실황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vzoyaZsIbC4 )에 있습니다. 
  
  
1. 대본. 
  
지난 주말, 이런 저런 생각들 끝에 대본을 썼다. 처음엔 다 쓸 생각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써온 독백을 손만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책상에 앉았는데, 어찌 하다 보니 쓰고 있었다. 사실 어찌 하다 보니는 아니고, 여러 이유들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6학년들의 특성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글로 읽고 외우는 것까진 괜찮은데, 막상 움직이며 연기를 한다고 하면 부딪치게 될 장벽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다섯 명 모두. ‘하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연기를 해내야 하는데, 모두들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대본을 빨리 주고 연습하는 시간을 벌어야 겠다는 혼자만의 결론에 이르렀다.
  
두 번째는 1학기 안에 공연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뭐라도 의지가 모여지고 열정이 생겼을 때 그 힘을 몰아서 후다닥 해치우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 수년간의 경험으로 보아도 시간이 늘어져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은 하네, 마네 하다 뜨뜻미지근하게 했다. 아이들의 집중력과 어른의 집중력은 다르다. 극화활동이나 다른 드라마활동은 몇 학기에 걸쳐 하기도 하고, 할 수 있고, 그래도 그 재미가 전혀 덜하지 않지만, 공연은 다르다. 동기부여가 확실할 때 힘들어도 바짝 해나가는 것이 좋다. 분명한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는 여행이다. 학기 초 장난스럽게 시작된 여행이야기가 아이들 마음에 작지 않게 자리했고, 그것이 뭐가 되던 공연의 동력으로 삼아야하는데,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었다. 솔직 하자면, (현실적인 문제는 전혀 고려치 않고), 슴슴한 아이들의 분위기에 이런 거라도 동력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에 대한 두 아이의 마음이 선명하게 보였다. 다른 세 명은 가도 안 가도 크게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두 명은 달랐다. 단지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가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 마음을 간과하기 힘들었다. 말을 시작한 마녀로서는 약간 책임의식도 들었다. 내가 시간을 내어 같이 움직이는 것이 단지 여행 간다는 것 이상의 어떤 의미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러려면 6월에 공연을 끝내야 한다.
  
다만, 아이들이 대본을 직접 쓰지는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할 수 없다. 다음 기회에. 산중등으로 진학한다면, 산중등에서 하면 된다. 그리고 2학기엔 연극 안에서 어차피 자기 글을 쓰게 될 것이다. 
  
  
2. 캐스팅. 
  
대본을 받아 든 아이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벌써? 진짜? ! 어떻게!, 등등을 연발했다. 매년 아이들은 대본을 받을 때 무언가 경건함을 느낀다. 그건 이런 과정의 공연을 해본 사람들만 아는 느낌이다. 어느 해의 남자아이들은 대본에 손때가 묻을까봐 연극시간 전엔 반드시 손을 씻고 오기도 했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중간 중간 재밌다는 말을 거푸해댔다. 역할을 정하지 않고 돌아가며 읽었고 다 읽은 후엔 역할을 정했다. 아이들은 눈짓을 주고받으며 서로 마음에 둔 역할을 이야기했다. 캐스팅은 어렵지 않았다.
  
윤재역할은 민우가, 곤이역할은 상민이가. 곤이역할에 대해 언젠가 현우가 관심 있어 해서 물어보았더니 지금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도라역할은 정우와 하경이 둘이 손을 들었다. 정우는 여장을 하고 도라를 하겠다고 한다.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우가 도라역할을 하게 될 경우 아무래도 이야기의 분위기는 달라지게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관객의 입장에선 정우가 남자임을, ‘여자역할을 하고 있음을 온전히 배제할 수 없을 테니까. 정우는 금방 내려놓았다. 대신 윤재엄마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하경이는 도라와 할멈을 맡았다. 현우는 윤박사와 심박사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마녀는 분량으로도 그렇고 현우에게 심박사가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했다. 아이들도 동의했고, 현우는 심박사를 맡았다. 그런데 연습하다보면 둘 다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역할을 정했으니 이제부턴 외워야한다. 대사분량이 다소 많다. 이 역할 외에도 코러스들의 대사들이 더 주어질 것이다. 그것이 힘들 것 같으면 연극형식을 바꿔보겠다고 하니, 아이들은 지금 대본이 마음에 든다고, 열심히 외우겠다고 한다. 마지막 장면은 들살이 후에 나눠주기로 했다. 

3. 숙제. -아이들이 찾아온 인물과 나의 닮은 점. 
  
이하경 -나는 도라를 닮았다. 
밝다. 완전 똑같음. 남이 이것을 한다고 나도 똑같이 따라하지 않는다. 나도 스스로 존재하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